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제철 재료가 빛나는 음식점] 지금 아니면 안 되는 맛, '봄 맛'이 피었습니다

입력 : 2015-04-01 19:05:35 수정 : 2015-04-03 15: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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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횟집의 '도다리쑥국'은 좋은 재료에 손맛이 더해져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며칠 전까지 꽃샘추위가 왔다 갔다 하며 일교차가 컸다. 엊그제는 낮 기온이 25도라고 하더니 잠시 사이에 벚꽃이 다 피었다. 낮 동안은 덥기까지 했다. 짧은 봄이라고들 하지만 올해는 더 짧기만 한 것 같다. 짧아서 더 소중한 봄을 제대로 느끼고싶다면 꽃놀이도 좋고지만, 제철에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찾아 먹어 보면 어떨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맛. '봄'이 담긴 음식을 찾아가 보자.

가나횟집 '도다리 쑥국'

"도다리쑥국,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님아 서둘러 오소서!" 봄이 되기 전부터 전화통에 불이 난다. 봄이 길지 않다 보니 혹시라도 이것, 놓치게 될까 걱정인 모양이다.

국내산 도다리에
친정엄마표 쑥
좋은 재료 쓴
정직한 맛 '일품'


'도다리쑥국'으로 이름난 '가나횟집' 이야기다. 박영자(54) 대표가 횟집을 운영한 지 20년, 도다리쑥국을 시작한 지는 이제 6년째이다. 가게가 시청 근처라 이미 이름이 나서 시청 공무원 중에 이 집 모르면 간첩이다. 다녀간 손님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부산 최고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박 대표는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라고 이야기한다. 부산에 있다가 서울로 간 사람 중에 도다리쑥국을 KTX 특송으로 받는 사람도 몇 명 있단다. 한 번 봄맛의 중독자가 되면 참으로 끊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도다리쑥국의 두 주연 배우 출신 성분을 조사했다. '쑥'은 박 대표의 친정어머니가 노지에서 직접 캐서 보낸다. 도다리는 국내산이다. 역시 좋은 재료가 기본이다.

육수에 뭐가 들어가는지도 척척 다 알려준다. "멸치,북어 등을 넣은 육수에 들깨, 쌀가루를 더 넣는 정도다.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다 알려줘도 되느냐고 묻자 "내 손맛이 안 들어가면 이 맛이 안 나니까 괜찮다"고 자신 있어 한다.

뽀얀 국물에는 도다리 살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다.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 올려진 국이 끓자 쑥을 듬뿍 넣어 한 번 더 끓인다. 향기로운 쑥과 두툼한 도다리 살의 담백한 맛이 잘 어울린다.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진한 쑥 향기 덕분인지 봄을 온몸으로 먹는 것 같다. 이 봄이 지나고 나면 내년이 되어야 다시 먹을 수 있을까? 맛있게 먹는 동안에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같이 나온 반찬도 하나같이 맛있다. 반찬 맛있다는 사람이 많아, 박 대표는 가나횟집과 멀지 않은 곳에 '소금 부식'이라는 반찬가게도 운영한다. 반찬은 김치를 포함해 7가지가 나오는데 김치 빼고는 매일 바뀐다. 봄에는 볼락이 들어간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듯이 모든 메뉴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박 대표는 "손님이 없다면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 손님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직원에게도 "손님에게 잘해라. 안 된다 하지 말고, 없다 하지 말고, 있는 것은 해 드려라"고 늘 강조한다. "점심시간 피크 타임만 피하면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으니 자주 와 달라"고 살짝 미소 짓는다.

정 넘치는 그가 가득 담아 주는 맛있는 반찬과 함께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금세 비웠다.


도다리쑥국 1인 2만 원, 모둠회 2인상 4만 원, 하모탕 1만 5천 원. 영업시간 10:00~22:00. 2,4주 일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거제천로 93. 시청 근처. 051-863-6138.



당감동 무궁화 할매 쭈꾸미 '주꾸미'

"니는 그건 뭐하러 찍노. 오늘 들어온 거라, 주꾸미 물 좋다. 고만 찍고 얼른 들어가라."

남해산 주꾸미
2~3일마다 공수
알 가득 찬 머리
씹을수록 고소해


바로 들어가지도 않고 사진만 열심히 찍자 가게 앞에 앉아 있던 오영자 (79) 할머니가 한마디 한다. '당감동 무궁화 할매 쭈꾸미'는 2~3일에 한 번씩 남해 단항에서 주꾸미를 경매로 받아 물차로 가져 온다. 이날처럼 물차가 들어온 날이면 수조 유리 벽에는 빨판을 붙인 주꾸미가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주꾸미 숙회(위), 주꾸미양념구이 어떤 메뉴를 먹어도 머릿속에 알이 찬 제철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살아 있는 주꾸미를 먹을 수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다 머릿속에 알이 드는 지금쯤이면 가게 앞에 줄이 더 길어진다.

무엇을 시킬까 고민을 했다. 오랜 단골인 일행은 "다 맛있다. 다 시키자"라고 명쾌하게 답을 제시한다. 주문하면서 "알이 든 것을 꼭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복불복"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주방에서 한 접시에 한 마리라도 알이 차 있는 것이 들어가게 하려고 신경 쓴다니 걱정 안 해도 될 듯하다.

먼저 숙회를 시켰다. 세 마리가 예쁘게 데쳐져 미나리와 쪽파 위에 누워 있다. 다리를 먼저 먹기 좋게 잘라 주고 머리는 다시 가져가서 더 데쳐 온다. 익는 속도가 다르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야들야들한 다리를 먼저 먹고 있으니 더 익혀 온 머리를 잘라 준다. 세 마리 중 두 마리의 머릿속에 알이 꽉 차 있다. 밥알 같은 알이 입안에 들어가 터지니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같이 나온 참기름에 찍지 않아도 고소하다.

두 번째 메뉴는 양념구이다. 양념은 매운 듯하지만 끝맛이 깔끔하고 감칠맛이 났다. 다 먹고 나서 밥이나 면 사리를 선택하면 볶아 준다.

마지막으로 전골을 시켰는데 국물이 진짜 끝내 준다. 육수를 먹다가 모자라면 얼마든지 채워 준다. 육수가 끓으면 살아있는 주꾸미를 푹 담가 익힌다. 이때 주꾸미는 살고자 사력을 다하고, 우리는 먹고자 총력을 다한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은 주꾸미가 먹물을 터뜨리고 포기한다. 육수가 맛있으니 국물에 담긴 채소마저 다 맛있다.

남은 양념장에는 밥을 선택하고 전골에는 라면을 넣어서 먹어 보았다. 환상의 궁합이다. 과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안 할 수가 없다. 7~9월에는 주꾸미가 나지 않아 그 기간에만 낙지로 장사한다. 할머니는 좋은 재료를 쓰니 손님들이 알아주고 많이 온다고 한다. 그러니 "장사가 재미가 있어. 이 나이에 체력으로 장사 못 하지. 정신력으로 하지"라고 이야기 한다.

자칭 욕쟁이 할머니라고 하지만 똑 부러지는 성격일 뿐이다. 가게에 도착하면 자신감 넘치는 백발, 오 할머니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29년째 한자리에서 같은 가게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간다. '할매'만 믿고 먹어 보자.

주꾸미수육(小) 3만 원, 주꾸미양념구이(小) 3만 원, 주꾸미전골(小) 4만 원, 영업시간 16:00~24:00 . 2, 4주 일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당감로17번길 90 무궁화아파트. 051-897-4403.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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