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장 對 박 기자'-고기 맛집] 눈꽃 선명한 '명품 한우' VS 입에 착 감기는 '서민의 맛'

입력 : 2016-02-17 19:05:06 수정 : 2016-02-21 16: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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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식육식당은 습식과 건식 숙성을 병행해 맛과 가격을 다잡는 '중도의 미학'을 추구한다. 블로거 울이삐 제공.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고기 힘으로 견딜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 '고기가 진리다'라는 말이 퍼지는지도 모르겠다. 별별 사람이 다 있듯이 고기에도 종류가 많다. 자기만의 개성을 앞세우는 고깃집도 늘고 있다. 이번 주 '박 대 박'은 명품 소고기와 돼지고기 중에서도 저렴한 뒷고기를 골랐다. 둘 다 챙겨뒀다 때와 장소, 분위기에 따라 고르면 되겠다.

■영남식육식당 명품관

기존 영남식육식당 업그레이드
습식과 건식 숙성 병행해
고유 방식으로 '명품' 맛 찾아

세상에 움직이기 힘든 게 사람의 마음 아니던가. 웬열? 정성스러운 상차림에 마음이 살짝 동했다. 연분홍빛 연골이 봄이 멀지 않았으니 긴장을 풀라고 속삭였다. 그 속살의 감촉은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웠다. 설화(雪花)등심! 하얗게 핀 눈꽃이 곧 겨울이 물러감을 아쉬워한다. 숙성시켜 꽃발이 화려하고 예쁘게 올라온 것이다. 눈꽃이 불판 위에서 사라지고, 갈색 추억의 점으로 남았다. 농후한 치즈처럼 진한 육즙이 신음하듯 터져 흘렀다.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 데도, 고기가 맛이 드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영남식육식당은 벌써부터 부산에서 고기 맛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승무 대표는 얼마 전 안락동에 기존의 영남식육식당을 업그레이드시킨 '명품관'을 냈다. 잘나가 보이는 이 대표도 하는 일마다 안되던 시절이 있었단다. 일식 요리사 출신으로 일식집, 곰탕집, 분식집까지 열어 3연타로 망했다. 그때는 하늘이 배추 이파리처럼 노랗게 보이더란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전국의 한우 전문가를 찾아 다녔다. 강원도 횡성에서 한 고깃집 사장님을 만났다. 오랜 세월 무릎 꿇고 서빙을 해서 무릎에 굳은살이 박인 것을 보고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 영남식육식당 명품관 고기 맛의 비결은 숙성에 있다. 특이하게도 습식과 건식 숙성을 병행한다. 건식 숙성은 '드라이에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유행같이 퍼지고 있다. 맛은 좋지만 버리는 부위가 많아 가격이 비싸다. 반면 습식 숙성은 풍미가 부족하다. 고기 맛을 결정짓는 것은 온도와 공기. 고기의 손실 없이도 맛은 드라이에이징에 버금가게 만드는, '중도의 미학(味學)'을 찾았단다. 고기 맛도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다. 

사진은 '대패 등심'.
명품관에서는 원하는 부위별로 주문할 수 있다. 예쁜 플레이팅 또한 이전에 비해 업그레이드되었다. 한우 등심을 얇게 썰어 롤 형태로 돌돌 말아 나오는 '대패 등심' 강추다. 이 진한 맛을 보면 세상사가 싱겁게 여겨진다.

끝으로 냉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냉면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냉면 마니아가 두 번을 맛보았다. 첫날 먹은 슴슴한 냉면은 맛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다시 맛본 냉면은 간이 좀 세졌다. 부산 사람의 입맛을 고려한 것일 게다. 이것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패등심·제비추리 120g 2만 5천 원, 국내산 한우 안심 100g 2만 3천300원. 수제냉면 8천 원. 영업시간 11:00~22:50. 부산 동래구 안락동 606-21. 안락동 한전 동래지사 앞. 051-528-7222.

박종호 기자 nleader@ 
김해뒷고기는 푸짐한 양과 맛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곳이다.
■김해뒷고기

김해서 매일 생고기 가져와
'머리 고기'에 여러 부위 포함
고기 맛 돋우는 밑반찬 별미


뒷거래, 뒷담화…. '뒤'가 붙은 것치고 좋은 의미는 드물다. '뒷고기'라니, 뭔가 은밀하고 먹으면 안 되는 고기 같다. 그래서 더 끌린다. 하지 말라는 건 더 재미있다고 누군가가 그랬다.

뒷고기는 김해 도축장 기술자들이 부위별로 조금씩 빼돌려 팔며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통경로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요즘에는 정식으로 유통되는 머리 고기에서 여러 부위를 떼어내어 만들어진 뒷고기가 판매된다.

남구 대연동 남광시장 근처 '김해뒷고기'는 인터넷 검색을 해도 정보를 찾기 어렵다. 한번 다녀간 손님이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오는 입소문으로 홍보가 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에서 뒷고기는 '머리 고기'라고 적혀있다. 1인분에 130g이고 가격은 4천 원이다. 항정살, 볼살, 머릿살이 섞였다. 사실 뒷고기는 어느 부위인지 모르고 먹어야 제맛이다. 부위별로 맛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으니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 든다.

박재년 대표는 돼지갈빗집을 30년 넘게 운영했다. 그러다가 집 근처에서 장사를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곳에 3년 전에 뒷고기집을 열었다. 오랫동안 거래한 김해 주촌에서 매일 쓸 생고기를 받는다.

고기는 부위별로 익는 속도가 다르다. 잘 익은 고기를 청양고추가 든 비법소스에 찍어 먹었다. 고기의 고소한 맛을 소스가 돕는다.

같이 나온 반찬은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 간장소스에 절인 양파, 새콤달콤하게 무쳐 낸 파채를 내어 준다. 명이나물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니 고기를 많이 먹게 된다. 
고기를 먹은 다음 주문이 가능한 해물 된장찌개.
마지막엔 된장찌개와 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구운 김과 하얀 쌀밥, 해물된장이 나왔다. 된장에 쓱쓱 비빈 밥을 김에 싸서 먹었다. 분명히 배가 불러 더 들어갈 자리가 없었는데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박 대표는 손님에게서 맛있다는 인사 듣는 재미에 산다고 이야기를 한다. 손님은 가격이 착하니 좋고, 그는 칭찬을 들어 좋다. 서로가 기분 좋은 곳이다.

오늘 하루 뭔가 일이 잘 안 풀렸다면 김해뒷고기를 먹으며 걱정을 뒤로 날려보는 건 어떨까?

머리 고기 130g 4천 원, 제주 흑돼지 130g 5천 원, 해물된장 2천 원. 영업시간 13:00~24:00. 부산 남구 석포로 72. 감만 삼거리에서 유엔교차로로 방향 언덕길 중간쯤 위치. 051-612-9806.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

캐리커처=조소라 프리랜서 sora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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