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맛 겸비 해운대 미포 맛집 2곳] 꼬리에 붙었다고 미포라더니… 맛집 많아 味浦라 해야겠네

입력 : 2016-05-18 19:01:55 수정 : 2016-05-22 15: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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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 끝집' 옆에는 바다가 있어 음악보다 더 좋은 파도 소리와 함께 밤이 깊어간다.

미포(尾浦)는 해운대 동북쪽 와우산(臥牛山·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산이라 해서 붙은 이름)의 꼬리 부분에 있는 바닷가라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망상어, 감성돔 낚시터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따라 달맞이언덕 방향으로 걷다 보면 제일 끝이 미포다. 미포에는 작은 어항과 아름다운 미포 마을이 자리 잡았다. 같은 해운대지만 미포는 여전히 작은 어선이 오가는 소박한 느낌이 남아 있다. 오후가 되면 그날 아침에 잡은 자연산 회를 파는 작은 노점이 열린다. '해운대관광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부산 바다를 가볍게 드라이브할 수도 있다. 미포에서 맛과 멋을 겸비한 '미포 끝집', '해운대옥탑'을 소개한다. 여기 앉아서 식사하다 문득 아름다운 마을이어서 '미포(美浦)'라고 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 소리와 함께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여름 냄새가 난다.

미포 끝집

무채 방석에 앉은 회 한 접시
물 좋은 놈인지 달콤한 맛이

두 번 구운 장어 맛에 '엄지 척'
장독김치는 라면과 '환상궁합'

자갈 깔린 바닷가 자리 잡으니
천연 BGM에 분위기 절로 '흥흥'


'미포 끝집'은 이름 그대로이다. 미포에 도착해서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미포 끝집이 있다.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방도 좋지만, 오늘은 자갈이 깔린 앞마당에 앉을 생각이다. 마침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바깥에 앉은 손님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자리가 남았다. 평소에는 한참 줄을 서야 겨우 앉을 수 있는 자리이다.

바로 옆에는 바다가 있고 앞에는 해운대의 높은 건물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카메라를 먼저 꺼냈다. 해가 지는 하늘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기억에 남기고 싶었다. 사진 한 장을 찍어서 단체톡 방에 올렸다. "어디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다음에는 같이 오자"는 약속을 할 때쯤 주문한 회가 나왔다. 동그란 접시 위에 무채로 방석을 깔고 보기 좋게 담아서 나온다. 회를 한 점 집어 들었다. 소스를 찍지 않고 먼저 맛을 보았다. 회 자체가 싱싱해서 달콤한 맛이 난다. 그날 들어온 물 좋은 생선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사진은 장어, 조개, 전복이 나오는 모둠 구이.
밤바다의 바람이 차다는 핑계로 '모둠구이'를 시키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먹고, 놀 때 뜻이 잘 맞으니 친구다. 장어, 조개, 전복이 커다란 접시 위에 함께 나왔다. 조개는 뜨거운 불 위에서 금세 익었다. 간장 소스와 함께 맛을 보니 입안에서 살살 녹아 버린다. 조개는 익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장어 구이에서 모두의 엄지가 올라갔다. 장어를 살짝 구워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구웠는데 이 양념이 일품이다.

음악보다 더 좋은 파도 소리와 함께 밤이 깊어갔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다 보니 속 깊은 서로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동안 있었던 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라면 생각이 났다. 해물라면을 주문했다. 라면과 함께 배추김치가 나왔다. 김치 빛깔이 다르다. 어떻게 만든 것인지 물었다. 일 년 치 김치를 담가 가게 뒤편에 묻은 장독에 넣어 둔 것이란다. 하루 쓸 양만큼 꺼내서 사용한단다. 역시나 맛있는 김치에는 비법이 있었다. 평범한 라면을 맛있는 김치가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부산에 살고 있지만,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바다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나는 하루였다. 좋은 재료를 구우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황준 대표는 좋은 재료를 구하려고 항상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황 대표는 미포마을에서 태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살 작정이란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미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해운대는 앞으로도 더 많이 변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맛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개구이·장어구이 4만 원, 생우럭구이 3만 원, 전복 구이(국내산) 6만 원, 모둠구이 8만 원, 모둠회 6만 원, 해물라면 6천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전 2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77. 051-746-5511.
옥상에 위치한 '해운대옥탑'에서는 멋진 경치로 술이 잘 넘어간다.
해운대옥탑

