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고시 앞당긴 이유가 수능 업무 때문?

입력 : 2015-11-03 23:01:10 수정 : 2015-11-05 15: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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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긴 3일 강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 훼손 논란을 감안하면서까지 '속도전'을 벌일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고시 왜 서둘렀느냐' 질문에
황우여 부총리 오락가락 답변

여당 '고시 정국' 셈법 고려해
'일정 단축했다'는 의혹 불러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시 확정'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원래는 5일쯤 하는 게 좋다는 실무진 의견이 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행정예고 기간에 충분한 의견 검토를 해 더 이상 추가되는 의견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전날(2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과의 통화에서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업무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고시를)빨리 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장관의 다소 오락가락하는 답변은 확정고시 일정 변경이 여당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만든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확정고시를 계기로 국정화 논쟁을 일단락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확정고시를 하면 더 이상 논의될 게 없다"고 못을 박았고,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교육부는 하루라도 빨리 확정고시를 해서 혼란을 끝내 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확정고시 일정 변경은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3일 예정된 본회의 등 국회 일정 파행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여권이 이를 강행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고시 이후 정국이 여권에 불리할 게 없다는 셈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시 이후 야당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데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여론 지형은 야당에 불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이 예산안 처리를 고리로 '일하는 여당 대(對) 발목 잡는 야당'으로 프레임을 짜고, 여기에 향후 대응을 놓고 야당 내 계파 간 이견이 도드라지면서 '집안싸움'이 가열되면 국정화 반대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확정고시를 이틀 앞당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행정 예고 기간의 의견수렴 절차는 사실상 요식행위였다는 지적이 거세다.

교육부의 행정 예고 이후 28개 역사학회 소속 학자들과 2만여 명 이상의 교사들이 반대 의견을 제출했지만, 확정고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교육부는 의견 수렴 기간에 공식 접수 창구인 팩스를 꺼놓거나 문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전에 임하는 전술적 측면에서는 이번 확정고시 '속공'이 효과적일 순 있지만, 국정화를 추진한 행정 행위의 정당성은 더 취약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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