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을까예] 酒216

입력 : 2015-08-19 19:00:04 수정 : 2015-08-21 16: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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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밝은 달… 맛난 술, 좋은 벗과 음식이 생각날 때

찬바람이 난 덕분인지 마음이 허해진 탓인지 달이 휘영청 더 밝아 보인다. 귀뚜라미 또한 여름 동안 갈고닦은 연주 실력으로 암컷의 유혹에 나섰다.

벗과 달콤한 술에 맛난 음식을 나누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어디로 가면 될까? 오늘은 이런 자리에 어울릴 곳을 소개한다.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앞에는 보리굴비 정식을 파는 한식 레스토랑'티하우스'가 있다. 한 번 가보고는 격조 있는 분위기에 반하고 말았다.

티하우스의 이숙희 대표가 가정식 주점을 열었다니, 어떤 공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소는 화려한 마린시티 속 혼자만 퇴락한 건물 해운대 선프라자. 실망은 이르다. 반전의 문이 열리니까.

'酒216'에 들어서는 순간 와야 할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내는 원목 테이블에 도자기와 나무 물고기로 장식되어 한식 레스토랑의 느낌이 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교수님이 하는 레스토랑 '벨 프홈나드(215호)' 바로 옆집이었다.

소주, 맥주, 와인도 취급하지만 막걸리가 어울린다. 먼저 문어샐러드부터 시켜 맛을 보았다. 이 계절에 특히 잘 어울리는 샐러드라고 생각했다. 샐러드는 백, 적, 녹색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막걸리는 '복순도가파'와 '금정산파'로 갈린다. 산성막걸리(5천 원)와 복순도가(2만 원)는 체급이 다르니 대결이 의미가 없다. 캬~좋다! 여기선 막걸리의 회전이 빨라 더 맛있나보다.

금방 녹두를 갈아서 만든 빈대떡에서는 신선한 맛이 났다. 이런 후레쉬한 빈대떡, 처음이다. 장어깻잎조림은 아주 좋았다. 장어와 가지가 12가지 재료가 든 소스에 몸을 맡기고 널브러졌다. 생명력 강한 것들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마리아주를 생각하고 만든 음식이다. 홍어도 딱 먹기에 좋은 정도이다. 오뎅스지전골에는 진짜 맛있는 오뎅을 넣었다. 마지막에 맛본 '생밤튀김'! 밤은 달처럼, 소금은 별처럼 빛났다. 술에 조금 취했던 것일까.

이 대표는 "식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이익을 못 남긴다. 하지만 낮은 임대료의 선프라자이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주216'에 오면 전망이 좋아서, 다음으로 음식이 좋아 두 번 놀란단다. 매일 아침 이 대표가 미포에 가서 직접 장을 본 덕분이다. 문어와 장어가 특히 맛있는 이유가 있었다. 예전부터 그가 좋아하던 '양산박' 같은 곳을 생각하며 만들었단다. 외상 장부 하나 달아놓고 싶은 곳이다. 진짜 어른들의 놀이터는 이런 곳이구나….

'문어샐러드 3만 5천 원, 장어깻잎조림 3만 5천 원, 오뎅스지전골 2만 5천 원, 생밤튀김 2만 원, 금정산막걸리 5천 원, 복순도가막걸리 2만 원. 18:00~01:00.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3로 1 선프라자 216호. 051-746-2008.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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