[합리적 가격의 바닷가재·고래고기집] 검증된 '바다의 왕자들' 식탁 위 자태 뽐내다

입력 : 2015-03-25 18:54:51 수정 : 2015-03-26 12: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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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포차'는 바닷가재라는 고급 메뉴를 '포차'라는 대중적인 스타일로 풀어냈다. 사진은 코스 메뉴에 포함된 바닷가재 회.

광안대교를 달리다 창밖으로 바다를 쳐다보았다. 따뜻한 봄 햇살에 잔잔한 바다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생각해 보면 바다는 참으로 고맙다. 마음의 평안뿐만아니라 일용할 양식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니 말이다. 문득 바다가 내어주는 보물 가운데 랭킹을 매기면 어떤 게 상위에 오를까 궁금해졌다. 이번 주에는 존재 차체만으로도 테이블을 빛내 주는 귀하신 몸들을 모셨다. '바다의 왕자'를 뽑는다면 서로 자기라며 다툴지도 모른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바닷가재와 고래고기 전문점을 소개한다.

바닷가재 전문점 '달맞이 포차'

회·찜·구이·튀김·탕 순서 여러가지 바닷가재 요리 즐길 수 있어


"자리를 빛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테이블 위의 VIP, 이 분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누구시냐고? 이름부터 별이 찬란히 빛나는 갑각류계의 지존 바닷가재(로브스터)님이다.

수명은 15년쯤 되나 100년까지도 장수한다니 역시 예사 분이 아니다. 언젠가 TV에서 보니 바닷가재를 잡는 선장의 집에서도 일 년에 몇 번 못 먹는단다.

그런데 이 바닷가재님이 '포차'라는 대중적인 스타일과 결합했다니 황태자와 평민의 러브스토리가 따로 없다.

달맞이언덕 입구에 자리 잡은 '달맞이 포차'의 실내에 들어서자 흥미와 구미가 같이 당긴다. 동부산대 호텔외식조리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윤나미(33) 셰프와 언니 채은 씨가 하는 가게이다.

나만의 젓가락 서비스! 원하는 분은 개인 젓가락을 별도로 구매해 전용 젓가락으로 먹을 수가 있다. 한쪽 벽면에 붙은 사진에는 윤 셰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일단 하나밖에 없는 방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윤 세프가 이날은 1.8㎏짜리 바닷가재를 들고 와 선을 보인다. "바닷가재 살의 뒤쪽은 회, 앞쪽은 찜· 탕에 사용하겠습니다." "저 두꺼운 갑옷 속에서 살을 어떻게 발라 낼까?" 슬며시 걱정도 되었다.

사진은 코스 메뉴에 포함된 바닷가재 탕.
먼저 토마토와 채소 샐러드가 나왔다. 한쪽은 발사믹 식초, 다른 쪽은 바질로 맛을 냈다. 바다 내음 가득한 멍게와 해초 몰을 넣고 만든 '멍게몰전'도 함께다. 제대로 음식을 한다는 선전포고다.

오늘의 주인공 바닷가재 회는 "알고 보면 저도 부드러운 남자(?)예요"라고 속살로 증명하고 있었다. 두 번째 코스는 바닷가재찜이다. 빨간 껍질과 녹색 내장이 의외로 조화롭다. 갑각류는 역시 쪄서 먹어야.

다음은 치즈 구이와 칠리 구이 반반. 치즈 구이가 아주 맛있다. 네 번째 코스가 튀김인데 닭 다리는 저리 가라다. 이렇게 호사로운 맥주 안주는 없다. 너무 바닷가재만 먹으면 질릴까 걱정했나 보다. 인기 많은 '허브향그릴순대'도 맛보기로 가져온다. 
사진은 코스 메뉴에 포함된 바닷가재 구이.
윤 셰프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대를 이어 내려오는 족발집의 셋째 딸(어머니 5남매는 모두 다 족발 장사를 한다). 그는 일본 유학을 다녀와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단골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란대사관 관저 요리사가 되었다. 이후 뉴욕총영사관 수석 셰프로 일하다 반기문 총장 재취임식 행사도 치렀다. 지금은 이론을 제대로 아는 셰프가 되기 위해 '주독야경(晝讀夜耕)' 중.

