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 고소한 맛 소금구이 VS 불향 그득 숯불구이

입력 : 2015-05-20 18:59:56 수정 : 2015-05-22 16: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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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이른 여름이 왔다. 짧은 봄이 지나가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몸이 적응을 못 하는지 힘이 없다. 이럴 때는 몸에 좋은 보양식이 생각난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몸에 좋다는 오리고기는 어떨까? 직접 기른 채소와 함께 내어주는 고소한 소금구이, 아니면 편안한 통나무 집에서 먹는 불향이 솔솔 나는 숯불구이. 선택만 하시라.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오리고깃집 두 곳을 소개한다.

골목 안에 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집이 있다. 이 동네에 오래 살았다고 해도 찾아가기 힘든데 처음 오는 사람은 당연히 못 찾는다. 먼저 여기를 알게 된 손님은 깊이 숨겨 둔 보물을 꺼내듯이 다른 이에게 소개한다. 한 번 다녀가면 단골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용호동 '낙원 조개 오리'

친한 사람한테만
조용히 알려 준다
왜? 맛있으니까!


송숙경(48) 대표가 '낙원 조개 오리'를 개업한 지는 3년째. 그 전에는 돼지고기구이 집을 10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 집을 찾으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당에 심어진 감, 배 나무다. 작은 화분마다 고추, 부추, 시금치, 근대 등 채소도 많이 심겨 있다.

오리 소금구이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송 대표는 옥상을 구경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옥상에 올라가니 제법 큰 텃밭에 상추가 가득하다. 상에 올라오는 상추는 바로바로 수확해서 사용한다. 큰 상추는 겉절이, 이제 막 잎이 올라와 부드러운 부분은 쌈으로 내어놓는다. 이렇게 하면 맛도 있고 보관을 잘못해서 무르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좋다. 손님이 많아 상추가 미처 자라지 못하면 사다 쓰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직접 키운 것으로 내어놓는다.

겨울에도 비닐을 씌워 하우스 재배를 하니 믿고 먹을 수 있어 좋다. 식물 키우기가 취미냐고 묻자 그의 대답은 "먹을 수 있는 채소 키우기! 이왕이면 먹을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으냐"고 말한다.

주문한 오리 소금구이가 여러가지 버섯과 부추와 함께 올려져 나왔다. 불판은 굽는 동안 오리고기 기름이 한쪽으로 빠지게 되어 있다. 고기가 다 익으면 버섯과 부추를 올려 함께 굽는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직접 키운 상추에 올려 한입 먹었다. 소금구이인데도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다. 상추는 방금 수확해 싱싱함은 기본이고 향이 살아있다. 상추가 맛있어서 고기가 더 맛있는지, 그 반대인지 몰라도 빠른 속도로 고기가 사라진다.

고기를 다 먹어 갈 때쯤 밥을 볶았다. 더 들어갈 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밥은 뱃속 빈자리를 잘도 찾아 들어간다. 입구에는 조개를 넣어둔 수조가 있었다. 배가 부르자 그제야 왜 '낙원 조개 오리'인지 물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는 지인이 자연산 조개를 잡아 줘서 내놨다. 지금은 잘 잡히지 않아서 가끔 받아오고 그 외엔 사서 쓴다. 오리와 조개를 같이 구우니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단다. 이런 집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안타까움마저 생긴다. 골목 안에서 반짝이는 이 집에 누구를 데려갈까 행복한 고민 중이다.

오리 소금구이 2만 5천 원, 낙원스페샬 5만 원, 조개탕 2만 원, 볶음밥 2천 원. 영업시간 11:00~ 23:00. 부산 남구 용호동 144-2. 051-628-3938.

■만덕 '삼소(三笑) 통나무집 숯불구이'

들어설 때 웃고
맛있어서 웃고
나갈 때 또 웃는다


숲 속에 자리 잡은 통나무집에서 식사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만덕 1터널 위에 자리 잡은 '삼소 통나무집 숯불구이'에 가면 바로 그 기분을 느껴 볼 수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나무에 둘러싸인 2층 통나무집과 원두막처럼 생긴 작은 집이 눈에 들어온다. 시골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권영애(63) 대표가 2년에 걸쳐 소나무와 황토를 사용해 직접 지은 집이다. 왜 '삼소(三笑)'라고 지었는지 궁금했다. 들어올 때 한 번, 음식이 맛있어서 한 번, 나갈 때 한 번 이렇게 세 번을 웃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지은 이름이란다. 여기에 온 손님 모두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웃으면 복도 오고 건강에도 좋다. 
가게는 2003년 6월에 시작했다. 맛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져 동네 주민인 지인이 몇 번이나 추천하던 집이었다. 하지만 권 대표는 "그냥 열심히 한다. 신문에 내지 않아도 된다"며 취재 거절을 했다. 기사를 쓰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그 맛이 궁금했다. 그래서 단골 지인과 함께 가게를 찾았다.

꼭 먹어 봐야 한다는 오리 숯불 불고기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권 대표는 오리가 숯불에서 구워져 나오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린다고 설명했다. 맛있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장아찌를 포함해 10여 가지의 반찬이 먼저 차려졌다. 장아찌는 제철 채소를 사서 그가 직접 담근다. 너무 짜지도 않고 아삭하면서 새콤달콤 맛이 있었다. 같이 나온 나물이며 모든 것이 간이 딱 맞다. 맛있다고 소문이 난 집은 반찬만 먹어 봐도 느낌이 온다. 이 집이 그랬다.

권 대표는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그날 쓸 채소와 필요한 것을 직접 장을 본다고 한다. 미리 장을 보아 두면 신선하지가 않아서 그렇게 한다.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고 오랫동안 장사한 집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료가 좋은 것이 공통점이다.

오리 숯불 불고기가 구워져 나왔다. 고기에서 불향이 솔솔 난다. 다 익은 채로 나왔으니 올려진 부추가 살짝만 익으면 바로 먹으면 된다. 장아찌와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권 대표는 맛은 어떠냐고 슬쩍 물어본다. "맛있다"고 이야기하니 "다른 손님도 맛있다고들 하더라"며 은근한 자랑이다. 지인의 추천이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날 편안한 숲 속 통나무집에서 세 번 보다 더 많이 웃었다.

유황생오리숯불구이(1㎏) 3만 3천 원, 오리탕 4만 원, 산채 돌솥 비빔밥 1만 원. 영업시간 10:00~22:00. 주차장 있음. 부산 북구 중리로 78. 051-333-4277.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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