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반대 집회 참석이 징계 사유?

입력 : 2015-11-08 23:02:10 수정 : 2015-11-10 12: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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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교내에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모으는 메모를 붙였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부산 A 여고 1학년 학생 네 명은 지난달 31일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부산시민모임이 주도한 집회였다. 이후 이들은 지난 2일 이 학교 화장실 열다섯 칸 내 벽에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에 뜻을 같이 하는 친구가 있다면 연락해 달라'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였다.

부산 모 여고 1학년 4명
기물 파손·학생 선동 구실


학교 측은 지난 3일 학생들을 수차례 불러 집회 참석과 포스트잇 게시 경위를 캐묻고 경위서를 쓰게 했다. 이들끼리 주고받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대화 내용도 제출하게 했다. 이어 학교는 학교 기물 파손과 학생 선동의 명목으로 징계위를 개최할 뜻을 정했고, 해당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도 알렸다.

학생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시위에 같이 참여하자는 게 아니고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뜻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라는 취지의 압박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학교가 청소년의 인권과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더 나아가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부당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에도 징계 시 헌법과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지난달 학교 규칙 전수 조사 결과 학교장 허가 없는 단체 구성이나 외부 행사 참가 등 징계 조항에 대해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최근 경기도 모 학교는 자교 학생이 국정 교과서 반대 인터뷰를 했다가 우익단체의 공격을 받자 학생 보호를 위해 비대위를 꾸리기도 했다.

A 여고 교장은 "학생들은 나쁜 뜻이 아니라고 해도 학교 허가 없이 모임을 주도하고 학생들을 선동한 것은 잘못된 일로, 징계위를 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건수·최혜규 기자 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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