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눈이 즐거운 4色 고등어] 밥상 위 '국민 생선'…요즘 부산에선 내가 대세!

입력 : 2015-07-29 19:07:37 수정 : 2015-07-30 11: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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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최근 시어(市魚)인 고등어 거리를 만들고, 고등어를 주제로 한 영화도 제작하기로 했다. 그동안 고등어 요리법이 너무 단조로워 아쉬웠는데, 시도 고등어 밥상 공모에 나선단다. 본보와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이 31일까지 접수하는 '고등어 요리 레시피 공모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확실히 고등어가 앞으로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번 주 맛면은 맛있는 고등어 요리를 찾아나섰다.

비토-파스타

시칠리아의 '엄마 손맛' 그대로

"시칠리아 따오르미나 골목 안쪽 두 번째 벽돌집에서 먹었던 파스타를 잊지 못하겠더군요."

요리사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였다. 그의 아들이 잡아오는 생선을 올려 파스타를 만들었다. 담음새부터 맛까지 잊을 수가 없었다. 서면에서 '가내수공업 양식당 비토'를 운영하는 김상진 대표의 이야기다.

그 시절 마음을 담아 '시칠리아, 두 번째 벽돌집' 메뉴를 시작한 지 일 년쯤 되었다. 그날 장보기에 따라 고등어, 열기, 볼락 등 다양한 생선이 올라간다. 고등어가 올라간 파스타가 궁금해서 미리 주문하고 찾아갔다.

빈티지한 접시 위에 넙적한 파스타 면, 그 위에 고등어가 한 마리 누웠다. 비토는 직접 만든 수제 파스타 면을 사용한다. 파스타 면의 기본은 '알덴테(면발이 단단하게 삶긴 상태)'이다. 안초비와 후추가 든 파스타는 매콤해서 입맛을 당긴다. 소금간이 된 고등어를 조금 뜯어 반찬 삼아 파스타 면과 함께 먹었다. 매콤한 면과 간이 잘된 고등어를 함께 먹으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매일 아침 시장에 가는 그와 바다에 가는 어부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르꼬르동블루에서 일 년간 배운 프랑스 메뉴를 조금씩 넣어 보고 있단다.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재미있게 요리하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손은 파스타를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이면서….

'오늘 봉골레' 1만 3천 원, '어머님이 누구니' 1만 3천 원, '시칠리아, 두 번째 벽돌집' 1만 4천 원. 영업시간 12:00~22:00, 쉬는 시간 15:30~17:00. 월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68-15 2층 . 051-806-5868.

진주식당-추어탕

고등어 통째 갈아 넣은 시원한 국물

메뉴 선택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도 진주식당은 63년째 고등어 추어탕 한 가지만 한다. 그동안 작은 골목 안에 있던 가게가 큰길로 나왔다. 또 전 주인 할머니가 운영하다 같은 동네에 살던 한광옥(69) 대표가 이어받았다는 변화 정도만 있었다. 주방을 맡은 분들이 그대로라 맛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 대표는 "나는 대표라기보다 주방 이모들 심부름하는 사람이다"며 사람 좋게 웃는다. 오래된 가게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손님도 동네 주민이 많아 분위기가 아주 가족적이다.

찾아간 날은 여름이라도 아침부터 비가 와서 쌀쌀했다. 따끈한 국물 생각이 통한 것일까.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많았다. 예전에는 궂은 날씨가 아닌 날에도 가게 안을 꽉 채울 정도로 손님이 많았단다.

몇 그릇을 시킬지 말만 하고 자리에 앉으면 된다. 진주식당 가운데는 가게를 꽉 채운 긴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그 위에는 제피가루, 소금, 큰 양푼에 담긴 깍두기가 있다. 긴 테이블의 장점을 곧 깨달았다. 혼자서 밥을 먹더라도 금세 옆에 사람이 와서 먹으니 외롭지 않아서 좋다. 작은 그릇에 먹을 만큼의 깍두기를 덜었다. 밥도 먹을 만큼 덜어서 먹도록 큰 양푼에 담겨 나온다.

뚝배기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고등어 추어탕이 나왔다. 추어탕에 든 계란을 풀고 밥을 말아서 깍두기를 올려 한 입 먹었다. 이 맛이야!

