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라면 이 김밥! ①] 평범한 김과 밥이 만나서… "잘 말아 줘~ 잘 눌러 줘!"

입력 : 2015-06-24 19:03:51 수정 : 2015-06-25 14: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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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동 '명문김밥' 유부·땡초김밥

"명문김밥은 당연히 들어가는 거지?" 김밥 특집에 대한 주변의 한결같은 반응이 이랬다. 1987년부터 28년간 명문김밥은 일 년 365일 명절에도 쉬지 않고 한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김밥 말이 따위도 필요 없다. 문유자 사장은 손만 사용해서 넉넉하게 김밥을 싸며 "우리는 종목도 하나만 하고, 저렴하게 팔아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같다"고 말한다. 쌀은 국산, 참기름도 직접 짜서 쓰고,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풍성하고 두툼한 김밥이 한 줄에 1천300~1천800원에 불과하다. 가게는 협소해 거의 포장하는 손님이다. 김밥에 우엉과 유부, 게맛살이 들어 고소하다. 땡초김밥은 톡 쏘는 매력이 넘친다.

고등어도 넣고 나물도 넣어 보고
마요네즈에 콕, 와사비 간장에 콕
주인장·꼬마손님용 특제 김밥까지
1년 365일 인기 비결이 뭐냐꼬?
좋은 쌀에 알찬 재료 그기 답 아이가


문 사장이 자신의 성을 따서 '명문(明文)김밥'이라 지었단다. 단체 주문이 많은 곳이다.

유부·땡초김밥 1천800원, 원조김밥 1천300원. 영업시간 07:00~20:00. 연중무휴. 부산 서구 토성동 4가(서구청 뒤쪽). 051-254-9295.


광복동 '포장마차' 비빔김밥

광복동 포장마차는 지난번 라면 특집 때도 짜파게티로 소개된 곳이다. 포장마차 짜파게티도 특이했지만 또 하나 비장의 무기 비빔김밥이 있다. 비빔김밥은 26년째로, 짜파게티보다 1년 더 되었다.

비빔김밥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당면과 김밥을 우동 육수에 살짝 담그는 게 순서다. 그래야 당면과 김밥에 간이 밴다. 집에서 하면 맛이 안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계란 프라이와 어묵도 잘라 넣는다. 고추장 소스에 김과 쑥갓을 올렸으면 다음은 김밥 으깨기 순서.

김밥으로 만든 비빔밥 수준이다. 김밥 먹고 이렇게 포만감이 들다니…. 신경순 씨가 춥고 배고플 때 자기가 먹으려고 시작했단다. 너도나도 달라고 해서 메뉴에 올랐다. 비빔김밥은 김밥 옆구리가 터져도 괜찮다. 김밥 가지고 김치볶음밥도 만든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비빔김밥 4천 원, 짜파게티 3천 원, 영업시간 19:00~05:00, 일요일 휴무. 오설록티하우스 광복점 옆.


송정 '송정집' 생김밥
'송정집'은 혹시 '송정의 줄 서는 집'의 줄임말이 아닐까. '생(生)김밥'은 '생각나는 김밥'의 준말이고…. 가끔 송정집의 생김밥이 생각이 나지만 줄 설 생각을 하면 망설여진다.

'자가제면 국수, 자가도정 밥'을 간판에 써 붙인 덕분인지도 모른다. 생맥주의 생처럼, 생김밥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생김밥은 매일 아침 도정기에서 내린 백미로 밥을 짓는다. 덕분에 밥이 맛있다. 김밥 안에는 매콤한 양념만 들었다. 그 양념이 궁금해서 슬쩍 물었다. 무말랭이, 실 멸치, 조미육과 참기름이 들었다고 선뜻 가르쳐 준다. 역시나 좋은 쌀로 갓 지은 밥이 비결인 모양이다. 생김밥은 매끈한 식감의 송정물국수와 먹을 때 더 맛이 있다.

송정생김밥 1인분(4줄) 2천800원. 물국수 4천 원. 영업시간 11:50~21:00. 15:00~17:00 쉬는 시간. 일요일 휴무.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 442-1. 051-704-0577.


용호동 '장산김밥' 꼬마김밥
요즘 김밥은 어린이가 먹기에는 너무크다. 어린이용 김밥은 없는지 고민이었다면 장산김밥의 꼬마김밥을 먹어 보면 되겠다. 김을 3분의 2만 사용해 전체 지름이 작다. 요즘 유행하는 큰 김밥만 보다가 꼬마김밥을 보니 일단 앙증맞았다. 밥이 적게 들어가고 소는 그대로 들어가다 보니 더 맛있다. 밥을 먹을 때 반찬을 많이 올려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

주문에 따라서 크기 조절이 가능하다. 연정윤 사장이 김밥집을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된다. 가게 주변에 유치원이 3곳이나 된다. 주요 고객인 유치원생을 생각해 만든 게 정식 메뉴가 되었다. 꼭 어린이만 먹는 것은 아니다. 양이 작은 성인에게도 인기다. 다른 곳에서는 아이에게 먹일 거라고 설명하고 주문해야 한다. 여기서는 "꼬마김밥 주세요"라고만 말하면 된다.

꼬마김밥 1천 500원, 야채김밥 2천 500원. 영업시간 07:00~20:00. 부산 남구 동명로145번길 20. 051-626-7447.


해운대 미포 '프로양곱창' 고등어김밥
이 한 장의 사진이면 되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김밥계 비주얼의 끝판왕은 프로양곱창의 '고등어김밥'으로 결정 났다. 프로양곱창은 양곱창도 팔지만 술 마시기 좋은 특이한 한식집이다.

