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맛집 2곳] 맛집 블로거가 연 음식점, 그 맛은?

입력 : 2015-05-13 19:02:20 수정 : 2015-05-14 15: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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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불고기, 차돌박이 불고기 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우심보의 세트 메뉴. 사진=블로거'울이삐'제공

맛집은 어떤 경로를 통해 찾을까? 요즘엔 W&J, 맛집 블로그, SNS 등의 추천이 아닐까. 그런데 음식점 주인이 맛집 블로거이자 열심히 SNS 활동까지 한다면? 안목은 경험이 없이는 생기지 않는다. 또 입맛은 많이 먹어 볼수록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름난 맛집 블로거들이 자신 있게 공개한 자신의 가게 두 곳이다.

■'큰바다소년'의 우심보

메뉴만 봐도 확실히 뭘 알고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서면 1번가 뒷골목에 자리 잡은 한우 불고기 전문점 '우심보(牛心保)'말이다. 우심보는 '부산 불고기'를 자기 것으로 취해버렸다.(서울 불고기, 언양 불고기, 광양 불고기가 다 있는데 부산 불고기는 왜 없었을까.) 부산 불고기는 숙성 꽃등심에 즉석 양념을 얹은 생고기다. 불고기라고 부르기에는 고기 자체가 아주 좋다. 이렇게 해야 고기와 양념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혹시 조금 느끼하다면 미리 준비된 생 고추냉이를 살짝 얹어 보자. 고추냉이의 알싸함에 느끼함 따위는 바로 "형님!"이라며 무릎을 꿇는다.

'부산 불고기'는 왜 없었을까?
맛난 음식과 술 즐기는 주인장
소고기에 고추냉이 곁들이고
한우와 사케를 '국제 커플'로 준비


고깃집에서 웬 고추냉이일까? 우심보의 신벤자민(재미 교포이자 '큰바다소년'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맛집 블로거) 대표의 아이디어다. 신 대표가 일식 요리사와 어울리다 "소고기에도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적용한 것이다.

맛난 음식과 술을 즐기는 그의 취미가 우심보에 맘껏 적용되었다. 실은 애주가로서 살짝 감동했다. '구보다센주'같은 이름난 사케를 5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한우와 사케는 잘 어울리는 국제 커플이라 사케 리스트가 점점 늘어날 모양이다. '저희가 준비하지 못한 와인이나 사케는 가져와 먹어도 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콜키지 따위는 없다! 혼자서 고기를 구울 수 있는 바(Bar)식 테이블도 갖추고 통 레몬도 준비했다. 우심보는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 

청양고추가 들어 알싸한 '만땡밥'.
'차돌박이 불고기'가 최고 인기라고 했다. 어떻게 '차돌'이 이렇게 금방 녹아서 사라지니?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게 '차돌'이다. 양념 된 '차돌'은 중독성이 더욱 강하니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부산 불고기 한 점을 따끈한 밥 위에 고추냉이와 함께 올렸다. 고소함과 알싸함이 꼭 남녀의 어우러짐 같다. 나오는 부위마다 높이와 크기가 각각의 이유로 다르다. 마무리는 사실 고민이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열무 국수는 올여름 일을 낼 태세다. 청양고추가 든 '만땡밥'은 화룡점정의 마무리이고.

신 대표는 "많이 먹어 본 사람 못 당한다. 음식점 사장은 많이 먹어 보고 손님과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식의 꽃은 한우'라는 이야기도 귀에 꽂혔다.

차돌박이 불고기 100g 9천900원, 술한잔 구이 2인(400g) 4만 7천500원, 우심보 스페셜 2인(400g) 6만 3천500원, 모임세트 4인(1㎏) 12만 5천500원, 영업시간 16:00~01:30(일요일 24:00).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232-15. 051-818-7677.


■'오르다'의 부산원조해물탕찜
부산원조해물탕찜의 랍스터 해물탕. 박종호 기자
사실 처음에는 좀 무리한 결정이 아닌가 걱정했다. 부산에서 이름난 해물탕집(인근에서 여전히 성업 중이다)이 있다가 떠난 자리. 거기서'부산원조해물탕찜'이라며 이전보다 더 비싸기도 한 메뉴를 자신있게 선보이다니….

갑각류계의 '갑' 바닷가재
해물탕·해물찜 비주얼로 압도
'부산 대표 맛집'자신만만 사장님
"3대 물려줄 음식점 만들 것"

지난 일요일 저녁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에 찾았는데 빈자리가 보이지 않으니 신기한 일이었다. 실은 주인장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자주 보여 왠지 친숙한 느낌도 들었다. 청년과 세상을 잇는다는 취지로 열린 '요리왕 김자취 대회'에도 후원사로 참여했던 기억도 났다.

부산원조해물탕찜은 해물탕과 해물찜에 바닷가재를 넣은 메뉴를 앞에 내세우고 있었다. 말은 못 하지만 상에 오른 바닷가재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내가 이래봬도 갑각류계의 '갑'인데 해물탕이나 해물찜에 들어간다는 게 말이 돼?" 바닷가재는 화가 나서인지 몸이 아주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 순간 일행은 "우와!"하고 일제히 함성을 지른 뒤 일제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이걸 다 먹으려면 대체 몇 명이 필요할까.
마무리로 랍스터를 넣어 라면을 끓인 모습.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꽤 이름난 가게가 된 데에는 이렇게 압도적인 비주얼과 SNS의 영향력이 컸다. 물론 맛도 있었다. 분기탱천한 바닷가재의 살은 그야말로 탱탱했다. 이날 가장 좋았던 것은 잡것 없이 해물만이 어우러진 해물탕의 순한 국물 맛이었다. 찜도 역시 순수함(?)이 느껴졌다. 이 점이 의외였다. 서면에서 24시간 영업한다면 술꾼도 적잖이 올 것이고 자극적인 국물을 찾을 텐데 말이다.

조래영 대표는 등산 카페에서 활동할 때부터 지은'오르다'라는 블로그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게 매상도 이름처럼 올랐으면 좋겠단다. 알고 보니 해물탕의 국물 맛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전에 '농축 사골'로 이름난 돼지국밥집을 했다. 손님은 많았지만 힘이 들어 돼지국밥집은 넘기고 3대까지 물려주는 음식점을 하고 싶어 새 가게를 열었다. 1년만 하면 부산 대표로 키울 자신이 있단다. 오징어와 문어 등으로 국물을 내고 쑥갓이 향을 담당한 점심 특선 해물칼국수도 별미라고 한다. 다음에는 점심에 둘이 와서 해물칼국수(1인 8천 원)를 먹어봐야겠다.

해물찜 4만~6만 원, 해물탕 4만 5천~7만 원, 아구찜 4만~5만 원, 랍스터 해물탕 12만 원, 랍스터 해물찜 10만 원. 24시간 영업. 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33(부전동). 051-803-1236.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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