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새로운 내공의 맛!

입력 : 2016-01-06 19:09:02 수정 : 2016-01-10 14:10:4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늘 똑같은 날이지만 '새해' '시작'이라는 단어는 설렘을 준다. 사실 아직은 '2016'이라는 숫자가 낯설다. 새롭게 문을 연 가게이지만 낯설지 않은 두 곳이 있다.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온 곳이라 그런 모양이다. 매콤한 사천요리가 먹고 싶다면 '라라관', 따뜻한 우엉차에 주먹밥이 먹고 싶다면 '카페 조말순'으로 가 보자.

라라관

사천요리에 빠진 김윤혜 대표
中 쓰촨 성 가서 직접 배워

중국 산초 얼얼한 마파두부
고기 식감 가지 튀김 등
달콤 매콤한 맛 이색적

부산 금정구 장성시장의 '라라(辣辣)관'. 이곳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라라'라는 단어의 경쾌한 느낌 때문에 즐거운 곳일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중국어로 '라(辣)'가 맵다는 뜻이고, 중국 몇몇 지역 방언으로 '라라'는 '수다를 떨다'는 의미도 있단다. 매운 사천 요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가게 입구 빨간색 입간판에는 오늘의 메뉴와 재료의 원산지가 적혔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장이 국산이라고 적힌 대목이다. 김윤혜(27) 대표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다. 중국인 손님이 오면 중국어로 대화한다(물론 평소에는 한국어를 쓴다). 한국말 잘하는 중국인으로 자주 오해를 받아 그렇게 적었다며 웃는다.

가게 안으로 첫발을 디뎠다. 어째 발끝의 감촉이 폭신하다. 자리에 앉고서야 그 이유가 해바라기 씨앗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긴 혼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기다리는 손님이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준비한 것이다. 다들 무념무상으로 씨앗을 까먹는다. 그리고 껍질을 바닥에 버린다. 해바라기!

먹음직스러운 마파두부를 밥과 함께 크게 한 숟가락 떴다. 고소한 두부와 매운 듯 맵지 않은 소스의 맛이 조화되어 일품이다. 중국 산초 덕분에 혀가 얼얼하다 '어향가지'는 가지를 튀겨 달콤한 소스에 버무려 냈다. 가지를 어떻게 했는지 식감이 마치 고기 같다. '탕수 갈비'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고소한 돼지고기의 맛을 달콤한 소스로 잘 살렸다. 사천요리 하면 매운맛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졌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만 남았다. 김 대표는 사천요리가 좋아서 채식식당인 '나유타 카페'에서 사천주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쓰촨 성 청두 현지 요리학교에서 사천 요리를 배우고 왔다. 중국어를 전공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전공을 가장 잘 살린 일을 하고 있다며 크게 웃는다. 매사에 즐거워 보인다.
사천식 마파두부 덮밥은 바뀌지 않는 고정 메뉴이지만 나머지 요리는 주 단위로 달라진다. 그는 자기 요리에 대해 "늘 맛있지만 토요일이 가장 맛있다"고 웃으며 이야기 한다. 혼밥(혼자 먹는 밥)이 싫거나 특별히 즐거운 한 끼 식사를 하고 싶다면 라라관으로 가 보자.

마파두부덮밥 7천 원, 어향가지 8천 원, 탕수갈비 1만 5천 원. 영업시간 12:00~21:00(브레이크 타임 14:30~17:30). 일요일 휴무. 부산 금정구 수림로 61번길49. 010-7474-8385. 
카페 조말순

프리마켓서 판 양갱·과일청
입소문 퍼져 개업까지

엄마가 만들고 딸이 차린
화전·주먹밥·떡 구이…
'소박한 맛' 매력 만점

'카페 조말순'으로 찾아가는 길은 정겹다. 오래된 가게를 따라가다 보면 옥빛 타일이 붙은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번화한 골목이 아닌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게를 소개하는 글 중에 '섬처럼 떠 있는 곳'이라는 표현이 있다.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바닥도 따뜻하다. 예전 가게에서 온돌방이었던 자리를 그대로 두었단다. 추운 날에는 보일러가 돌아간다.

김지나(33) 대표는 메뉴판을 가져다 주며 작은 목소리로 무엇을 먹을지 물어본다.

주문 뒤에야 만들기가 시작되니 속도가 느린 것이 당연하다. 다음 손님이 들어왔다. 개방된 구조의 주방이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다. 나중에 온 손님은 먼저 온 손님의 메뉴를 만드는 그를 봤기에 재촉하지 않는다.
따뜻한 우엉차와 함께 주먹밥이 나왔다. 잘게 자른 우엉과 버섯, 유부가 들었다. 담백한 우엉차와 방금 만들어 낸 주먹밥까지 모든 것이 따뜻해서 좋다. 곧 예쁜 꽃잎이 올라간 화전과 요거트, 에이드가 나왔다.

따뜻한 우엉차는 천으로 직접 만든 티백이 사용된다. 그 끝에는 영문 조말순의 영어 이니셜인 'J' 모양이 달렸다. 유리컵은 뜨겁지 않도록 리넨으로 만든 리본으로 묶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을 들여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좋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그가 카페를 열기 전 주얼리 디자이너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서울에서 일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쉬려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왔단다. 그러다 어머니와 과일 청과 양갱을 만들어 프리마켓에서 판매했다. 맛이 있으니 불티가 났다. 그렇게 프리마켓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다가 얼마 전 카페를 열었다.

조말순은 김 대표의 어머니 이름이다. 처음에는 당신의 이름이 촌스러워 부끄럽다며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다고 좋아한단다.

엄마가 만들고 딸이 차려낸 '카페 조말순'은 온돌만큼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곳이다.

우엉차 4천 원, 생강라테 5천 원, 수제청 요거트 6천500원, 우엉주먹밥 5천 원, 화전 5천 원, 가래떡구이 4천 원. 영업시간 11:30~21:00(일요일 ~18:00).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수영로510번길 42 (도시철도 금련산역 1번 출구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직진). 070-7622-8186.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