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 맛집] 바람 부는 날이면 중앙동으로 가야 한다

입력 : 2015-10-07 19:03:11 수정 : 2015-10-07 19: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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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사시미.

요즘 바람이 참 좋다. 바람 불어 좋은 날에 구도심으로 불리는 중앙동 일대로 산책하러 나갔다. 언제나 그대로일 것 같던 여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다. 못 보던 가게들이 보인다. 중앙동 일대에서 일차로 식사와 가벼운 술 한잔 하고, 이차로 커피 마실 공간을 각각 한 곳씩 소개한다.

■ 카이센

C 선생은 이미 단순한 미식가 수준은 넘어섰다. 꽤 지긋한 나이인데 이러다 음식점을 차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곧잘 요리를 한다. 그가 우리를 데려간 곳이 중앙동의 '카이센(海鮮)'이다. 카이센 오두환 오너 셰프는 영도 목장원의 '싱싱회' 담당으로 일할 때 처음 만났단다. 두 사람은 그 뒤 달맞이언덕의 일식당 '미타키'에서 재회했다. 이번이 장소로 따지면 세 번째 만남이겠다. 요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의 소개에다 오 셰프의 지나온 경력을 보면 실력이 짐작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섰다.

카이센은 점심에는 직장인들이 초밥 위주의 가벼운 식사를 위해서 찾는 레스토랑, 저녁에는 모던한 이자카야로 변신한다.

C 선생은 여기서 생선회 모둠을 시키면 생선 종류별로 예쁜 그릇에 담아 꽃과 잎으로 장식해 내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날 역시 그랬다. 사실 정통 일식집에서나 할 수 있지 저렴한 이자카야에서는 분수(?)에 맞지 않는다. 알고 보니 꽃과 장식을 즐기는 C 선생을 위한 조금 특별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 뒤 몇 번을 방문해서 지켜본 결과는 또 달랐다. 누구에게나 예쁜 그릇을 내놓고 친절하게 서비스하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점심에 가서 특선 A코스 초밥을 시키니 초밥 11점과 크로켓, 우동, 디저트가 같이 나온다. 이러면 거의 코스 요리처럼 먹는 것이다. 카이센(海鮮)은 신선한 해산물이라는 뜻이다. 재료만큼은 신선한 것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초밥에서 씹힌다. 요즘 흔한 프랜차이즈 초밥집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우튀김덮밥의 튀김옷은 딱 먹기 좋은 정도다. 덮밥에는 '후리가케'가 뿌려져 밥을 먹다 보니 옛날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추억이 깃든 중앙동에서 술 한잔 하면 좋겠다. 저녁에 다시 한번 찾았다. 한치 무침 같은 것이 찬으로 올랐다. 한치를 명란에 비벼 이름이 '명란 한치 회'란다. 이런 센스가 맛을 돋운다.

안주로 노르웨이산 숙성 생연어로 만든 연어 사시미를 시켰다. 연어는 뱃살, 등살이 각각 맛이 다르다. 여기다 불로 살짝 구워서 맛을 보탰다. 연어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자 하루의 스트레스도 함께 녹는다. 왠지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연어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대패삼겹살 숙주 볶음은 불향이 좋다. 마무리로 매콤한 나가사끼 짬뽕을 시켰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이 하루를 마무리해 준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오 셰프와 서빙을 하는 조현정 씨는 진짜 많이 닮았다. 음식은 또 부부를 닮아 깔끔하게 나온다. 시메사바는 자갈치에서 사와 직접 만들고, 오마카세는 전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진짜 솜씨가 궁금하다.

'카이센'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초밥 세트와 새우튀김덮밥.
스시 1만~1만 3천 원, 덮밥 7천500~1만 1천 원, 모둠 회 3만~7만 5천 원, 연어 사시미 2만 2천 원, 나가사끼 짬뽕 1만 6천 원. 영업시간 11:00~01:00. 일요일 17:00~01:00. 부산 중구 해관로 51-1. 051-442-1511.

■ 바우노바
부산데파트 뒷골목에 들어서자 나의 살던 고향에 온 듯 정겹다. 테라스 덕분에 어쩐지 유럽 느낌이 나는 '바우노바(BAUNOVA)'에 커피 한잔 하러 들어갔다. 실내에 앉을 자리도 몇 개 없는 작은 카페다. 골라 먹는 배스킨라빈스도 아닌데 평범한 아메리카노가 싱글 오리진(단종) 두 개, 블렌딩 하나 해서 세 종류나 된다. 게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아메리카노를 바꾼다. 아침에는 부드러운 과테말라, 점심 식사 뒤를 상큼하게 책임질 아프리카산 커피, 오후에는 저녁 숙면을 위해 다시 부드러운 커피….

진하다, 그동안 마신 커피는 다 뭐란 말인가. 파티에 온 사람인 양 커피를 들고 마시는데 로스터리 옆에 낯선 와인셀러가 보인다. 로스팅이 끝나면 이렇게 와인셀러에서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들 이렇게 하는데 몰랐던 것일까. 섬세한 커피 관리가 기분 좋게 만든다.

매일 마시는 커피의 첫 번째 조건은 역시 가격 부담이 없어야 한다. 2천500원 하는 아메리카노가 고맙다. 
 
바우노바의 공태경 대표가 막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들어보이고 있다.
커피를 볶고 내리는 1층엔 테라스 외에는 앉을 자리가 별로 없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카페처럼 생긴(?) 공간이 있긴 하다. 도심을 내려다보는 전망은 괜찮다. 하지만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예쁘지 않다. 어디서 주워온 것으로 의심되는 테이블과 의자로 저렴하게 인테리어했다.

하지만 여기 '미대 오빠' 분위기의 공태경 대표가 있다. 그는 20대를 보낸 체코 프라하에서 커피에 빠져 동유럽 카페 탐방 현지 가이드까지 했다. 2012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동양인 최초로 정부 공인 커피 소믈리에가 되었다. 부모님이 감 농사를 지어 커피에 대한 감을 타고났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커피나무는 감나무와 같은 꼭두서닛과다. 맛있으려면 떫어야 하는 성질까지 감나무와 아주 비슷하단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사람은 아직 이 떫은맛을 잘 모른다. 그래서 와인 대신 소주나 맥주가 잘 팔린다고 해석한다. 바우노바 커피는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에 맞다. 타닌의 맛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커피의 본질을 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잘되게 되어 있다고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인다. 공 대표는 "손님에게 맞는 커피를 찾아주는 게 커피 전문가나 작은 카페가 할 일이다"고 말한다. 바우노바는 가격이 착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카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우노바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 하면 마음은 유럽쯤으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 2천500원, 카푸치노 3천 원, 카페모카 3천500원, 아이스는 500원 추가. 영업시간 07:30~22:00. 부산 중구 광복로 97번길 6. 051-253-3757.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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