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심야식당 '포차' 2곳] 해운대 오셨으면 추억 하나 만드셔야죠?

입력 : 2015-08-19 19:00:04 수정 : 2016-03-22 09: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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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가을이 되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그때가 되면 많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은 부산의 잊을 수 없는 낭만 중 하나로 '포차(포장마차)'를 손꼽는다. 포차는 자리가 좁아 가까이 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마음속에 꼭꼭 숨겨 뒀던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선 저녁부터 아침까지 술에다 간단한 식사까지 가능하다. 낭만 넘치는 '해운대의 심야식당' 포차 두 곳을 소개한다.

■ 조교수 포차

등대처럼 노란 불 밝힌 곳
달짝지근한 '돌게탕' 유명
"공기밥에 스팸구이 추가요!"

깜깜해진 해운대 골목, 등대처럼 노랗게 불 밝힌 한 곳이 눈에 띈다. 돌게탕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조교수 포차'다. 오늘 이곳에 정박한다.

돌게는 얕은 바다 돌 틈에서 서식하는 종류다. 회색빛이 도는 껍데기가 두껍고 단단하지만 속살은 연하다. 나랑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돌게탕'으로 나온 돌게는 잘 익혀져 먹음직스럽다.

전수빈 대표는 돌게탕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오늘 들어온 돌게는 크기가 조금 작다. 대신에 마릿수를 많이 넣었다"고 말한다.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단골들 이야기로는 크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양이 많다.

돌게의 집게발은 먹기 좋게 미리 깨서 나온다. 껍데기 사이로 꽉 찬 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간을 보았다. 게가 많이 들어 국물은 아주 진하다. 집게발 하나를 들어 살을 발랐다. 달짝지근한 돌게 특유의 향에 코를 박는다. 돌게탕 하나에 든 돌게 살로 우리 둘이 배가 부를 정도다. 오늘따라 술이 달다.

돌게탕을 웬만큼 먹고 나서야 함께 나온 반찬이 눈에 들어온다. 메추리알 조림, 호박 볶음, 진미채 볶음 등이 밥과 함께 놀자고 소리를 친다. 그래서 매일 저녁밥을 먹기 위해 오는 손님도 꽤 있다.

옆 테이블에서 '스팸 후라이'를 시켰다. 스팸구이와 달걀부침에 파무침이 나온다. 못 견딜 정도로 밥 생각이 났다. 나도 따뜻한 밥에 올려서 먹고 싶다. 오늘 밤은 유혹에 넘어가기로 했다. 공깃밥에 스팸 후라이 추가요!

전 대표는 서빙과 장보기 담당. 그는 매일 자갈치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간다. 한동안 수산 경매 일을 하는 형을 도왔단다. 인연이 있는 거래처가 많은 덕분에 좋은 재료를 착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돌게를 많이 줄 수 있는 비결이 있었다.
음식이 어느 정도 나와 주방에 시간이 생기자 '이모님'이 매운 반찬 하나를 우리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함께 온 지인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기억했다. 나는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화학조미료를 쓰면 느끼하고 속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채소, 사골, 멸치 등이 든 여러 가지 육수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냥 물만 넣고 만드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자신 있는 표정이다. 늦도록 술 먹는 속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라는 마음이란다.

친절한 전 대표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이모님의 콜라보가 조교수 포차의 인기 비결인 듯하다. 다음에 또 오라고 건네는 냉커피 한잔이 달다.

돌게탕 3만 원, 오뎅탕 1만 5천 원, 스팸후라이 1만 5천 원, 고래고기 5만 원. 영업시간 18:00~06:00.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09번길 26. 051-741-3345.

■ 삼삼일 포차

3일 일하고, 3일 술 먹고
하루는 쉬라는 뜻이랍니다
전·볶음탕도 안주로 그만

'혼자 오면 기억, 둘이 오면 추억이 되는 곳'. 이런 글귀가 적힌 곳이 있다. 밤안개가 짙은 날 이곳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오늘 우린 어떤 추억 하나를 만들 것인가.

'삼삼일 포차' 대표에게 먼저 상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가게 지번이 331?  일주일에 3일은 일하고, 3일은 술 먹고, 하루는 쉬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마음 편히 한잔하기로 했다(마침 6일간 일만 한 뒤였다). 안주로 지인의 추천 메뉴인 묵은지 닭볶음탕과 육전을 시켰더니 나물 반찬이 따라 나온다.
대표는 밤늦게 먹기에 부담 없는 반찬을 함께 내놓고 싶었단다. 나물은 계절별로, 또 그날 장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나물 반찬을 보니 밥 생각이 난다. 어쩌지?

닭볶음탕이 끓자 속에 든 묵은지를 잘라 준다. 닭에는 이미 충분히 양념이 배어 오래 끓이지 않아도 맛있다. 살을 바른 닭고기를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맞는다. 배와 양파를 갈아서 숙성한 양념을 사용했다.

모든 음식을 그가 직접 한다. 국물이 아주 시원해서 술을 많이 마시고 왔더라도 해장이 된다. 육전은 따뜻하게 구워져 나왔다. 부채살을 구운 육전은 고소하고 부드럽다. 맛난 안주가 자꾸만 술잔을 비우게 한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게 맛이 있다. 이전에 어디서 식당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는 요리는 취미고, 와인바를 운영한 적도 있었단다. 비록 지금은 와인을 취급하진 않지만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재미가 있겠다.

속이 출출해졌다. 메뉴를 살피니 식사란에 '삼첩 반상'이 있다. 어떤 반찬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김치와 국을 제외한 그날의 반찬 세가지가 나온다. 서비스로 계란프라이도 하나씩 올려 준다.

저녁에 와서 밥만 먹어도 될까? "아직 밥만 시킨 손님은 없었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다"며 웃는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회사 동료 김 모 기자가 들어오더니 깜짝 놀란다. 반가운 순간은 잠시였다. 이 집이 기사로 나간다고 하니 "나만 알고 싶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회유한다. 꽤 아쉬운가 보다. 미안해 김 기자.

묵은지 닭볶음탕 2만 2천 원, 육전 2만 원, 매운닭발과 볶음면 1만 8천 원, 삼첩 반상 5천 원. 영업시간 18:30~04:00. 부산 해운대구 우동 634-9. 051-731-1678.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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