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도 좋은 맛집] 혼자면 어때… 맛있는 걸 어떡해^^

입력 : 2015-05-06 18:57:22 수정 : 2015-05-07 1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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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가'에는 1인용 고기 불판이 준비되어 혼자 고기를 구워도 이상하지 않다.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은 왠지 즐겁지 않다. 그래서 금방 먹고 나올 수 있는 국밥이나 햄버거 같은 간단한 메뉴를 찾게 된다. 최소 두 사람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메뉴가 있다. 이런 것도 혼자서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두 곳을 소개한다.

서면 센트럴 상가에는 '우미가(牛味家)'라고 적힌 음식점이 있다. '소가 맛있는 집'이라는 뜻의 고깃집 이름 같다. 하지만 가게 안에 들어서니 특이한 점이 보인다. 고기 불판이 설치된 바(Bar)가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서면 '우미가(牛味家)'

가게 한가운데 1인용 고기 불판
혼자 고기 구워 먹는 집으로 유명
함께 온 일행 취향따라 따로 앉기도
유쾌한 사장님 덕에 외롭지도 않아요

김병화(43) 대표가 운영하는 '우미가'는 3년 전 남천동 시절부터 혼자 고기 구워 먹는 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혼자 밥 먹기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혼자 고기 굽기는 '난도 상'에 속한다. 하지만 우미가에서는 1인용 고기 불판이 바 형태로 준비되어 고기는 원래 혼자 구워 먹는 것, 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일행이지만 각각의 불판으로 각자 먹고 싶은 고기를 굽는 팀도 가끔 있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앉는 자리에 따라서도 성격이 드러난다고 했다. 기자는 가장 소심한 사람이 앉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 자신이 어떤 성격인지 물어보아도 재미가 있겠다.

메뉴의 '말이등심'과 '차돌박이'가 다 궁금해서 두 가지를 다 시켰다. 고기는 주문과 동시에 썰어 시간이 좀 걸린다. '말이등심'은 고기가 롤처럼 말려 나왔다. 이건 고기를 펴지 말고, 말린 채로 구워야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는단다. 고기가 익으면 소금에도 좋고,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도 좋다.

등심 한 점을 아무것도 찍지 않고 씹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온다. 두껍게 썬 등심과 모양은 다르지만 고소함은 뒤지지 않는다. 혼자라 고기 한 점 굽는데도 정성을 쏟고,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생긴다.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밥이 빠지면 왠지 마무리가 안 된 기분이다. 밥을 시키니 김 대표가 햇반을 하나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초밥틀로 찍고 카레 소금을 뿌려 접시에 내어놓는다. 이렇게 나온 밥 위에 고추냉이와 고기를 한 점씩 올리면 고기초밥이 완성된다.

실은 혼자 먹으며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다. 유쾌한 김 대표가 불판 온도를 체크해 주고, 고기를 태우지 않는지 감시(?)도 해 줘서 심심하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여행사를 운영하며 부산 맛집투어 상품을 만들 만큼 먹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단다. 맛집 찾아다니다가 차린 고깃집이다. 

잘 구워진 고기를 초밥틀로 찍어낸 밥 위에 올리면 고기 초밥이 된다.
한우 1++ 말이등심 100g 2만 원, 차돌박이 150g 2만 원. 영업시간 18:00~23:30. 일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666번 길 50. 경남공고 건널목 앞. 051-804-2676.

■대연동 '엉클밥'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엉클밥'을 찾아갔다. 오픈 주방 바로 앞 자리. 길가가 보이는 창문과 마주한 작은 테이블이 혼자라도 괜찮아 보였다. 최대 2명까지 앉을 수 있는 인기가 좋은 곳이다. 
'엉클밥'에는 4가지 버섯과 직접 양념한 불고기에 깻잎을 올려 만든 '깻잎불고기피자'가 있다.
커피와 '깻잎불고기 피자'를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이수곤(31) 대표는 도를 펴고 피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대표의 동생 수운(28) 씨가 접시와 포크를 가져다주며 메뉴 설명을 한다. 가게 이름이 '엉클밥(uncle bob)'이고 남자 두 명이서 하는 가게라 각각 '큰삼촌'과 '작은삼촌'으로 불린다.

길가 창과 마주한 작은 테이블
'큰 삼촌' '작은 삼촌' 추억이 담긴 메뉴
오븐에 굽는 피자서 화덕피자 냄새 솔솔
친절한 삼촌들 늘 대기 중이랍니다

작은 테이블 자리는 주방에 서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다. 이 대표에게 '엉클밥'이 '삼촌이 해 주는 밥'이라는 뜻인지 물었다. 그건 아니었다. 3년 전에 가게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학생 손님 눈에도 자신이 삼촌으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엉클'이라 붙였다. '밥'은 유학 시절 영어 이름이었단다.

이야기하는 사이에 피자가 다 되어 가는 고소한 냄새가 난다. 오븐을 사용해서 굽는데도 특이하게도 화덕피자의 느낌이 난다. 먹기 좋게 작은 조각으로 잘린 피자 위에는 깻잎이 올려졌다. 이건 불고기를 깻잎에 싸서 먹는 기분이다. 도는 고소하면서도 쫄깃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잘 어울린다.

깻잎 불고기 피자라는 메뉴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대표가 예전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다. 고기와 버섯을 함께 구우면 더 맛있었다는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피자 안에 4가지 버섯과 직접 양념한 불고기에 깻잎을 올려 만들었고 그 결과는 가게 최고 인기 메뉴가 되었다.

질문하면 답이 자꾸만 예상을 빗나간다. 그래서 대화가 더 재미있다. 피자 굽는 법을 비롯해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적은 없다. 하지만 빵은 유학 시절 주인집에서, 파스타는 예전 아르바이트했던 가게에서 배웠단다. 메뉴마다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다.

피자를 혼자 먹어 보니 양이 조금 많다. 두 달 전까지는 작은 사이즈가 있었는데 손님이 대부분 학생이라 양이 적고 조금 비싸다고 해서 없어졌다. 곧 유학 시절 배웠던 바나나 파운드 케이크를 시작할 예정. 엉클밥에는 친절한 삼촌 두 명이 늘 대기 중이다. 혼자 밥 먹기 싫은 날 창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보자.
길가가 보이는 창문과 마주한 작은 테이블은 가장 인기가 좋은 자리이다.
깻잎불고기피자 1만 4천 원, 슈퍼슈프림피자 1만 4천 원, 고르곤졸라피자 1만 2천 원, 아메리카노 3천500원. 영업시간 12:00~1:00.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수영로 334번길 56-1 향수원룸. 070-4151-0209.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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