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맛집] 멸치 vs 갈치 '봄 맛' 대결 승자는?

입력 : 2015-04-08 18:58:46 수정 : 2015-04-09 1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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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멸치 회촌'에서는 싱싱한 봄 멸치로 만든 멸치 회무침을 맛볼 수 있다.

지금 부산 기장군은 시끌시끌하다. 바로 봄 멸치 때문이다. 평소에 멸치를 생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달 24일부터 대변항에서 열리는 멸치축제에 한번 가 보자. 은빛으로 반짝이는 살아 있는 진짜 생선 멸치를 만날 수 있다. 싱싱한 멸치로 젓갈을 담근다는 핑계로 기장 나들이를 가면 어떨까? 기분 좋은 나들이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기장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 대변항 '장군 멸치 회촌'

다시 돌아온 봄. 살아서 펄떡이는 멸치로 만든 요리를 만나러 대변항 '장군 멸치 회촌'으로 갔다. 가게 입구에는 1977년부터라고 적혀 있다. 적지 않은 세월이다. 시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하다가 23년 전 며느리 전정분(47) 대표가 이어받았다. 봄이 되면 이 집 생각이 난다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해마다 찾는 단골이 주인을 먼저 반기며 들어오는 묘한 풍경이 익숙한(?) 집이다.

초고추장 버무린 멸치회 고소한 맛 일품
통째 먹는 구이·진한 바다향 찌개도 맛있어


우선 멸치회를 시켰다. 일행 중 한 명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라며 멸치가 비리지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한입을 먹더니 "가을 전어의 고소함은 비할 것도 아니다. 정말 사르르 녹는다. 왜 이때까지 이 맛을 몰랐었나 싶다"고 한다. 진작에 소개해 주지 않았다며 원망까지 덧붙인다. 본인이 멸치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사진을 찍어서 바로 SNS에 올리고 야단법석이다. 전 대표도 "산란기를 앞두고 부드러운 육질에 고소한 맛을 가진 봄 멸치를 꼭 먹어 봐야 한다"며 웃는다.

'장군 멸치 회촌'에서는 싱싱한 봄 멸치로 만든 멸치구이를 맛볼 수 있다.
싱싱한 멸치는 구하기가 어렵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메뉴라 부산에 살아도 먹어 보지 않은 이가 많다. 봄 멸치는 기름져서 고소한 점이 특징이다. 뼈를 발라낸 멸치는 씹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과 아삭한 채소 사이에서 사르르 사라진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릇을 싹 비웠다.

그다음 메뉴는 멸치구이다. 지금 잡히는 멸치는 어른 가운뎃손가락보다 큰 대멸(7.7㎝ 이상)이다. 구워 나온 멸치를 보면 제대로 생선구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머리부터 통째로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머리와 꼬리를 떼고 살만 발라 먹으면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흔히 그림으로 그리는 그 생선뼈 모양이 남는다. 일행은 그것을 보고 "멸치가 생선이 맞네"라며 즐거워한다.

마지막으로 나온 메뉴는 멸치찌개이다. 다시마, 마른 멸치, 양파, 파 뿌리 등을 넣어서 진하게 육수를 낸다. 거기에 주인공인 멸치와 시래기, 채소만 넣고 끓여 낸다. 전 대표는 "육수에 멸치만 넣으면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간이 딱 맞아 누가 끓여도 맛있을 거다"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같이 나온 반찬에서도 기장 바다 내음이 난다. 평소 먹기 힘든 봄철 미역귀를 무쳐 낸 반찬도 있었다. 멸치 외의 재료는 대부분 전 대표의 친정어머니가 농사지은 것들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믿고 먹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신선한 재료들이다.

그는 "멀리서 기장 봄 멸치 드시러 와 주셔서 고맙다. 주말엔 사람이 많다 보니 오래 기다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맛있는 음식으로 열심히 보답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멸치 회무침 작은 거 2만 원, 멸치 찌개 작은 거 2만 원, 멸치구이 2만 원. 영업시간 09:30~22:00. 봄철엔 휴무 없음, 다른 계절 2·4주 목요일 휴무.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607. 051-721-2148. 

■ 기장시장 '못난이 식당'

새벽까지 제주 바닷속을 헤엄치던 갈치는 매일 아침 부산행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에서 내린 갈치는 곧바로 전용 밴을 타고 송송자(59) 대표가 운영하는 '못난이 식당'으로 향하고….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팬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기다리고 있다.
갈치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한 기장 '못난이 식당'은 갈치 구이가 인기 메뉴이다.
매일 새벽 제주서 직송된 질 좋은 갈치 사용
단맛 감도는 구이·간이 적당한 찌개 입소문


기장시장은 대게 시장으로 불릴 만큼 대게집들이 많고 또 유명하다. 그중 '못난이 식당'은 갈치요리 전문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송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지는 27년째, 처음에는 다른 메뉴도 있었다. 하지만 손님마다 자꾸 갈치만 찾아 15년 전부터 갈치 메뉴만 남았다.

처음 7천 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3만 원으로 올랐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한 단골은 "가격이 오른 점은 조금 아쉽지만 맛은 변함이 없어서 좋다"고 말한다. 송 대표는 "가격이 비싸서 미안하다. 하지만 제일 좋은 갈치만 고집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고 말한다. 왜 '못난이 식당' 이냐고 물었더니 본인의 별명 중 하나였단다. "다른 별명도 있었는데 다른 거로 할걸"이라며 깔깔웃는다.

'못난이 식당'은 시장 골목보다 낮아 잘 보이는 위치가 아니다. 처음 방문했다면 시장 중간쯤까지 들어가 사람이 많이 모인 집을 찾으면 찾기가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갈치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한 기장 '못난이 식당'은 갈치 찌개가 인기 메뉴이다.
자리에 앉아 갈치구이와 찌개를 시켰다. 먼저 나온 것은 갈치구이다. 예전에 갈치구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던 지인을 설득해 데려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랬던 그가 맛을 보더니 "갈치가 입안에서 녹는다. 설탕을 뿌린 것인가? 분명 소금 간일 텐데 단맛이 난다"며 극찬을 했었다. 이러면 데려간 입장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부산에서 음식 좀 먹는다는 사람은 다 아는 이미 유명한 집이다.

반찬은 다시마, 미역, 쌈 종류를 포함해 10여 가지가 나온다. 갓 구운 갈치를 기장 미역 위에 올려 멸치젓이나 전어젓을 올려 쌈을 싸 먹어 보자. 저절로 엄지손가락이 올라갈 것이다. 최고! 갈치찌개는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고 간이 딱 좋다. 간이 배어 있는 노란 호박과 갈치를 국물과 함께 떠서 먹으면 밥 두 그릇도 문제없다.

송 대표는 지난달에 시장 상인 500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 찾아오는 손님은 대게 이웃 상인에게 가게를 물어서 온다. 이웃이 가게 위치를 알려준 덕분에 유명해진 것 아니겠느냐"며 "고마워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는 "행복하게 먹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건네는 인사에 내가 오히려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이런 마음을 넣어서 만드니 먹고난 이들이 행복해지나 보다.

생갈치구이(1인분) 3만 원, 생갈치찌개(1인분) 3만 원. 갈치회무침 3만 원. 영업시간 11:00~19:00(준비 시간 15:00~16:00). 부산 기장군 기장읍 차성동로 3번길 7 기장상회. 051-722-2527.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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