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을까예] 김가네

입력 : 2015-09-30 19:04:50 수정 : 2015-10-01 11: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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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식 두툼한 양고기에 보드카 한잔

구멍이 뚫린 듯한 허전한 마음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아마도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설마 허기가 져서 그런 건 아니겠지). 오래 처박아 둔 바바리코트를 꺼내 입고 텅 빈 거리를 방황한다. 부산문화회관 근처에서였다. 구수한 냄새가 가슴을 파고든다. 램(어린 양) 전문점인 '김가네'였다.

양고기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호불호가 크게 엇갈렸다. 이제는 곧 마이너리그를 벗어날 모양이다. 시내에는 양고기집이 의기양양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성씨가 '김가'. 하지만 실내에서는 살짝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 사할린에서 20년을 살았다는 '김가'의 아내 권나영 씨 덕분이다.

러시아 전통 꼬치구이인 '샤슬릭'부터 맛보기로 했다. 러시아에서는 대부분 집에다 샤슬릭에 필요한 재료나 도구를 갖추고 있단다. 양념에 재 놓은 양고기를 꼬치에 꽂아 숯불에서 익혀 낸다. '양꼬치엔 칭다오', 한잔하지 않을 수 없다.

양념갈비는 스테이크를 할 정도로 크고 두꺼워 군침이 넘어간다. 양념갈비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 주고 싶을 정도다. 양 냄새는 거의 나지 않지만, 아주 안 나는 것도 아니다. "냄새를 완전히 죽이려면 돼지나 소를 먹는 게 낫지요." 김가네의 소신에 100% 동의한다. 보드카까지 한 병 시켰다. 소주를 많이 마시면 기분이 살짝 '다운'되고, 보드카는 '업' 된다고 했다. 이날 "다바이(러시아에서 건배를 권할 때도 쓰는 말)!"를 많이 외쳤다.

다음 날 해장을 위해 김가네를 다시 찾았다. 양고기를 넣고 육개장 레시피로 만든 보양탕이 반갑게 맞아 준다. 뻘건 국물이 숙취를 무장 해제시켰다. 샤부샤부 스타일로 나오는 양고기 수육도 여기서 처음 영접했다. 어쩐지 어제도 곰국 같은 서비스 국물이 먼저 나오더라니…. 진한 국물은 다른 고깃국물과는 비교 불가. 양고기 소를 넣고 만든 러시아 만두 펠메니는 버터를 입혀서 먹는다. 세계는 넓고, 만두는 많고, 펠메니는 고소하다.

김가네는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생 음식점이다. 러시아 선박에 부식 납품을 하던 초짜 셰프 김오현 씨가 요리를 한다. 김 씨는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고기가 좋은 거지요"라고 딱 한마디 했다. 좋은 양고기를 재료로 만든 러시아 요리를 성심껏 한국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게 나머지를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램 보양탕 1만 원, 램 샤부샤부 수육 2만~3만 원. 갈비수육(1인분 3대) 2만 원, 양념갈비(1인분 2대) 2만 원, 꼬치구이(150g) 1만 원. 만두 1인분 5천 원. 영업시간 12:00~22:00.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76번길 36. 부산문화회관 앞. 051-626-5441.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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