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맛집] 눈으로 들어 온 바다 혀끝에서 툭 터지다

입력 : 2015-06-17 19:06:45 수정 : 2015-06-18 11:23:5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낚시고기횟집의 코스 요리로 나온 자연산 농어 회.

부산은 맛집의 바다이다. W&J가 그렇게 많은 맛집을 소개했지만 아직도 골목마다 숨은 맛집들이 자기 순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번 주에는 대물 낚시고기만 취급하는 횟집과 해운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철판구이 전문점을 골랐다. 바다가 생각나는 두 집 중에 골라 보시라.

낚싯배로 직접 잡은 '자연의 맛' 식탁 위에 고스란히

낚시고기횟집의 코스 요리로 나온 자연산 농어 회.
■낚시고기횟집

가게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벽에는 낚시 사진과 광어, 다금바리, 부시리의 잘린 꼬리가 장식되어 있다. 거의 자연산이고 양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그 집. 이사라 대표가 운영하는 '낚시고기횟집'이다.

이 집의 단골이라는 지인이 '따오기급 농어'가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함께 가자고 초대를 했다. 이 대표는 "자연산은 수조에서 3일 이상 살지 못하더라. 그래서 잡으면 원하는 손님에게 문자를 보낸다"고 말했다.

새벽까지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가 먹기 좋게 회로 썰려 나왔다. 반찬으로 같이 나온 호고동과 미역은 낚시하는 동안 옆에서 직접 딴 것이라고 했다. 거제 앞바다를 식탁 위로 옮겨 놓았다. 조금 있으니 커다란 참돔이 구이로 나왔다. "맛있다!"는 감탄 뒤 인증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잡어를 사용하는 물회.
밥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배가 불렀다. 하지만 자연산 잡어를 사용하는 물회라는 설명에 안 먹어 볼 수가 없었다. 육수를 부어 함께 나온 면과 비벼서 먹으니 젓가락이 신이 난다. 같이 나온 맑은탕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바다 위에 사는 남편과 육지에 사는 부인은 주말부부다. 주로 남편인 이덕원 씨가 낚시를 하고 사라 씨가 주말에 물차를 가지고 고기를 가지러 가서 만난다. 일행이 앉은 방에는 사라 씨가 잘나가던 시절, 절정의 미모를 뽐내던 사진이 걸려 있다. 사라 씨는 남포동에서 큰 의상실을 운영했고, 덕원 씨는 전기 기술자로 일했단다. 그러다 15년 전 덕원 씨가 옥상에서 낚싯대를 닦다가 감전사고가 나고 말았다. 두 손의 신경이 마비되는 큰 사고였다. 3년이 넘는 병원 생활에 가지고 있던 돈은 모두 치료비로 날렸다.

겨우 몸을 회복하고 떠난 첫 여행지에서 덕원 씨는 바다를 보며 "낚시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낚시라면 몸서리가 쳐질 만도 한데…. 낚시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원한 맛의 맑은탕.
그 뒤 이 부부는 먹고살기 위해 낚시해서 잡은 고기를 올린 회국수를 팔았다. 열심히 하다 보니 손님들이 점차 알아줘 가게도 점차 넓히고 횟집도 하게 되었다. "그게 고맙다"며 "꼭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라 씨는 고기가 들어온 날, 가게 밖 수조에 물 반 고기 반이 되면 마음만은 부자가 된다. 덕원 씨는 곧 갈치를 잡으러 제주도로 떠날 모양이다. 돌아오는 갈치 철에는 물 좋은 갈치회 맛을 기대해도 좋겠다.

낚시고기 1인 3만 원, 자연산물회 1만 5천 원,코스요리 1인 5만 원. 영업시간10:00~22:00. 일요일 휴무. 부산 연제구 중앙대로 990번길 19. 051-865-4004.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

불쇼로 눈 즐거운 철판구이에 랍스타그릴구이 일품
미타키의 철판요리 코스 중 식사로 나온 갈릭라이스와 미소시루.
■미타키

왜 부산 해운대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달맞이언덕에 자리 잡은 '미타키'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이날따라 짙은 안개에 뒤덮여 넓은 호수같이 보였다. '미타키' 부산점은 일본 히로시마에 본사를 둔 70년 전통의 '미타키소(三瀧莊)'가 첫 해외 진출지로 부산에 개점한 정통 일식 레스토랑이다.

지난해 문을 연 미타키의 가이세키(懷石) 요리는 벌써 꽤 알려졌다. 뒤늦게 시작한 5층의 철판구이는 과연 어떨지 궁금해서 찾아갔다. 미타키의 홈페이지에는 미타키소가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유럽적인 요소를 융합해 고풍스럽다고 소개했다. 
계절 선어 3종 모둠.
미타키 부산점 역시 비슷한 취향이 느껴졌다. 테라스에는 자쿠지(물에서 기포가 생기게 만든 욕조)가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처음엔 "저기서 누가 목욕을…"이랬다, 이내 "상상만 해도 좋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바(Bar)의 천장에는 타일을 붙이고 화장실에는 클래식한 벽지를 바른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우리 한국인의 취향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느긋하게 한잔 즐기라는 취지로 '그릴 스페이스' 바로 옆에다 꽤 널찍한 바 공간을 만들었다. 야속하게도 2차를 선호하는 우리는 다른 곳으로 허겁지겁 옮기고 만다. 그래서 바 공간이 다른 용도로 바뀔 예정이라니 그 전에 구경 삼아 가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인기 많은 7만 8천 원짜리 타쿠미(匠) 세트를 주문하고 장인의 손길을 기다렸다. '자왕무시'라고 부르는 계란찜으로 시작이다. 부드럽고, 따끈하고, 촉촉한 맛이 속을 어루만져준다. 계절 선어 3종 모둠으로 갑오징어, 광어, 참치가 나왔다. 갑오징어의 식감은 역시 갑이었다. 
랍스타그릴구이.
요즘은 그야말로 요리사 전성시대다. 철판구이 최고의 매력은 역시나 요리사의 불쇼. 미타키는 이렇게 보는 맛이 좋다. 랍스타그릴구이는 맛까지 좋았다. 아삭한 채소 구이를 거쳐 메인인 한우 안심 스테이크에 이르렀다. 암염과 와사비, 일본 된장, 간장 베이스의 색다른 소스까지 나왔다. 소고기를 3~4가지 맛으로 즐기라고 나온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기는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와사비나 된장·간장의 맛을 더해도 상당히 괜찮았다. 마늘을 많이 넣고 잔 멸치를 올려서 만든 갈릭라이스의 맛도 일품이었다. 요즘 같은 난세일수록 잘 먹어야겠다.

철판구이 세트 7만 8천 원, 12만 원, 15만 원. 점심 11:30~15:00 저녁 17:30~22:00. 부산 해운대구 중동 1502-8 JS빌딩 4~5층. 051-731-2283.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