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 훨훨 날려 보낼 '한식' 한 상 차림

입력 : 2015-12-30 19:01:16 수정 : 2016-01-03 15: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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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와 약재를 사용해 맛을 내는 '느루 한정식'의 요리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올 한해는 어떤 즐거운 추억을 쌓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어떤 음식을 대접하면 더 좋은 자리가 될 것인지 생각했다. 한식은 매일 먹지만 질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한다. 좋은 재료에 정성은 기본이다. 맛있는 한식을 맛볼 수 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느루 한정식'

만덕터널 뒤편 백양산 자락에 '느루 한정식'이 있다. 가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상쾌한 공기가 손님을 반긴다.

한옥식 구조에 좌식 공간
효소·약재 우린 순한 맛
연잎 찹쌀밥에 시래깃국
입안 가득 퍼지는 솔잎차


느루 한정식의 내부는 한옥처럼 꾸며져 있다. 좌식으로 앉는 방이 여러 개 있다. 입구마다 디딤돌이 있고 그 위에는 하얀 고무신이 한 켤레씩 놓였다. 방으로 들어가니 오후 햇살이 조각보를 통해 가득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식사를 하는 공간이 개별방으로 분리 되어 있으니 일행끼리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수 있다.

코스는 4가지 중 선택하면 된다. 가격대별로 요리가 조금씩 다르다.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고르면 되겠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식의 색, 질감과 잘 어울리는 도자기 위에 예쁘게 담겨 나왔다.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보기에도 좋고 맛은 더 좋다. 간이 세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효소와 약재를 사용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맛이다. 다른 곳에서는 잘 먹지 않게 되는 튀김, 잡채도 여기서는 맛이 있다. 미리 만들어 두지 않고 나오기 직전에 만드니 그렇다. 튀김은 바싹하고 잡채도 퍼지지 않고 간이 딱 맞았다. 차려지는 음식마다 모두 맛이 있으니 다음 음식은 무엇일까 자꾸만 기대를 하게 된다.

음식은 손님이 먹는 속도에 맞추어 나온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니 한번 드셔 보라며 권하니 먹게 된다.

마지막엔 연잎으로 싸서 쪄 낸 찹쌀 밥과 시래깃국이 나온다. 여러 가지 음식이 조금씩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적은 양이 아니다. 맛이 있어 남기지 않고 다 먹으려 했지만 힘들었다. 식사의 마지막엔 봄에 직접 솔잎을 따서 담갔다는 솔잎차가 나왔다. 입안 가득 상쾌한 솔 향으로 식사를 마무리 했다.

진예경 (52) 대표가 느루 한정식을 운영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그는 요리하는 것이 즐거워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음식점을 운영했단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는 "느루의 뜻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맛있는 한정식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가 보면 좋겠다.

평일 코스 1만 5천 원, 2만 원, 2만 5천 원, 3만 5천 원. 주말·공휴일 코스 2만 5천 원, 3만 5천 원. 영업시간 11:30~23:30. 부산 북구 덕천로 375. 051-342-0212.


'대청'

식사 시간이 되어 눈에 띄는 식당에 우연히 들어갔다. 그런데 맛집이라면?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든다. 그 장소가 백화점이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고소한 해물 버섯 들깨탕
강원도 산지서 직접 구한
곤드레 향 가득 버섯 알밥
20년 노하우에 단골 많아
정성이 가득 들어간 해물 버섯 들깨탕과 곤드레 버섯 알밥은 '대청'의 인기 메뉴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 현대백화점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대청'에서 우연히 밥을 먹었던 첫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는 백화점에 갈 때는 물론이고 식사시간이 되면 일부러 찾아가게 되는 집이 되었다.

눈에 띄게 화려한 상차림이나 특별한 반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메뉴를 시켜도 맛이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기에 믿고 가는 집이 되었다.

이 집의 인기메뉴는 '해물 버섯 들깨탕'과 '곤드레 버섯 알밥'이다. 고소한 들깨탕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된 버섯이 가득 들어있다. 들깨의 고소함과 잘 손질된 버섯의 향이 좋다. 한 그릇 먹고 나면 소화도 잘되고 든든하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 생각이 난다. 
곤드레 버섯 알밥에는 밥보다 곤드레나물이 더 많이 보인다. 이 집은 항상 재료를 아끼지 않는 집이라는 느낌이 든다. 김정현 (50) 대표에게 곤드레의 향이 좋다고 이야기하니 "강원도 산지에서 좋은 재료를 구해서 직접 다 다듬는다"며 웃는다. 남들은 극성이라 할지 몰라도 정성을 들이고 싶단다.

반찬도 제철인 재료로 맛있게 만들어진 것이라 자꾸만 손이 간다. 이러니 대청의 오래된 팬이 많다.

찾아갔던 날도 대청의 팬임을 자청하는 손님이 예쁘게 꽃꽂이를 해서 가게에 놓아두고 갔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김 대표가 대청을 운영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가게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는 아침에 시장을 보는 일을 시작으로 가게에 도착하면 마치는 시간까지 주방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만 집중을 하는 거다. 최근에는 두 아들도 함께 출근한다. 둘째 아들은 같이 주방에서 요리를 만들고 첫째 아들은 홀을 담당한다.

가게를 쉬는 날에는 두 아들과 함께 "공부하러 가자"며 맛집 탐방에 나선다고 한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연구하니 그 노력이 음식 맛에 배어 나오는 것이다. 정성 가득한 한 끼가 먹고 싶다면 대청으로 가 보자.

곤드레 버섯 알밥 1만 2천 원, 해물 버섯 들깨탕 1만 1천 원, 대구탕 1만 2천 원, 전복죽 1만 8천 원. 영업시간 10:30~22:00. 백화점 휴무일. 부산 동구 범일로 125 현대백화점 9층. 051-667-0933.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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