해운대 마천루 눈앞에 둔 옥상
'뷰'만으로도 맥주 한 병은 거뜬

경치 믿고 음식 대충할 수 있나
바비큐는 참나무 장작으로 제대로

시원한 라면 국물에 빠진 꽃게
해장과 식사 한 번에 해결해 줘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그 남자의 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가수 최백호의 노래 가사이자 '해운대옥탑'의 SNS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미포가 시작되는 회센터 건물의 옥상에 '해운대옥탑'이 있다. 캠핑 의자와 테이블이 옥상 곳곳에 보인다. 이곳에서 모든 일이 신나는 두 남자 손재영 대표와 신동엽 이사를 만났다. 흥겨운 음악도 있지만 이 가게의 즐거운 분위기는 이 두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재미가 없으면 그 무엇도 하지 않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들이다.

해운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이 공간에서 두 남자는 깊은 고민을 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가게를 열었다. 그래서 지금도 조금씩 공사가 계속되는 중이다. 주변에서는 '미포의 가우디'냐고 놀리는데 오히려 이런 반응을 좋아하는 눈치다. 손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매번 다른 분위기의 해운대옥탑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뷰 깡패'라고 홍보하더니, 멋진 경치에 팝콘만으로도 맥주 1병은 가볍게 넘어간다. 손 대표는 오해는 하지 말아 달란다. 분위기만 믿고 음식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바비큐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서 훈제를 한다. 그래서 육즙이 잘 지켜진다. 고기도 연해지고 맛을 낼 수 있어서 그 방법을 선택했단다.

커피는 손 대표가 직접 핸드 드립으로 내린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혹시 손 대표가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그날은 커피를 못 판다. 커피 내리는 기계 자체가 아예 없으니…. 재미뿐만이 아니라 고집도 있어 보인다. 
사진은 삼겹살, 목살, 새우, 채소가 나오는 '옥탑 바비큐'.
기다렸던 '옥탑 바비큐'가 먼저 나왔다. 삼겹살, 목살, 새우, 채소가 잘 구워져 있다. 그릴 자국이 선명해 보기에도 맛이 있어 보인다. 먼저 고기 맛을 보았다. 살아 있는 육즙은 기본이다. 불향이 식욕을 돋우어 준다. 함께 나온 된장 소스까지 곁들이니 젓가락이 신이 난다.

피시 앤 칩스는 와인으로 만든 식초에 찍어 먹었다. 안주 때문에 맥주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캠핑을 왔는데 누군가가 음식을 차려주는 기분이다. 뒷정리도 안 해도 된다. 편안하게 음식 맛을 느끼고 경치를 즐기면 되는 행복한 캠핑이 시작된다.

마무리로는 '해물꽃게라면'을 시켰다. 커다란 꽃게가 냄비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시원한 국물에 꽉 찬 꽃게 살을 발라 넣어 먹으니 해장과 식사가 한 번에 해결된다.

어디선가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노래가 들린다. '무작정 올라간 달맞이 고개엔/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시간이 멈춰 버린 듯 이대로/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 보자.' 추억이 쌓이는 해운대옥탑이다.

옥탑샐러드 1만 2천 원, 피시 앤 칩스 1만 4천 원, 해물꽃게라면(2인) 1만 4천 원, 옥탑 바비큐 세트 3만 2천 원,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후 5시~오전 1시(금요일 ~오전 2시), 토~일요일 낮 12시~오전 2시(일요일 ~오전 1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28 4층. 051-747-8484.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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