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溫 족발집] 먹는 足足 입에 착착~ 따뜻해서 더 구수하네!

입력 : 2015-09-30 19:04:50 수정 : 2015-10-01 1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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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쌀쌀해졌다. 이럴 때는 따뜻한 것이 끌린다. 대부분의 족발집에서는 족발을 차갑게 식혀서 내어 준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두 집은 따뜻한 족발이 나온다. 고기가 따뜻하니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일품이다.

■ 여송제

"어쩌면 여송제 덕분에 결혼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일행 중 한 명이 족발을 뜯으며 미소를 짓는다. 연애하던 시절 여자 친구를 여기에 데려와 뭘 좀 아는 남자로 인정을 받았단다. 원래는 족발을 못 먹었던 그 여자 친구는 여송제 족발을 맛본 뒤로 족발을 사랑하게 되었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수육인가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점이 이 집 족발의 미덕이란다. 아내는 지금도 가끔 여기 족발을 사 오라고 시킨다며 이날도 포장을 해 갔다.

부평동에는 족발 골목이 있다. 여송제도 분명 족발 골목에 있지만 한 번에 찾기는 쉽지 않다. 잘 눈에 띄지 않는 골목의 안쪽에 위치해서 단골이 대부분이다.

정갈한 소나무 도마 위에 올려진 족발
구운 소금에 찍어 먹으니 사르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찌개 맛 일품

찾아간 날은 비가 오고 있었다. 주택을 개조한 듯이 보이는 건물 앞쪽에는 한자로 '여송제(如松齊)'라고 적힌 나무 현판이 걸려 있다. 입구부터 왠지 모르게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골집 같다. 시골 할머니 집의 툇마루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골목 안쪽이다 보니 조용해서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집이다.

메뉴 이름은 '특별한 족발'이다. 다른 집에는 없는 특별한 족발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오늘 우리의 만남이 특별하다. 소나무 도마에 올려진 따뜻한 족발이 나왔다. 족발 양쪽으로는 구운 소금이 조금씩 올려져 있다. 족발을 소금에 찍어서 먹었더니 부드러운 고기가 사르르 녹아 내린다.

족발이 거의 사라지고 뼈가 수북해질 무렵 안 먹고 가면 섭섭하다는 된장찌개를 시켰다. 최진선(57) 대표가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해서 끓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20년째라는 그가 가게를 시작하려고 할 때 꿈을 꾸었단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 사이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생생했다.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집이 되라는 것 같아서 이름을 여송제로 지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래저래 소나무와 인연이 깊다. 족발을 직접 맞춘 소나무 도마 위에 올려 낸다. 그러니 도마 관리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도마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뜨거운 물에 담가 씻는다. 정기적으로 표면을 깎고 불에 구워서 소독한다. 음식의 기본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는 데도 마음을 쏟는다. 매달 독거노인들에게 족발을 대접하는 등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선다. 여송제는 족발 골목의 숨은 보석 같은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족발 대 5만 원, 소 3만 5천 원, 냉채 족발 대 5만 원, 소 3만 5천 원, 된장 5천 원. 영업 시간 09:00~22:30. 부산 중구 광복로18번길 5. 051-246-2111.

■ 논골집

달 밝은 해운대의 밤에 노래와 술이 더하면 더 좋다. 한참을 뛰어놀다 보니 배가 고파 오기 시작한다. 이때 함께 있던 지인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잠시 뒤 우리는 족발을 뜯으며 "말 달리자!"를 부르고 있었다. 어제 맛있게 먹었던 족발은 어디에서 왔을까? 다음 날 술이 깨서 지인에게 가장 먼저 물었던 것은 족발집 전화번호였다.

'논골집'과는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그 뒤로도 해운대에서 놀다 배가 고프면 여기 족발을 종종 시켜 먹는다. 논골집을 안다면 당신도 좀 놀아 본 사람이 틀림없다.

테이블 3개뿐인 자리 귀한 집
앞발만 사용해 콜라겐 듬뿍~
매콤한 돼지불고기와 환상 궁합

논골집은 테이블이 3개뿐이라 자리를 잡은 날은 왠지 횡재한 것 같다. 그러니 현장에서 족발을 먹고 싶다면 조금 이른 시간에 가면 좋겠다. 일행 3명이 대짜를 시켰다. 대짜는 발이 5개가 들어간다. 접시에 담겨 나온 족발은 눈으로 보기에는 양이 좀 적은 듯했다. 하지만 먹어 보니 그리 적은 양은 아니다. 식사용보다는 주로 술안주로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족발은 뼈째로 뜯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면 단연코 이 집이다. 논골집은 앞발만 사용해서 족발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뼈에 붙은 콜라겐이 많은 껍질이 대부분이다. 살코기를 더 원한다면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리시라. 그래서 여기 족발은 체면을 차리면서 먹기는 힘들다. 손으로 잡고 뜯어 먹는 수렵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집이다.

따뜻하게 나온 족발은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다. 조금 먹다가 족발이 식으면 쫀득해지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느끼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럴 때는 고추장 불고기를 시켜서 같이 먹어 보자. 매콤한 돼지 불고기와 존득한 족발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논골집은 2000년에 포장마차로 시작했다. 그때는 여러 가지 메뉴가 많았다. 2007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족발만 남았다. 족발의 색이 진하지만 캐러멜을 쓰는 것은 아니다. 좋은 간장을 쓰고 그 간장만으로 색을 낸다.

작은 가게인데도 일하는 사람이 세 명이나 된다. 이현우(44) 대표와 주방에서 일하는 분이 두 명이다. 왠지 허물이 없어 보인다고 했더니 가족이다. 누나들이 주방을 보고 남동생인 이 대표가 홀 서빙과 배달을 담당한다.

누나들은 족발을 삶아서 기름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서 건조해 둔다. 준비된 만큼을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조려서 만든다. 배달이 되어서 좋지만 해운대만 배달된다는 점은 좀 아쉽다.

족발 대 4만 원, 중 3만 5천 원, 소 3만 원, 고추장 불고기 2만 원. 영업시간 17:00~04:00 (일요일 ~02:00).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09번 가길 3. 051-746-6212 .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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