프로양곱창이란 상호와 한식집, 게다가 고등어김밥까지 서로 너무 안 어울린다고? 아무튼 이종림 사장이 14년 전부터 고등어김밥을 자매품 꽁치김밥과 함께 만들어서 내놓고 있다. 뼈는 다 추려 냈으니 머리나 꼬리째로 다 먹으면 된다. 혹시 비리지는 않을까? 김밥 안에 생강 순을 넣어 비린내를 잡았다. 고등어 못 먹는 사람도 고등어김밥은 잘 먹는다. 맛도 맛이지만 예술 점수를 만점 가까이 주고 싶다. 아쉽지만 고등어김밥만 먹을 수는 없다. 코스나 양곱창을 먹은 손님이 원하면 서비스로 내 준다.

코스 5만, 7만, 9만 원(예약 필수). 양곱창 1인분 2만 5천 원. 영업시간 17:00~24:00. 부산 해운대구 중1동 946-3. 051-747-1727.


동래 '동래얼쑤김밥' 나물김밥
지인이 새로 생긴 김밥집을 일주일간 계속 가 보고 '동래얼쑤김밥'을 추천해 주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찾아간 날에 공교롭게 밥이 떨어져 김밥이 안 된다고 했다. 날은 저물었고, 배는 고프고 할 수 없이 김밥만 빼고 냉우동, 된장라면, 또띠아를 시켰다. 또띠아는 상큼했고, 냉우동의 면발은 쫄깃해서 아주 적절한 수준이었다. 음식을 잘하는 집이었다. 다음 날 점심에 다시 찾아가 나물김밥, 닭가슴살김밥, 제육김밥을 주문했다. 강원도 태백산 취나물을 넣어서 만든 나물김밥은 간도 맞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닭가슴살김밥을 먹고는 왠지 근육이 생긴 것 같았다. 제육김밥에는 에너지가 가득 했다. 재료를 매일 쓰고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김현화 사장이 예전에 김밥 체인점에 근무한 경험이 뚜렷한 소신을 만든 모양이다.

나물김밥 2천 원, 닭가슴살김밥 3천 원, 제육김밥 3천 원, 냉우동 4천 원, 또띠아 3천 원. 영업시간 8:30~20:30. 일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명륜로 94번 길 32. 051-557-8080.


부산대 앞 '소다미김밥' 누드김밥
부산대 출신이라면 20년 다 되어 가는 '소다미 김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시험 기간에는 덩달아 바쁘고, 시험이 끝나면 일찍 마치는 곳이다.

소다미김밥과 치즈김밥을 주문했다. 둘 다 한때 유행했던 누드김밥이다(그 많던 누드김밥은 다 어딜 갔을까). 누드라 그럴까, 시원하고 깔끔해서 좋다. 고추냉이 간장도 함께 나왔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김밥 소에 마요네즈가 들어 간혹 느끼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럴 때 고추냉이 간장에 찍으면 맛이 제대로 난다.

치즈김밥은 계란으로 김밥을 싸서 보드랍고 고소하다. 권영숙 사장은 "까만 김밥으로 야채, 참치, 불고기 김밥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누드김밥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다미·불고기·치즈·야채·참치김밥 2천500원, 모듬이김밥 3천 원. 영업시간 10:30~19:00. 토 15:00까지. 일요일 휴무. 부산 금정구 장전동 419-10. 051-518-7518.


장산역 '재벌김밥' 야채김밥
이 김밥을 먹으면 재벌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김밥으로 재벌이 되겠다는 것일까. 재벌김밥이 해운대 두산동국아파트 상가 지하에서 시작해 점포를 늘려가는 걸 보며 후자 쪽이 아닐까 짐작했다. 장사가 너무 잘되자 체인점을 시작한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도 많았다. 가족끼리만 운영하는 직영점이라고 한다.

장산역 앞 재벌김밥을 방문했더니 기본인 야채김밥을 '재벌김밥'이라고 불렀다. 다른 곳의 기본 김밥과 비교해 보니 재벌김밥이 역시 크다. 가격 대비 소가 알찬 것으로 유명하다. 1998년부터 시작했다.

일찍 문을 열어 장산에 등산하러 가거나 놀러갈 때 사가기 좋다는 사람이 많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김밥 2천 원, 돈까스김밥 3천300원, 소땡(소고기, 땡초)김밥 3천300원. 영업시간 05:00~23:00. 명절휴무. 부산 해운대구 세실로 48 . 051-704-3082.


중앙동 '분식공장' 마약김밥
부산에도 마약김밥이 있었다. 마약(?)이 빨리 품절된다는 소문을 듣고는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중앙동 분식공장으로 서둘러 갔다. 즉석으로 만들기에 많은 양이 없어서 그렇단다.

마약김밥은 유부와 소시지 조림이 속으로 들어간 5개가 한 세트였다. 마요네즈도 함께 나왔다. 그냥 먹어도 속에 들어가 있는 재료 덕에 간이 맞는다. 하지만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더 고소하게 먹을수 있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찍어 먹도록 한 아이디어가 좋았다. 자꾸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마약김밥이 맞는 것 같다. 

최희정 사장은 지난해 8월에 분식공장을 열었다. 그전에는 국제여객선 승무원으로 근무해 사무장까지 지냈단다.

마약김밥 3천 원, 중독쫄우동 5천 원, 콩나물비빔밥 5천 원, 제육비빔밥 6천 원. 영업시간 11:00~20:00. 토·일 휴무. 부산 중구 40계단길 4-3. 051-461-0470.

글·사진=박종호·박나리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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