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다운 레스토랑 '비프앤피쉬'] 파스타에는 바다의 맛 듬뿍, 스테이크에는 숯 향 은은

입력 : 2015-11-18 18:27:55 수정 : 2015-11-18 19: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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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앤피쉬의 '오늘의 해산물'은 그날의 물 좋은 해산물 3가지가 나온다.

SOS가 들어왔다. "제가 잘 대접해 드리고 싶은 분이 부산에 오셨습니다. 바닷가 근처에서 해산물 요리가 나오는 집을 찾습니다. 와인도 한잔할 만큼 분위기도 갖추면서도 '부산다운 집'이 없을까요? 횟집 말고요." 까다로운 주문이다. 예쁘고, 착하고, 돈도 잘 버는 여(남)자 찾기가 더 쉽겠다.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나오고, 그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없을까. 희망사항을 다 충족시키는 그런 집도 찾아보니 있더라.

Primo
시작; 상큼한 안초비에 바게트


먼저 이 양반 소개를 해야겠다. 미포 입구에 자리 잡은 '비프앤피쉬(Beef&Fish)'의 김상민 대표 말이다. 김 대표는 달맞이언덕의 한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를 하던 시절에 처음 만났다. 그가 부산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의 하나로 자리 잡은 엘올리브에서 매니저로 4년간 일할 때 가끔 보게 되었다. 그는 주방이 아닌 홀에서 활활 빛을 발했다. 손님을 편하고 즐겁게 해 주는 재능이 있었다. 어쩌다 그가 없는 홀은 조명이 하나 꺼진 것 같았다(글이 좀 오버 쿡 된 듯한 느낌도…). 하지만 홀과 키친, 그리고 레스토랑 경영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그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찾아가는 길에 '비프앤피쉬'인지 '피쉬앤비프'인지 자꾸 헷갈렸다. 손님 중에는 '피쉬앤칩스'와 혼동하는 사람도 꽤 있단다. 아무튼 비프인가 피쉬인가에 들어섰더니 생선을 문 황소가 찡긋하고 눈인사한다. 상호와 로고만 봐도 이 집 성격이 짐작된다. 그래서 CI(이미지 통합 작업)가 중요하다. 

통문어찜.
'오늘의 생선' 후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수조, 오직 맛있어지겠다는 일념으로 묵언 수행 중인 소가 든 숙성고가 먼저 눈에 띈다. 오랜만에 보는 김 대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는 정우성 닮은 매니저로 이름이 났었다(과거형!). 오랜만에 보니 그도 이제 나이가 좀 들어 보인다. 가게를 여느라 고생을 해서 그런지, 결혼했다더니 그래서 그런지도 모른다.

먼저 식전 빵으로 바게트를 내왔는데 특이하게도 안초비 소스를 같이 가져왔다. 안초비는 멸치를 소금에 절여 만든 이탈리아식 멸치젓이다. 올리브유 덕분에 짠맛이 조금 덜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상큼한 맛이 날 줄은 몰랐다. 바게트 위에 안초비를 올려서 먹었더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멸치 하면 기장 아닌가. 기장산 멸치로 담근 안초비로 기분 좋게 스타트한다.

Mezzo
중간; 미포 향 가득한 스파게티

꽃게 로제 스파게티.
'오늘의 해산물'은 그날의 물 좋은 해산물로 보통 3가지가 나온다, 개불, 가리비, 굴이 꽃단장해서 나왔다. 그런데 빨간 초장이 살짝 발라진 것으로 보이는 개불 맛이 평소와 좀 다르다. 초장인 듯 초장이 아닌 칠리 드레싱이었다. 초장이 슈퍼 파워로 세상 음식의 맛을 뒤덮는 게 살짝 유감이었다. 이런 식으로 손님의 기대를 배신하다니…. 쌍수 들고 대환영이다. 자연산 가리비는 입에 착착 붙는다. 화이트비네거와 과일로 마리네이드한 덕분이었다. 이어서 새우 군 등장이다. 왠지 이 새우님들 행색을 보니 소개하기가 부끄럽다. 내 마음 어떻게 알고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랄까. 머리 쪽은 구웠고 몸통은 생으로 홀딱 깠다. 이렇게 나오니 해산물 귀한 줄 알겠다.

