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사냥 제대로 책임질 '여름 별미' 삼총사

입력 : 2015-07-22 19:14:55 수정 : 2015-07-24 16: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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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더위를 이기는 데 이열치열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속이 시원해지는 음식은 어떨까? 시원한 막국수, 물회,밀면 중 어떤 것으로 먹을지 골라 보자.

■강릉 송정 해변 막국수

부드러운 수제 메밀 면발
더덕·마늘 버무린 양념에
윤기 가득 수육 맛도 일품

모두 번호표를 손에 꼭 쥔 채 태양을 피하고 있다. 이 집을 소개한 지인은 가게가 그리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늘 이런 풍경이라고 설명한다. 간판에는 '강릉 송정 해변 막국수'라고 적혀 있다. 송정은 부산 해운대구 송정이 아니고 본점이 있는 강릉의 지명이다. 체인점은 아니고 가족들끼리 운영한단다. 박해순·임호근 씨 부부가 식당을 운영한 지는 벌써 4년이 넘었다.

잘 삶아진 돼지고기 수육을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진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어보자.
지루한 대기 시간이 지나고 자리에 앉아 막국수와 수육을 시켰다. '메밀 물 막국수'가 나왔다. 육수가 궁금해 먼저 맛을 보니 심심한 듯하지만 깊은 맛이 난다. 직접 손으로 반죽한다는 메밀면도 너무 투박하지 않고 적당히 부드럽다. 함께 시킨 돼지고기 수육은 그냥 보기에도 윤기가 흐른다. 수육을 찍어 먹는 장이 따로 나오지는 않는다. 더덕, 마늘, 고추, 셀러리가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져 나온다. 고기 한 점을 맛본 일행은 "비계 부위가 마치 치즈 같다. 뭐가 이리 고소하고 쫀득하냐"며 감탄을 한다.

가게는 오후 3시에서 4시까지는 잠시 쉰단다. 솥에 메밀 면을 넣고 삶아 내다 보면 전분 때문에 물이 뻑뻑해진단다. 그래서 그 물을 버리고 다시 끓이는 데 시간이 걸려 그렇게 한단다. 이 시간은 피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 손님이 많아 힘들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는 이 부부는 "처음 힘들었던 때를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며 웃는다. 당분간은 맛있는 막국수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듯해서 좋다.

메밀 물 막국수 6천 원, 메밀 비빔 막국수 7천 원, 수육 2만 원. 영업시간 11:00~23:00, 15:00~16:00 (쉬는 시간). 2주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 446번길 15-6. 051-746-0402.

■대우회센터

"육수를 만들려고 3년 동안 전국의 맛집과 한의원, 약재상을 찾아다녔다." 영도에서 23년 째 '대우회센터'를 운영하는 신송문(64) 대표의 이야기이다.

달콤한 배와 새콤한 식초
입속에서 녹는 가자미회
약재 달인 육수로 속 편안

가자미 물회는 고추장과 식초를 넣고 많이 비비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가자미 물회에는 채 썬 배추와 배, 당근, 참가자미회가 수북이 담겨 나왔다. 신 대표는 "고추장과 식초를 넣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비비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말한다. 회가 다 비벼지면 깻잎이나 상추에 올려서 쌈을 싸 먹으면 된다. 가자미회 자체가 부드러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비빈 회를 반 정도  먹다가 육수를 부어서 말아 먹으면 된다. 일행 중에 회를 물에 마는 게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자 그는 육수 한 잔을 마셔 보라며 권한다. 대추, 감초, 칡 등 20가지 넘는 약재를 넣어서 3일을 달인 거라 정성을 봐서라도 마셔 보란다. 속이 편해질 거란다. 필요한 장과 매실액도 직접 담근다. 인공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단다."손님 숟가락 내 숟가락도 따로 구분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 쓸 수 있는 것만 내놓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가자미는 죽으면 살이 빨리 물러지는 생선이라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썰어 내야 한다며 분주하다. "찾아 오는 손님에게 늘 감사하다. 가끔 오래 기다리게 하거나 생선을 못 구해 문을 닫아 죄송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단다. 정성으로 만든 물회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보약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회 1만 3천 원, 가자미 회 5만 원. 영업시간 09:00~23:00. 2,4주 일요일 휴무. 부산 영도구 태종로95번길 41. 051-412-6336.

■경북밀면

부산의 여름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밀면'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냉면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만들어 면발이 쫀득한 것이 특징이다. 영도에 있는 '경북밀면'은 196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적혀 있다. 장수한(44) 대표가 그의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이어오고 있다.

감칠맛 나는 계피향 육수
달짝지근한 양념장 아래
전분 들어가 쫀득한 면발


주문할 때 '물'인지 '비빔'인지 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가끔은 선택권이 있는 것이 더 괴롭다. 혼자 가서는 두 가지를 다 맛 볼 수 없어 지인과 함께 각각 물 밀면과 비빔 밀면을 시켰다. 주문하고 오래지 않아 밀면 두 그릇이 나왔다.

경북밀면은 양이 푸짐해도 너무 푸짐하다. 여기를 소개한 지인의 이야기로는 지금도 양이 많지만 예전에는 더 많았다고 한다. 약간 누르스름한 면발이 그릇 가득 담겨 있다. 면 위로 절인 무채, 배, 오이, 편육, 양념장, 계란이 올려져 있다. 물 밀면 위에 올려진 양념을 섞기 전에 육수 맛을 먼저 보았다. 계피향이 진하게 난다.

쫀득한 면발에 감칠맛 나는 육수,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돌게 한다. 혹시 밀면이 조금 모자란다면 왕만두를 추가해 먹을 수도 있다. 1개씩도 주문이 가능해서 좋다. 비빔 밀면은 물 밀면의 양념장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입안이 개운해지는 맛이다.

밀면에는 절인 무채, 배, 오이, 편육, 양념장, 계란이 올려져 있고 양도 푸짐하다.
혹시 비법이 있느냐 물으니 장 대표는 "정성 말고는 비법은 없다. 더울 때 오셔서 시원하게 한 그릇 먹고 가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밀면 4천500원, 왕만두 1개 1천 원. 영업시간 09:00~20:30(하절기). 부산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13. 051-418-0908.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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