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맛집 2곳] 새로움에 도전하는 '초심'을 맛보다

입력 : 2015-12-30 19:01:11 수정 : 2016-01-03 15: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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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스시'의 하야시다 씨가 칼질을 하고 있다.

2015년의 마지막 날이다. 후회 없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올해처럼 음식과 요리에 관해 관심이 높았던 해가 없었다. 과연 내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기대가 된다. 새해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2곳을 골랐다. 우리 내년에도 잘 먹읍시다.

하야시 스시

부산에서 초밥 좀 먹는다는 사람이면 '하야시다(林田)'라는 이름을 익히 들어서 안다. 롯데호텔부산 일식당 모모야마의 수석 주방장! 모모야마에서 4년간 일하기 전에는 일본에서도 초밥으로 이름난 후쿠오카의 '다쓰미 스시'에서 무려 30년간 초밥을 만들었다. 이 초밥 장인이 부산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를 열고 새 출발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면 아르반호텔(옛 문화관광호텔) 2층 '하야시 스시'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이 커다란 초밥 가게를 채운 요리사와 스태프 가운데는 뜻밖에도 롯데 호텔 출신이 많았다. '팀 롯데' 혹은 '하야시다 패밀리'라고 불러도 되겠다.

롯데호텔 일식당 주방장 출신 하야시다 씨
자신 이름 내건 가게 열어

얼음물로 씻은 쌀로 만든 초밥 일품
누룩에 절인 무 얹은 '벳타라즈케' 별미


광어, 고등어, 쇠고기, 참치 뱃살 등 장인이 잡은 초밥이 아름답게 상 위에 올랐다. 고등어 초밥은 초콜릿 케이크를 닮았다. 맛이 다르다!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초밥은 샤리(밥)와 네타(스시에 올라가는 재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밥은 하야시다 요리장이 언제나 직접 한다. 실은 남이 따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얼음을 넣은 얼음물로 쌀을 씻기 때문이다. 마치 갓난아기를 만지듯이 살살 다룬다. 

별미인 차소바.
바로 쌀의 생동감을 위해서이다. 사람들이 냉·온탕 번갈아 목욕하는 것과 비슷하겠다. 사시미를 써는 방법도 좀 달랐다. 고기에는 결이 있어, 그 결대로 썬다고 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했다. 이성우 대표가 하야시다 요리장에게 재료 구입에 관한 전권을 주고, 대신 요리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참치는 일본 수출용 최고급 물건만 받는다. 참치는 숙성해서 5일째부터 맛이 나는데, 6일째가 가장 맛있고, 7일째가 극치의 맛을 내지만 상할 염려도 있단다. 
일본 단무지로 만든 벳타라즈케 스시는 아름다운 꽃이 핀 것 같다.
그가 오래 일한 다쓰미 스시는 창작 초밥으로 이름이 났다. 그 일단을 '벳타라즈케 스시'에서 보고 눈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벳타라즈케는 누룩에 절인 무, 일본 단무지다. 스시가 꽃으로 피어났다. 벳타라즈케 스시는 예쁘고, 또 상큼했다. 이렇게 맛있는 유부초밥도 처음이었다. 남은 회를 정리해서 다시 내놓을 때도 데커레이션을 다시 했다. 완전히 새로운 요리처럼 보이게 한 점이 아주 맘에 들었다.

하야시다 씨는 "내 이름을 걸어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신선한 재료를 정성스럽게 담아서 진짜 열심히 만들겠다. 창작 초밥으로 폭넓게 일본 요리를 전파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등푸른 생선 요리에 최고로 자신 있단다.


모둠 초밥 2만 9천 원, 오마카세 스시 4만 9천 원, 스시 정식 3만 5천 원. 차소바 1만 8천 원. 영업시간 11:30~22:00.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691번길 아르반호텔. 051-714-6838.

바 딜란

바딜란(BAR DI·LAN). 밥 딜런(Bob Dylan)의 열혈팬이라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었단다. 광안리 입구에 언제 이런 와인바가 생겼을까. 같은 주인이 하는 위층의 '퍼즈 게스트하우스(Pause Guest)' 구경을 먼저 했다. 모던, 심플, 감각, 이국적인 느낌이 취향 저격을 해 댄다. 덕분에 90%의 손님이 여성이다. 여기 하루 묵으면 어째 글도 술술 잘 나올 것 같다. 일상에 돌아가 더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각자 자신만의 퍼즈 버튼을 눌러보라는 의미를 담았단다. 
12년 넘게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광안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이상호·크리스티 씨 부부.
뉴욕에서 12년 넘게 생활한 패션 디자이너 부부
고향 부산서 게스트 하우스와 와인바 열어

세계 각국 와인과 크래프트 비어
짭짤한 포르투갈식 문어 안주 '환상 궁합'


3층의 바딜란에 들어섰다. 꽤 어두운 조명이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민 분위기 있는 와인바다. 배에서 쓰던 걸 뜯어왔다는 화장실 문고리, 참 광안리스럽다. 미국에서 건너온 물건도 많고 하나하나 다 사연이 있다.

부산이 아니라 낯선 곳으로 공간이동한 느낌이다.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던데 대체 뭐 하던 분들이 이렇게 꾸며 놓았을까. 와인바인데도 벨기에, 체코, 캐나다, 미국산을 비롯한 낯선 크래프트 비어 종류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추천을 받아 나파밸리산 와인 '더 룰(The Rule)'을 주문했다. 가격(6만 9천 원)에 비해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시그니처 메뉴가 되고 있는 오일 소스를 베이스로 한 짭짤한 포르투갈 스타일 문어 요리가 안주로 좋았다. 주방을 맡은 크리스티 씨가 포르투갈 여행에서 감명을 받은 음식을 재현했단다. 
'퍼즈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풍경.
이상호(44) 대표와 재미교포 크리스티 씨 부부는 12년 넘게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지난해에 부산에 정착했다. 여행에 관심이 많아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구상한 게 계기가 되었단다.

이 대표는 18년, 크리스티 씨는 27년 만의 역이민이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새로운 인생의 도전이라 판단하고 귀국했다. 이 대표는 아내를 여행지에서 설득했단다. "단조로운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여행을 떠나 잠시 쉬었다 가자"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고향 부산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와인을 알리고, 즐기게 해 주고 싶단다. 그래서 바딜란은 아지트 같다.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와인에 맞는 음식 매칭에 주력한다. 크리스티 씨가 홈메이드 느낌으로 요리한다. 이 대표는 "인생은 영원한 것이 없어 오래 지키기 힘들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2016년 어떤 도전을 해 볼까?
포르투갈 스타일 문어 요리.
치즈·과일·스낵 플래터 2만 5천 원, 포르투갈 스타일 문어 요리 1만 9천 원, 파스타 1만 4천~1만 5천 원, 스테이크 3만 5천 원. 영업시간 17:00~24:00, 토요일 02:00까지. 일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광안2동 AK빌딩 3층. 070-7778-8520.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사진=블로거 '울이삐' busanwhere.blog.m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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