마무리는 라면이 든 시원한 바닷가재탕이다. 바닷가재를 편안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수제어묵탕, 감자 크로켓, 한치 무침 같은 가벼운 술안주도 있다.

2013년에 전국트라이애슬론 대회에 나가 30대 부문서 1등을 먹었다니, 그녀의 도전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코스 2인(2㎏ 이내·10만 8천 원~11만 2천 원), 3인 16만 원대, 4인 21만~22만 원대. 허브향그릴순대 2만 5천 원. 영업시간 17:00~24:00, 17:00~23:00(일요일)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중동 1516-4. 달맞이언덕 입구. 051-747-7472.

고래 한정식 '고래모리'

'다양한 고래고기 요리'+'푸근한 한정식'= 색다른 맛의 향연

'고래모리'는 한정식집 같은 고래고기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고래고기만큼 소주를 부르는 안주는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다. 그걸 알아도 고래고기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는 매우 부담스럽다. 양은 적고, 가격은 비싸고, 단골이 아니라면 뭔가 차별당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이전부터 여기 한 번 꼭 가봐야 한다고 고래 힘줄처럼 질기게 팔을 잡아끄는 지인을 따라나선 곳이 온천장의 '고래모리'이다.

'고래모리'는 일식당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가 먼저 눈길을 끈다. 벽화라고 부를 만한 고래 그림까지 걸렸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다녔던 고래고기집들은 너무 허접했다. 
여기선 고래를 참치나 홍어와 짝을 맞춰서 먹을 수도 있다(묘한 궁합이군). 고래고기 코스가 이 정도 가격이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코스로 달리기로 했다!

오색 고운 고래 냉채가 먼저 맛보기로 나왔다. 냉채에 든 고래고기는 얼마나 목욕재계를 했는지 특유의 체취가 사라졌다.

시선은 봄동 겉절이에다 방풍나물, 원추리, 냉이에 빼앗겼다. 바야흐로 밥상에 봄이 올랐다. 손두부, 도토리묵, 매생이전까지 총출동했다.

나물을 집된장에 찍으며 한정식집도 아닌 고래고기집에서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의아했다. 계절에 따라 상차림까지 달라진단다.

고래고기를 한 번은 녹차 소금, 다음 한 번은 육젓에 찍었다. 살살 녹는 고래고기에 술은 술술 넘어간다. 갈수록 나물 안주가 좋아지는 걸 보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집밥과 집 반찬 같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역시 사장의 발품이 느껴져서일 것이다. 고래는 찬 음식이라 자칫 탈이 나기도 한다. 배를 따뜻하게 하라고 뜨끈한 무청 시래기를 준비했다. 일일이 멸치 똥을 따고 넣었다는 촌스러움이 마음에 든다. 가게에 수조가 있다며 밀치회와 멍게도 나오니 질릴 틈이 없다.

대체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듣도 보도 못한 버거, 고래 햄버거(돼지고기 일부 포함)가 나왔다. 이거라면 고래고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잘 먹겠다. 이전에는 고래 토르티야도 냈다니, 그건 또 무슨 맛일까. 
고래 햄버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굴까. 정현진 (51) 대표는 한식, 양식, 반찬 사업까지 올해로 음식업 20년째다. 고래를 좋아해 열심히 먹으러 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인테리어는 엉망이었고, 음식도 허접했다. "이 비싼 고래고기를 이렇게 먹어야 할까?" 정 대표는 틈새시장이 여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고래 싸움(?)에 뛰어들었다.

고래 장사는 자금이 넉넉해야 할 수 있는 '머니 게임'이다. 고래모리는 장생포에서 고래를 마리 단위로 경매를 받아 냉동창고에 넣어 둔단다. 고래 햄버거가 그래서 가능했다.

그는 "나이 들며 유행을 안 타는 장사를 찾다 고래를 한식과 접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뼈를 우려내 국물을 만든 고래탕 맛이 깔끔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한정식집 같은, 고래고기 다이닝 레스토랑을 환영한다.

2인 코스 6만 원. 2~3인 8만 원, 3~4인 10만 원. 고래 한 접시 3만 5천~12만 원. 영업시간 16:00~02:00. 부산 동래구 온천동 153-12. 허심청 후문 쪽. 051-557-7782.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울이삐'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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