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인듯, 집밥 아닌, 집밥 같은 이 메뉴

입력 : 2016-04-27 19:05:20 수정 : 2016-05-01 17: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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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예인의 생선구이 정식

늘 먹는 똑같은 밥은 지겹다. 그렇다고 식사 때마다 다른 메뉴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각각의 매력으로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두 집을 골랐다.

맛있는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집밥 예인',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 낸 깔끔한 돼지불백을 맛볼 수 있는 '정남매 밥집'이다.

집밥 예인

생선구이 등 메뉴는 단 3가지
부전시장에서 매일 장 봐서 만든
15가지 맛깔난 반찬이 '포인트'

부전시장에서 큰 장바구니를 들고 신나는 걸음으로 장을 보는 사람이 있다. 매일 새벽마다 조선애 대표는 그날 필요한 재료를 사러 나선다. 좋은 물건, 제철 재료만 보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고 본다.

원래 요리하는 일을 좋아했던 조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집밥 예인'을 시작했다.

동방오거리에서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골목에는 식당들이 띄엄띄엄 있다. 집밥 예인의 간판은 화려하거나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칠판에 낙서하듯이 그려진 그림과 정감 있는 글씨체로 입구에 세워져 있다. '오늘 엄마의 특별 반찬 잡채와 김치전'이라고 적혀 있다.

저녁 식사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찾아갔던 모양이다. '외출 중'이라는 팻말과 휴대폰 번호가 조그맣게 적혀 있다. 전화를 해 보았다. 근처의 집에 잠시 갔다 오는 중인데 오래 걸리지 않는단다.

기다리는 동안 동네 산책을 했다. 가게에서 광안리해수욕장까지는 멀지 않았다. 오랜만에 바다에 내려가 모래도 밟아 보고 잠시 머리도 식혔다. 가게로 돌아오니 문이 열려 있다.

메뉴는 두루치기, 생선구이, 돈가스 세 가지로 모두 7천 원이다. 그중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조 대표 혼자 준비하는 거라서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할지 모른다며 음악을 틀어 준다.

숭늉, 밥, 국은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한다. 숭늉을 먹는 사이 작은 반찬 그릇에 반찬을 담아 내왔다. 한 상 가득 차려 나온 반찬을 보고 깜짝 놀랐다. 15첩 반상, 가짓수가 많다. 방금 구운 김치전과 갓 끓인 된장찌개까지 나왔다.

그는 좋아하는 지인을 초대해서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하는 마음으로 요리한단다. 이런 마음으로 일단은 있는 반찬은 다 담아낸다. 살짝 늦은 저녁 식사시간에는 떨어지는 반찬이 있어 그날 만든 반찬을 다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혼자 운영하니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조 대표는 귀찮게 자꾸만 물어보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조금 느리면 어떨까. 행복한 밥상이 여기에 있다. 오늘 새벽 어떤 재료가 집밥 예인의 장바구니에 담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멀지 않은 곳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생선구이 정식·두루치기 정식·돈가스 정식 7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민락로27번길 3 컨츄리빌리지 1층. 010-9947-8727.

정남매 밥집

정남매 밥집의 매콤 불백 정식
도시철도 장산역 2번 출구로 나가기전에 지하에서 연결된 왼쪽 통로가 보인다. '화목 데파트 상가 입구'라고 적혀 있다.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둘러 보던 중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정남매 밥집'이라는 이름에 먼저 끌렸다.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실내도 마음에 들었다.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모두 12개뿐이라 규모는 아담하다. 지하상가에는 한 칸씩 호수와 가게 이름이 붙었다.

냉동실 없이 그날 식재료로
불백, 오징어덮밥 '뚝딱뚝딱'
혼밥 먹기 좋아 여자 단골 많아


정남매 밥집은 두 칸이다. 한 칸은 주방으로 사용되고, 다른 한 칸은 앉아서 밥을 먹는 공간이다. 메뉴가 다양할 때는 혼자 온 것이 아쉽다. 여러 가지를 다 먹어 보고 싶지만 주문해도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말이다.

'달콤 불백 정식'을 주문했다. '혼밥'을 먹기에 좋은 곳이라 그런지 혼자 오는 손님이 많았다. 특히 여자 손님이 많이 온다.

모든 메뉴는 미리 만들어 두지 않는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주방이 건너편이기는 하지만 멀지 않아서 요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프라이팬이 불 위에서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곧 불향이 나는 돼지 불고기와 상추 샐러드, 반숙으로 익혀진 달걀부침이 올라간 밥이 나왔다.

돼지고기의 간이 딱 좋았다. 함께 나온 상추 샐러드와 고기를 함께 먹으니 쌈을 싸먹는 것처럼 괜찮다. 반찬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밥을 맛있게 먹기에 적당했다.

정남매 밥집은 가게 이름처럼 남매가 함께 운영 중이다. 오빠인 정태수 씨가 요리, 동생인 루비 씨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식사가 끝나자 태수 씨는 손님에게 음식이 맛있는지, 음악이 괜찮았는지 물어본다. 그는 가게가 잘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늘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란다.

음식을 맛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날 날씨와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는 데도 신경을 쓴다. 그러고 보니 식사하는 동안 분위기 있는 재즈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가게 자랑을 해 달라고 하니 웃으며 "냉동실이 없다"고 한다. 재료를 오랫동안 묵히고 싶지 않고, 그날 사용할 분량만큼만 만들어서 팔려고 그렇게 했단다.

2인분 이상은 배달도 가능하고 도시락 주문도 받는다. 언젠가 정남매 밥집에서 주문한 도시락을 들고 소풍을 가 보아야겠다. 맛있는 도시락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즐거운 소풍이 될 것 같다.

달콤 불백 정식·매콤 불백 정식·생오징어 덮밥 6천 원, 파송송 계란탁 라면 3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4시~오후 5시. 일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세실로 64 화목 데파트 상가 지하 1층 144호. 051-703-8420.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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