국물에 고등어를 갈아 넣어 고등어가 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시래기의 구수한 맛에 밥을 말아 먹으니 술술 넘어간다. 일찍 잠에서 깨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진주식당에 가서 해장국 한 뚝배기 해도 좋겠다

해장국 4천 원. 영업시간 04:00~13:00. 명절휴무. 부산 영도구 봉래동 1가 94-3.

예솜-시메사바

탱탱한 밥알 위에 살살 녹는 초절임

'심해 사바'라고? 음식깨나 먹는 사람들 틈에 끼어 처음으로 녀석을 맛보던 날이었다. '사바'가 일본어로 고등어이니, 깊은 바다에 사는 고등어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시메사바(締鯖)'였다. 우리말로는 '고등어 초절임'. 우리 간고등어의 유래와 많이 닮은 음식이었다.

에도시대에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교토까지 운반해야 했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이라 소금과 식초에 절여서 보냈다. 고등어는 발효되며 묘한 풍미가 생겨 교토 사람의 미각을 사로잡았단다. 국내에서도 일식집을 위주로 시메사바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잘하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연산동의 '예솜'은 특유의 양 냄새를 완전히 제거한 양갈비와 양꼬치가 맛있는 집이다.

가게에 도정기가 눈에 띄어 물어봤다. 이채윤 대표가 "시메사바 초밥은 일본보다 우리 집이 더 맛있다"고 자랑을 했다. 비결은 오분도 쌀로 초밥을 쥐는 데에 있었다. 초절임된 고등어 살에는 비린내라고는 없었다. 백미보다 훨씬 씹힘성이 좋은 오분도 쌀로 지은 밥과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강한 남자와 부드러운 여자의 결합이 이럴까. 지금까지 세상에 이런 초밥은 없었다.

이 대표는 "초밥은 밥이 중요한데 조금씩 도정하지 않으면 산화해서 맛이 없다. 여러 가지로 해봤지만 오분도 쌀이 가장 맛있다. 정성을 들여서 음식을 만드니 맛을 찾아서 다니는 분들이 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예솜의 시메사바는 최소한 전날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시메사바 초밥 한 접시 1만 8천 원. 양고기 티본 100g 1만 원, 갈빗살 8천 원, 꼬치 5개 8천 원. 영업시간 16:00~자정. 부산 연제구 연산동 월드컵대로 120번길 5. 도시철도 연산역 6번 출구에서 망미동 방향 30m. 051-865-1125.

수미가-코스요리

특제 유자소스와 고소한 회 환상 궁합

미식가 중에 고등어 회에 대해 극찬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를 따라 고등어 회를 처음 먹던 날 고등어의 속살은 흐물흐물하니 그저 그랬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면 금방 죽고, 죽으면 또 쉽게 부패해 회로 먹기에 좋은 생선이 아니다. 고등어 회가 귀하니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그런데 몇 번 먹다 보니 고등어의 진한 살 맛에 푹 빠지고 말았다, 다른 생선의 살은 이제 싱겁게 느껴지니 어찌할까. 참치? 꽁치? 갈치? 생선 하면 고등어!

해운대 '수미가'는 부산에서 활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났다. 실제로는 아주 다양한 고등어 요리가 차려져 좋았다. 가게 안에는 평범한 사각형 수조와 원통형 수조가 있다. 원통형이 고등어 전용이다. 고등어들이 쉴 새 없이 뱅글뱅글 돌아다닌다.

수미가의 고등어회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특제 유자소스에 찍어 김과 '씻은지'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고등어 초절임인 시메사바는 촉촉한 상태로 들어와 입안에서 녹았다.

점심 메뉴인 고등어 추어탕(5천 원)은 여름 보양식처럼 느껴져 고마웠다. 새콤한 고등어 찌개는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살피니 아직 맛보지 못한 활고등어물회(1만 5천 원)가 보인다. 고등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아주 많았다. 고등어, 넌 대체 어디까지 가능하니? 수미가는 김태균 대표가 최근 바닷가재 요리까지 시작해 또 한 번 변신할 모양이다.

식사 코스(회, 구이, 묵은지 고등어) 1인 1만 원부터. 회 코스 1인 3만 원부터. 활고등어회 3만 원, 시메사바 3만 원, 영업시간 11:30~22:00. 부산 해운대구 중동 292의 1. 부산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인근 하이마트 뒤편. 051-746-9621. 글·사진=박종호·박나리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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