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이냐, 갈비냐… 소고기 취향을 저격한다!

입력 : 2016-02-24 19:03:25 수정 : 2016-02-28 17: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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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빠지게 하는 날씨… 고기 좀 먹어 본 당신이라면?

'오가네' 꼬리곰탕의 진한 국물 속에 꼬리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고기 좀 먹어본 사람들은 뼈에 붙은 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갈비뼈가 붙어있는 소갈비, 소꼬리와 소머리를 고아서 만든 곰탕도 뼈에 붙은 고기를 맛보기에 좋은 메뉴이다. 육수가 진국인 곰탕과 소머리 수육이 나오는 집, 고소한 소갈비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가 나오는 집이 있다. 어느 뼈에 붙은 고기 맛을 즐기고 싶은지에 따라 골라보면 되겠다.

오가네

환절기가 되니 몸이 가라앉는다. 이럴 때는 뜨거운 고기 육수가 필요하다. 진국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지인은 기장군 철마면 '오가네'로 가보란다. 하루에 국내산 한우 소머리 두 개만 가마솥에 삶아서 팔고, 재료가 소진되면 가게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대개 오후 2시면 장사가 끝난단다. 한정판이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가게 앞에 도착하니 주차장에는 이미 차가 꽉 차 있다.

하루 소머리 2개씩만 조리
속이 보이지 않는 곰탕 국물
밥 말아 먹으니 기운 불끈
밑반찬 방아장아찌도 별미

가게 안에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오용국 대표에게 그렇게 적어둔 이유를 물었다. 자식에게 먹이려고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만든 음식만큼 맛있는 것은 없단다. 그도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지만, 각자의 집에 있는 어머니보다는 못하니 두 번째라고 적었다며 웃는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루에 준비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아서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 먹지 못하고 갈까 걱정이란 거다. 양복을 입은 이유도 오가네에 찾아온 손님을 최고로 대접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유를 듣고 나니 처음 거절당했던 섭섭함은 이해로 바뀌었다.

소머리 수육은 우설, 뽈살 등 다양한 부위가 함께 나온다.
주문한 꼬리곰탕과 소머리 수육이 나왔다. 곰탕 국물은 뽀얗다 못해서 하얀색이다. 국물이 진해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숟가락으로 꼬리 고기를 건져 내어보니 양이 많다. 꼬리 살을 발라 양념간장에 찍어 먹었다. 부드럽고 잡내가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고기를 먹고 나서 국물에 파와 후추, 소금을 넣은 다음 밥을 말았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 든든히 속을 채웠다. 온기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소머리 수육도 푸짐하다. 우설, 뽈살 등 다양한 부위가 포함되어 있다. 고기 부위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고 우설은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 반찬도 그냥 내어 놓은 것이 없다. 특히 깍두기와 방아로 담근 장아찌는 별미다. 수육과 함께 방아 장아찌를 먹으니 한정판을 먹으러 온 보람이 있다.

오가네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던 진한 곰탕 맛이 난다.


소머리 곰탕 6천 원, 수육 백반 1만 원, 꼬리 곰탕 2만 원, 소머리 수육 2만 원. 영업시간 10:30~재료소진 때. 부산시 기장군 철마로 479. 철마초등학교에서 철마면사무소 방향 오른쪽에 위치. 051-721-1099.

서고집 안동갈비
'서고집 안동갈비'는 생 갈비를 즉석에서 마늘 양념에 버무려 구워준다. 고기의 맛이 더 깊어진다.
해운대 로데오 아울렛 맞은편에 작은 고깃집이 하나 있다. 단정한 글씨체로 적힌 '서고집 안동갈비'라는 상호가 붙었다. 청결함과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으로 평소에도 '서 고집'으로 불리는 서희주 대표가 2년째 운영 중인 곳이다.

갈비에 마늘 양념 버무려
구워 내기 무섭게 입속으로
고기 듬뿍 넣은 찌개까지…
술잔 잡은 손에 불이 나네

가게는 오후 5시부터 문을 연다. 자리를 잡고 얼마 되지 않아 작은 가게 안은 손님들로 꽉 찼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 갈 때는 조금 서둘러야 한다.

생 갈비를 먼저 굽기 시작했다. 화력이 좋아 앞뒷면이 빠르게 익었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아 고소함이 살아있다.

다음으로 시킨 안동 갈비는 조금 전 먹었던 생 갈비를 즉석에서 간 마늘 양념에 버무려 내어준다. 서 대표는 불판에 고기를 올릴 때는 마늘이 탈 수 있으니 털어내고 올리라는 설명을 해준다.

잘 익은 고기 위에 털어내었던 마늘을 조금 올린다. 조금 기다리니 고기의 열기로 마늘이 살짝 익는다. 고기의 고소함에 마늘의 향이 스며들어 고기 맛이 더 좋아졌다. 고기는 굽기가 무섭게 불판에서 사라진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 일행은 먹기에 집중해 이야기는 뒷전이다.

된장찌개로 식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고기 맛에 빠져 잠시 잊고 있었던 반찬이 대접을 받는다. 메추리알 장조림과 오징어채 무침, 배추 겉절이, 젓갈 등 밥 먹기에 딱 좋은 반찬이다.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는 밥은 물론 술과 함께해도 잘 어울린다.
자작하게 끓여진 된장이 나왔다. 끝 맛이 달지 않고 입에 착 붙는다. 된장이 맛있다고 이야기했다. 서 대표의 친정어머니가 직접 담근 된장이란다. 된장에 밥을 말아줄까 물어본다. 그 맛이 또 궁금하다. 밥 두 공기를 된장찌개에 넣고 끓여준다. 밥 때문에 된장의 짠맛이 잡혀서 좋다. 비벼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애주가인 지인은 최고의 술안주는 밥이라며 이 메뉴를 반긴다. 된장에 밥을 말아놓자 술을 부른다. 그릇에 적당히 덜어내니 고기가 가득 들어 있다. 직접 가게에서 고기를 장만하다 보니 자투리 고기가 많이 나와 아낌없이 된장에 넣어준단다. 온종일 고기 생각이 났다면 서고집 안동 갈비로 가보자.


안동갈비 120g 1만 5천 원, 생 갈비 120g 1만 5천 원, 안창살 100g 2만 2천 원, 된장찌개 3천 원. 영업시간 17:00~1:00. 첫째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 480. 해운대 로데오 아울렛 맞은편 중동 금호 어울림 아파트 정문 옆. 051-731-1089.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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