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프라이팬 고깃집 2곳] 촉촉한 육즙을 고기 속에 가두다

입력 : 2015-04-22 19:31:56 수정 : 2015-04-23 14: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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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베이 101에 위치한 '대도식당'에서는 살치, 새우살, 알등심이 골고루 들어간 질 좋은 등심을 맛보고 덤으로 멋진 풍광도 즐길 수 있다.

무쇠 철판이 뜨거워지면 기름으로 프라이팬 겉면을 코팅해 준다. 충분히 달구어진 철판에 고기를 올리면 맛있는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익는다. 겉은 바싹하게, 속은 부드럽게, 육즙이 빠져나갈 사이도 없이 고기 속에 갇힌다. 직화 방식이 아닌 무쇠 프라이팬 위에 굽는 고기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면 한 번 도전해 보자. 기름이 빠지지 않아서 튀겨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한 숙성을 했기에 그럴 염려는 없다. 직화보다 건강에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먹어 보고 어떤 방식이 맛있는지 판단해 보자.

■해운대 더베이 101 '대도식당'

무쇠주물 철판과 전기 인덕션 
일정한 온도로 구워내는 게 비결 
모든 것이 시스템화 한결같은 맛 자랑 
50년 전통의 맛에 마린시티 풍광은 덤

더베이 101에 위치한 '대도식당'에서는 살치, 새우살, 알등심이 골고루 들어간 질 좋은 등심을 맛보고 덤으로 멋진 풍광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이름난 전국구 맛집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50년 전통 한우등심구이를 자랑하는 서울 왕십리 '대도식당' 이야기다. 대도식당은 지난해 5월 '더베이 101'에 해운대점을 열었다. 얼마 전 '수요미식회'라는 한 방송 프로에서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라는 이야기와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온 출연자들의 칭찬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 마린시티의 외국 같은 풍경을 즐기며 먹을 수 있으니 부산에 사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한우 생등심 오리지널컷 200g을 시키면 살치, 새우살, 알등심의 기름을 제거한 후 좋은 부위를 일정한 비율로 맞춘 등심을 맛볼 수 있다. 단골 입장에서는 특혜가 없다고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고기는 누구나 평등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등심(等心)'이다. 
아삭한 깍두기와 새콤달콤한 김치 국물에 볶은 별미 '깍두기 볶음밥'.
고기가 나오자 무쇠주물 철판 팬을 두태기름(콩팥 옆에 붙은 기름)으로 먼저 닦은 뒤, 대파로 다시 닦는다. 박지만 대표는 "다른 잡내가 없어지고 고기에 풍미를 더해 준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거기다 "무쇠주물 철판과 전기 인덕션을 함께 사용해 고기가 일정한 온도로 구워져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비결을 말해 준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어 언제나 똑같은 맛을 맛볼 수 있다. 함께 나온 양배추는 고추장에 찍어 먹어보자. 등심의 고소함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혹시 구운 양배추의 맛이 궁금하다면 양배추만 따로 구워야 한다. 고기와 함께 구우면 양배추의 수분 때문에 고기가 맛이 없어진다.

박 대표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요리연구소'열정의 부엌'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판매가 시작된 당면 된장 역시 그의 작품이다.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반찬 가짓수가 적다는 손님의 요구로 무채와 갓김치도 부산에서만 나온다.

고기를 다 먹고 나니 깍두기 볶음밥이 궁금해진다. 깍두기를 육향이 밴 철판에 올려 국물이 약간 졸아들 때까지 익히다가 밥을 넣는다. 그리고 제철 채소를 곁들여 볶으면 완성된다. 깍두기의 아삭함이 살아 있다! 새콤달콤한 김치 국물에 볶은 밥은 감칠맛이 난다. 김치 볶음밥처럼 흔하지 않아 호기심에 먹었는데 이 맛이 자꾸만 생각난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2차로 어디를 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커피, 아이스크림, 맥주까지 더베이 101 안에서 만사 해결된다. 여기 아이스크림은 얼마나 달콤하고 부드러운지 모르겠다. "대도식당에서 식사하자"고 이야기하면 전통과 현대, 경치와 맛을 한 번에 누릴 수 있으니 언제나 답은 "오케이"다.

