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동 동네 맛집] 가족만 먹기 아까워 골목으로 나온 집 밥

입력 : 2015-06-03 19:02:54 수정 : 2015-06-04 17: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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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석쇠불고기'에서는 초벌로 구워져 나온 돼지 고기와 직접 요리한 제철 반찬을 먹을 수 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 매일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일찍 퇴근하고 돌아온 날 동네 산책 삼아. 혹은 주말에 밥하기 싫을 때 편하게 갈 곳도 필요하다. 부산 남구 용호동 주민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동네 주민 자격으로 찾아낸 '동네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손맛 가득 제철 반찬에 채소 듬뿍 '파 샐러드' 별미

■오광석쇠불고기

요즘 이기대 공원은 나뭇잎이 한창 푸르러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산책을 마치고 나서 배가 고프다면, 집에 들어가서 밥을 하기에는 번거롭다면…. 공원에서 내려와 용호 1동 시장 방향으로 건널목을 건너니 '오광석쇠불고기'라는 노란 간판이 보이는 게 아닌가. 지난해 12월 오광자(54) 대표가 "집에서 가족에게만 밥 해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지인들의 끊임없는 권유로 시작한 곳이다. 어떤 맛이기에 그럴까.

두 사람이 가서 석쇠 삼겹살을 2인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선 생고기를 썬 뒤 초벌로 구워 나온다. 손님 입장에서는 살짝만 더 익히면 금방 먹을 수 있어서 편하다. 오 대표는 "테이블마다 고기를 구워 줄 수 없어 미안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들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기 옆에다 김치, 콩나물, 마늘을 올리고 조금 더 익기를 기다렸다. 타는 목마름으로 얼른 한 점을 맛보았다.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하다.

꼭 소개해야 할 별미가 하나 더 있다. 파무침을 대개 '파조래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여기선 '파야채 무침'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가졌다. 지인은 다른 반찬은 다 먹어도 되지만 파야채 무침만큼은 고기가 나올 때까지 꼭 기다리라고 했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당긴다. 파야채 무침은 샐러드처럼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고기와 함께 몇 그릇이나 추가로 시켜 먹었는지 모르겠다. 파 외에도 채소가 5가지나 더 들었다. 직접 담가 2년을 묵힌 매실 엑기스를 쓰는 것 외에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했다. 이러니 지인들이 음식점을 열어 보라고 권했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가짓수가 많은 반찬도 다 맛이 있다. 두릅, 방풍나물, 양파 장아찌가 감칠맛이 좋다. 가족 식사 준비할 때처럼 시장에 가서 그날 좋은 재료를 사서 어떤 반찬을 할지 결정한단다. 그래서 올 때마다 반찬 종류도 다르다. 정성과 고민이 들어간 제철 반찬을 내니 손님이 알아주는 것이다.

오 대표는 무엇이든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인단다. 직접 장을 보고 양념을 만든다. 설거지도 마지막에는 식초를 넣어서 헹구어 낸다. 집에서 살림할 때와 똑같다. 이런 정성이 음식에서 느껴지지 않을 리가 없다. 특별한 메뉴가 아니라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집이다.

가게 벽에 '메밀온소바'와 '석쇠불고기'가 따로 적혀 있다. 그의 고향 의령에서는 유명한 음식이지만 부산에서는 잘 몰라 강조한 것이다. 메일온소바에는 후추를 뿌리고, 석쇠 불고기는 돼지고기로 만든다. 의령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석쇠 삼겹살 120g 8천 원, 석쇠 불고기 600g 3만 5천 원, 메밀온소바 5천500원. 영업시간 11:30~22:30. 1, 3주 월요일 휴무. 부산 남구 용호로 90번길 13-3. 051-625-4233.


맛깔난 양배추 김치와 수수한 곤드레의 환상적 조화

■정선 곤드레

곤드레를 들기름에 볶아 고소한 향이 가득한 곤드레밥과 양배추 김치가 별미인 '정선곤드레'.
제대로 된 곤드레밥을 먹고 싶다면 강원도 정선까지 가야 할까? 밥 한 그릇 먹자고 그렇게 큰 수고까지 할 필요는 없다. 용호골목시장 입구 횡단보도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정선곤드레'로 가면 된다.

강원도가 고향인 김정옥(58) 대표가 지난해 8월에 문을 연 가게다. 평일 저녁 조금 이른 시간에 찾아갔다. 가게가 그리 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이미 만석이다.

곤드레밥을 기다리며 먼저 나온 반찬 맛을 봤다. 간이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약한데도 자꾸만 손이 간다.

반찬 가운데 양배추로 담근 김치가 특히 맛깔나다. 김 대표가 강원도에서 어린 시절에 먹고 자란 것을 시험 삼아 올렸단다. 손님의 반응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양배추 김치를 먹으려고 오는 손님이 많다. 자꾸 찾아서 이제는 바꿀 수도 없을 정도다.
곤드레밥에는 역시 이렇게 곤드레나물이 많아야 제격이다.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함께 나온 양념장을 살짝 올려 먹으니 더 맛있다. 곤드레를 들기름에 볶아 고소한 향이 퍼지니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온다.

김 대표가 음식을 만들면 남편이 서빙한다. 부부가 정답게 운영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동네 장사라 '손님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 소박하게 차리는 밥상이지만 정성이 가득하다.

동네 장사는 주부들 입소문이 중요하다. 정선 곤드레는 주부 사이에서 가격 괜찮고 맛있다고 이미 소문이 나 있다. 지인도 오기 전부터 칭찬 일색이었다. "곤드레 향이 다른 곳보다 진하다. 나물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된장국도 맛있으니 빨리 먹어 봐"라며 누가 보면 이 집과 친분이 있는 줄 오해할 정도였다. 된장국은 진한 멸치 맛국물에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 구수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옆 테이블의 손님은 된장국만 벌써 몇 그릇째 먹고 있다. 인심 좋은 그가 싫은 내색 없이 푸짐하게 또 담아 준다.

곤드레는 처음에는 강원도의 친정어머니가 보내 주는 것을 썼다. 얼마 전에 고향에 다녀오며 곤드레를 재배하는 곳을 방문해 직접 고른 것으로 바꾸었다. 그는 산지 직거래로 좋은 물건을 착한 가격에 구했다며 좋아한다. 더 맛있는 밥을 만들수 있을 것 같단다.

'정선 곤드레'에서는 김 대표의 고향 강원도의 맛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인사를 했다. 그는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을 그대로 했을 뿐인데 진짜 맛있었느냐?"며 몇 번을 물어본다.

곤드레밥 6천 원, 두부김치 1만 원, 두루치기 1만 원. 영업시간 12:00~21:00. 일요일 휴무. 부산 남구 용호로 178번길 7. 051-624-9278.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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