미포에서 통발로 잡은 통문어찜에 소고기 양파 스튜를 곁들였다. 문어에서 느껴지는 이 고급스러운 불향, 숯 중에서도 고급인 흑탄을 사용한 덕분인 모양이다. 소고기 양파 스튜는 진한 사골 국물 베이스에 양파와 치즈가 들었다. 목욕탕 온탕에 동서양인이 섞였는데 의외로 잘 어우러져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감칠맛이다. 여기다 밥을 마는 순간 세상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진미 설렁탕이 되겠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가 빠질 수 없다. 특별한 모둠 조개 스파게티와 꽃게 로제 스파게티가 대기 중이다. 1~2인용으로 구분해 주문할 수 있는 점이 특징. 모둠 조개 스파게티에는 명지산 갈미조개와 동죽이 정말 수북하게 들었다. 수조가 있으니 해감은 걱정이 없다.

꽃게 로제 스파게티에는 꽃게 향이 아주 강하다. 서해산 꽃게를 듬뿍 삶아 가루로 만든 소스가 베이스가 되었다. 미포 바다에 살다 그물에 잘못 딸려 온 작은 게를 스파게티에 같이 넣었다. 파스타 면과 함께 작은 게들이 부서진다. 그렇게 바다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부산에 와서 이탈리아 음식 시키면 좀 이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넘치는 양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비프앤피쉬의 '오늘의 해산물'은 그날의 물 좋은 해산물 3가지가 나온다. 작은 사진은 티본 스테이크, 비프앤피쉬의 김상민 대표, 통문어찜, 꽃게 로제 스파게티(위에서부터 시계 방향).

Principale
메인;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티본 스테이크.
드디어 오늘의 메인이다. 사실 좀 낯선 느낌이지만 요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고기의 익힌 정도뿐만 아니라 양까지 주문해서 먹도록 하는 추세다. 자신이 먹을 고기 적정량 정도는 미리 알아두는 게 좋겠다.

비프앤피쉬는 기본적으로 드라이에이징한 고기로 이탈리아 피렌체식인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를 낸다.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크고 두툼한 티본 스테이크를 2~3명이 함께 나눠 먹는 방식이다. T자 뼈를 중심으로 부드러운 육질을 원한다면 안심, 고소하고 씹히는 맛을 원한다면 등심 쪽을 먹으면 된다. T자 뼈를 들고 뜯어먹을 때는 그 옛날 수렵 시절의 재미도 살짝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미디엄으로 주문했다. 풍미는 분명 웰던인데 속에는 레어가 주는 고기 특유의 맛까지 낼 정도로 잘 구웠다. 흑탄 숯에 구워 향을 고기 속에 가두면서도 프라이팬에 구운 느낌이 난다. 더덕, 토마토, 가지 등 좋아하는 채소도 선택만 하면 숯에다 구워 준다. 흑탄 숯은 충북 진천, 소금은 신안 도초도에서 가져왔단다. 최고로만 쓴다. 음식이 계속해서 입맛을 돋워 결국 이날 과식을 하고 말았다.

Uomo
사람; 음식은 셰프로부터 나온다?

비프앤피쉬의 김상민 대표.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사람이 서빙한다. 그래서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가기가 꺼려진다. 김 대표는 스물한 살 때부터 16년간 서빙을 하며 셰프랑 진짜 많이 싸웠단다. 다른 식으로도 해 보고 싶어서 아무리 제안을 해도 셰프는 배운 대로만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음식이 셰프에게서 나온다는 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음식은 목표로 지향하는 방향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열심히 공부한 티가 난다. 손님과 음식에 대해 대화하려면 홀에서 더 지식이 많아야 한단다.

그의 아이디어를 이지권 셰프가 구현하고 있다. 김 대표와는 군 훈련소 시절부터 친구 사이다. 죽이 척척 맞아 보인다. 여기서 "직원 나와!" 하고 외치면 덩치 큰 이(지권) 셰프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칼을 들고나오니 요주의.

캐주얼한 분위기의 젊은 레스토랑이 식기, 칼, 나이프 하나하나에까지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예쁘다. 그러고 보니 미포가 이탈리아 나폴리를 닮은 것도 같다. 매우 부산다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탄생을 축하한다. 벌써 단골이 된 영화배우 조재현 씨도 "부산에서 손님들을 모실 때 부산다움을 지닌 장소를 찾기 어려웠는데 비프앤피쉬가 생겨 기쁘다"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바다 튀김 1만 4천 원, 소고기 양파 스튜 2인 1만 5천 원, 오늘의 해산물 1만 5천 원, 모둠 조개 스파게티 1인 1만 4천 원, 꽃게 로제 스파게티 1만 8천 원,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100g 1만 8천500원. 영업시간 12:00~22: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8. 051-746-6224.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 '울이삐' 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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