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찾아간 감만동 맛집

입력 : 2016-04-20 19:12:09 수정 : 2016-04-24 17: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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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아구찜의 '해물아귀찜'

감만동(戡蠻洞)은 감만포가 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감만'은 오랑캐를 이긴다는 뜻이다. 지금의 감만동은 부두와 철강회사가 있어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이 많이 오고 다닌다. 부산에 살면서도 감만동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조금씩 알아가도 좋겠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추억과 함께하는 '쌍희반점', 신선한 재료에 손맛 좋은 '동원아구찜'을 권해 본다.

동원아구찜

노란 콩가루 뿌린 '해물 아귀찜'
오랜 내공 담아 쫄깃하고 매콤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도 별미

비 오는 날 찾아간 감만시장은 운치가 있었다. 좁은 골목이다 보니 양쪽 가게의 천막이 맞닿아 장을 보는 동안 비를 맞지 않게 되어 있다. 천막 위로 떨어지는 비의 장단이 경쾌했다. 천막 사이로 하늘색의 '동원아구찜'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가게 안은 콩나물 삶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차 있다. 아귀찜과 해물아귀찜 중 고민을 했다. "뭐가 더 맛있어요?"라고 물었다. 조금이라도 더 들어간 게 맛있지 않겠느냐는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해물 아귀찜을 주문하면 호박죽이 나온다. 개나리꽃처럼 노란색도 마음에 들었다. 어쩜 이렇게 맛있게 끓였는지, 조금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운 것을 먹기 전에 속을 달래라고 내어 주는 것이다.

반찬이 먼저 차려지는데 보기에도 벌써 정성스럽고 정갈하다. 기본 반찬부터 맛있고 손이 가는 집은 본 메뉴는 볼 필요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이 그랬다. 반찬 중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이 있다. 달지 않은 간장양념에 단정하게 누워있는 게장은 진짜 별미였다.

빨간 해물 아귀찜은 가운데 노란 콩가루가 뿌려져 나왔다. 빨간 꽃 한 송이가 피어난 것 같았다. 콩나물과 아귀를 같이 집어 들었다. 콩나물의 아삭함이 살아 있고, 생아귀를 사용해 쫄깃함이 일품이다. 아귀의 살에 간이 골고루 배 입안에서 맛있게 매운맛을 낸다. 아귀 껍질도 탱글탱글하고 육즙이 많아 식감이 좋다. 해물도 싱싱한 것을 사용해서 단맛이 난다.

김영희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처음에는 거절했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자랑할만한 것이 없다는 이유였다.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다시 가게를 찾았다. 이번에는 다른 메뉴를 먹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해물 아귀찜 생각이 다시 나서 또 같은 것을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다.

김 대표는 언니네 부부와 함께 운영한다. 동원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범일동에서 20년이 넘게 운영을 하다가 감만 시장으로 옮긴 지 6년쯤 되었다고 했다. 역시 하루이틀에 쌓인 내공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살아있는 돌게를 빨리 다듬어야 한다며 바쁘다. 목포에 사는 큰언니는 염전도 하고 농사도 짓는다. 가게를 하는 동생의 수고를 덜어 주고 싶은 마음에 천일염, 장, 장아찌 종류까지 다 담아 보낸단다. 자매의 정성과 김 대표의 손맛이 더해지니 동원아구찜의 요리가 맛이 없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해물아귀찜 2만 5천 원, 아귀찜 2만 원, 간장게장 2만 5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2, 4주 월요일 휴무. 부산 남구 우암로70번길 22-6. 051-646-2340.

쌍희반점
쌍희반점의 '탕수육'
허름해 보이는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 보자. 여느 중국집처럼 빨간 간판에 무심하게 '쌍희반점'이라고 적혀 있다.

어느 날 쌍희반점이 문을 닫기 직전 마지막 손님으로 가게를 찾았다. 혼자 밥을 먹으려니 심심해서 "왜 쌍희반점이냐?"고 물었다. 장본화 대표는 먼저 이 가게가 생긴 지 63년이 되었고, 자기 나이도 그와 같다고 했다. 장 대표의 아버지가 가게를 연 지 일주일 만에 그가 태어났단다. 가게도 생기고 아들도 태어났으니 두 가지 기쁨이 생겼다 해서 지은 이름이 '쌍희'라고 했다.

63년 대 이어 운영 중인 터줏대감
물리지 않고 담백한 탕수육
시원한 해물 국물의 수초면 '일품'


탕수육과 수초면을 주문했다. 탕수육은 주문할 때 미리 말하지 않으면 소스가 부어져 나온다. 탕수육은 새콤달콤한 소스와 고소한 돼지고기 맛이 잘 어울린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딱 그 탕수육 맛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오랜 세월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탕수육 소스에 들어가는 채소는 그날그날 달라진다. 이 집의 오랜 단골인 기자가 오랫동안 먹어본 결과이다. 
수초면
수초면이 나왔다. 하얀 국물에 죽순, 버섯, 복어 살, 해삼 등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국물의 시원함 덕분에 면보다 국물이 먼저 줄어든다. 국물은 조금 짜다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단맛이 나는 탕수육과 수초면을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쌍희반점은 모든 요리에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1인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담겨 나온다. 가까운 거리는 배달된다는 점도 좋다.

장 대표는 요리, 서빙, 배달 1인 3역을 한다. 갑자기 어디선가 'BOUNCE with me BOUNCE with me' 디제이 디오씨의 'Run to you'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의 휴대폰 벨 소리다. "사위 노래 아닙니까?"라고 손님 중 누군가 물으니. "내라도 해야제"라며 웃는다.

얼마 전까지 가게 벽에는 가수 김창렬과 여러 연예인의 사인이 있었다. 최근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면서 없어졌다. 그걸 남겨두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내가 그 사인 때문에 페인트칠을 몇 년을 미뤘는데…"라며 은근히 사위 사랑을 드러낸다. 쌍희반점으로 '런투유' 해보자. 
짜장면 4천 원, 짬뽕 5천 원, 수초면 7천 원, 탕수육 1만 8천 원, 양장피 3만 원. 2, 4 주 일요일 휴무.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 오후 8시 30분. 부산 남구 8부두로 3-1. 051-646-4007.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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