한우 생등심 오리지널 컷 200g 3만 9천 원, 된장죽 4천 원, 깍두기 볶음밥 4천 원, 당면 된장 5천 원. 점심특선-한우 생등심 해운대컷 130g 2만 6천 원, 한우함박 1만 5천 원, 등심국밥 1만 2천 원. 영업시간 11:00~22:00. 부산 해운대구 동백로 52. 051-726-8801.

■미포 '우봉 BY 사대 독자'

등심의 진한 맛에 살살 녹는 안거미 
"고기 맛 자신있다"는 특수부위 전문점  
알고 보니 매형이 김해 주촌 경매인 
총각 사장님, 갈빗살 된장에 와인도 판매

'우봉'에서는 무쇠 프라이팬에 구워 육즙이 살아있는 한우 특수 부위를 맛볼 수 있다. 갈빗살이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도 추천한다.
미포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한우 특수부위전문점 '우봉 BY 사대 독자'라는 간판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목소리 우렁찬 남자들의 "어~서오세요"라는 합창이 손님을 반긴다. 자리에 앉아 스페셜 모둠 600g을 주문했다. 등심과 갈빗살이 먼저 나왔다.

이호준(34) 대표는 직접 서빙도 하고 고기도 구워 준다. 특히 여자끼리 함께 온 경우에는 꼭 본인이 구워 주고 싶단다. 이 대표는 고기 맛있다는 이야기보다 여자친구 구한다는 이야기를 더 크게 적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고기 맛은 이미 자신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좋게 생각해 본다.

특수부위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지 묻자 "김해 주촌 ○번 경매인 직거래다. 그 경매인이 첫째 매형이다"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좋은 고기를 구해 줄 수밖에 없는 혈연관계다. 자신감이 이해가 된다.

구운 등심과 갈빗살은 익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불판이 더러워지자 마치 지우개처럼 자른 무 도막으로 닦아 준다. 먹는 음식인데 조금 덜 닦이더라도 이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안거미와 안창살이 나왔다. 제비추리가 나오는 날도 있다. 세 가지 중에 그날 좋은 부위로 두 가지로 맞춰 나온다.

등심의 진한 맛을 넘어설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육즙 가득한 안거미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고기 자체가 맛있다 보니 소금을 찍지 않아도 간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마지막에 나오는 육회까지 배가 불러도 자꾸만 들어간다.
신선한 소고기로 만든 육회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같이 나온 물김치와 명이나물이 맛있다고 하자 그는 "김치 원산지는 대원아파트 ○동 ○호"라고 말한다. 거기가 어디냐고 묻자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라고 답한다. 국내산 재료로 어머니가 직접 담가 주신 김치다.

'우봉(牛峯)'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최고의 소고기라는 뜻도 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 중 '봉(峯)' 자를 딴 것이라 가족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그의 둘째 매형은 오렌지상가에 우봉 2호점을 냈다. 미포점이 인기가 없었다면, 가족이 화목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테이블이 5개밖에 없어 오후 7~9시에 오면 대기인 수가 길어질 수 있다. 그 시간을 피한다면 친절하고 잘생긴(?) 4대 독자 이 대표가 구워 주는 고기를 먹어 볼 기회가 올 것이다. 고기를 먹은 후 갈빗살이 듬뿍 들어 있는 된장도 잊지 말자. 그날의 와인리스트도 준비되어 있다. 꼭 마시고 싶은 술이 있다면 들고와도 된다. 사대 독자는 콜키지 따위는 안 받는다.

안거미·안창살 100g 2만 4천 원, 제비추리 100g 2만 원, 한우 등심 100g 1만 6천 원, 스페셜 모둠 600g 9만 9천 원, 볶음밥 2천 원, 된장찌개 5천 원. 영업시간 17:00~01:00.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7. 051-741-9242.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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