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맛집] 생선 한 마리 통째 끓인 매운탕이 서비스라고?

입력 : 2015-07-15 19:01:21 수정 : 2015-10-06 12:15:3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멍텅구리'에서는 얼음에 재워 식감이 쫀득한 빙장회를 맛 볼 수있다.

영도에는 오래되고 인심 좋은 맛집이 많다. 이 중 두 집을 골랐다. 앙상한 뼈만 넣어 끓이는 매운탕은 사절이다.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든 매운탕이 서비스로 나오는 '멍텅구리'를 모르신다고? 당신은 정말…. 하지만 걱정마시라. 돼지 수육을 부위별로 다 맛볼 수 있고, 고소한 순대 맛이 일품인 '재기 돼지국밥'을 먹고 재기하면 되니까.

■멍텅구리

'엉터리'가 '멍텅구리'가 되었다. 두 이름 모두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인다. 하지만 '멍텅구리'가 더 자기를 자책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7년 단골임을 자처하는 한 손님은 "음식 맛은 최고다"라며 무한 애정을 드러낸다.

자리를 옮기고 이름을 '멍텅구리'로 바꾼 지는 한 달 정도가 되었다. 들어보니 사연이 있다. 멀리 가지 않았고, 여전히 깊은 손맛을 볼 수 있으니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쫀득한 빙장회 탱탱한 문어
싱싱한 해산물 안주로 제격
얼큰한 매운탕으로 화룡점정
일명 '주당들의 파라다이스'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멍텅구리가 5번째 가게이다. 경력으로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과거 '엉터리'라는 상호의 유래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음식이 나오는 순서도, 메뉴도 정해진 것이 별도로 없으니 그게 엉터리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 부끄럽다며 이름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사장님은 "우리 남편이 그냥 지은 거다. 이번 가게 이름도 역시 그렇고…"라며 온갖 해석을 일축했다. '단디무라'라고 적힌 메뉴는 어떤 것을 골라도 각 2만 원이다. 

문어 숙회는 참기름 장에 찍어 먹으면 달다.
술안주로 더 좋은 이 집의 메뉴는 전체 양은 같지만, 구성원과 비중은 달라지기도 한다. '문어와 새우'의 경우 오늘 문어가 많으면 새우가 적게 나오는 식이다. 주문도 하기 전에 기본 상이 먼저 차려진다. 홍합과 미역을 넉넉히 넣고 오랫동안 끓인 홍합미역국이 나왔다. 주문한 빙장회가 나왔다. 얼음 마사지를 받아 식감이 쫀득쫀득하다. 횟감은 계절과 그날 장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마늘, 막장, 초장, 고추냉이, 고추, 참기름, 깨소금이 환상적인 비율로 든 장도 동반 출연했다. 무엇을 찍어도 맛없기 힘든 조합이다. 
생선 통마리가 든 맛있는 매운탕이 무료다.
문어 숙회는 탱탱하게 잘 삼겼다.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맛이 달다! 큰 솥에 든 매운탕도 서비스로 나왔다. 하지만 공짜라고 만만히 보면 안 되겠다. 빨간고기와 잡어 등을 통째로 넣어서 끓여 내었다. 얼큰한 국물이 맛있다. 생선 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술이 술술 들어가니 테이블마다 소주병이 수북하다. 주당들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예전에 사장님이 아침 장을 보러 가다가 큰 교통사고가 났다. 그 일로 가게 문을 1년 반 정도 닫았단다. 아침 장은 배달로 받는 게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물건은 직접 보고 사야한다. 손님에게 싱싱한 거 잘 먹이고 싶다. 그 정성을 알아주니 또 찾는 사람이 많고 장사도 재밌다"고 말한다. 손님을 위해서라면 멍텅구리처럼 보여도 좋은 거다.


빙장회, '문어 새우', 가오리 무침, 두루치기, 꼼장어, 장어구이 각 2만 원. 영업시간 12:00~22:00. 부산 영도구 절영로93번길 11.  051-415-2421.


■재기돼지국밥
영도 '재기돼지국밥'의 돼지국밥은 맑은 육수를 사용해 잡내가 없다.
부산에 처음 놀러 오는 여행자라면 꼭 먹어 봐야 할 음식 중에 돼지국밥이 으뜸이다. 지인이 혼자서 부산에 여행을 왔다가 돼지국밥을 처음 먹었는데 느끼하기만 했단다. 그 다음부터 지인이 놀러 오면 맛있는 돼지국밥집을 찾아서 같이 갔다. 그랬더니 서울 사는 그녀가 이제는 돼지국밥의 스타일을 구분할 정도가 되었다. 부산에서 돼지국밥의 기초를 확실히 떼고 나니 제주도의 고기 국수는 물론 일본의 돈코쓰 라면도 다 맛있다고 할 정도의 입맛 소유자가 되었다.

그녀의 이번 여름 부산 여행에 앞서 영도에서 맛있다고 알려진 재기돼지국밥집을 찾았다. 남항시장에서 이종단 (71) 대표가 40년 동안 운영 중인 곳이다.

잡내 없이 부드러운 순대
매일 아침 직접 만들어
돼지국밥 고소한 맛 일품
재탕 안 한 맑은 육수 사용


국밥집 이름이 왜 '재기'일까. 이 대표의 대답에 웃고 말았다. 예전에 몸이 아파서 장사를 잠시 쉰 적이 있었단다. 다시 멋지게 재기해 보려고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솔직한 그의 바람이 이름에 담겼다.

따로국밥과 순대 제일 작은 것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젊은 아가씨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손님 연령대가 다양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왔던 꼬마가 이제는 아가씨가 되어 친구들과 먹으러 온 모양이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먹을 수 있는 이런 국밥집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국밥을 주문받을 때 어떤 부위를 원하는지 물었다. 순대를 따로 한 접시 주문했기에 국밥에는 살코기 부분만 넣어 달라고 했다. 모두 맛보고 싶다면 "다 넣어 주세요" 라고 하면 된다. 순대도 부위를 고를 수 있다. 부위별로 맛이 다르니 한 번 도전해 볼까. 일반 순대만 파는 집에서는 보기 힘든 돼지의 애기집 부위도 있다. 부드럽고 잡내가 없어 맛있는 부위이다. 
주문한 돼지국밥이 나왔다. 재기돼지국밥은 맑은 육수를 사용한다. 잡내 없이 고소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늘 물어보는 질문을 또 했다. 비법이 있나요? 이 대표의 "아침마다 육수 만들고, 재탕 안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돼지고기 수육을 직접 삶아 원하는 부위를 담아내니 맛도 있고 양도 푸짐하다. 순대의 경우 피가 많이 들어 다른 곳보다 색이 진하다. 매일 아침 창자에 당면과 찹쌀을 넣어서 만든다고 했다. 제대로 만든 순대였다. 같이 나온 부추 무침과 새우젓을 찍으니 어우러져 더 고소했다. 
아침에 직접 만드는 순대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맛볼 수 있는 부위가 다양하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돼지 우동도 좋겠다. 힘든 일이 있다면 여기서 국밥 한 그릇 먹고 힘 내자!


돼지국밥 6천 원, 돼지 우동 5천 원, 순대 5천 원. 영업시간 08:00~23:30. 2, 4주 일요일 휴무. 부산 영도구 절영로49번길 25. 051-418-0526.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