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어는 사랑 입니다

입력 : 2016-06-15 19:05:06 수정 : 2016-06-19 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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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찾아온 더위에 벌써 지치는 느낌이다. 이럴 때면 보양 음식이 생각난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붕장어구이를 먹자. 숙성시킨 장어에 감칠맛 나는 소스를 발라 참숯에 구워내는 '심해', 두툼한 녀석을 구워 장어 본연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the 힘쎈 바다장어'가 있다. 지쳐 버린 입맛, 더위 먹지 말고, 장어를 먹자.

장어를 잡아 10시간 이상 숙성시키고 특제소스를 발라 참숯에 구워낸 '심해'의 '철판구이'.
심해(心海)

다년간 장어 유통한 안목 덕에
착한 가격에 장어 품질 '탁월'
점심에 내놓는 철판정식도 일품

부산 남구 용호동 빽빽한 고층 아파트 사이로 작은 어선들이 정박한 한적한 어촌이 있다. 이색적인 풍경의 이곳을 '섶자리'라고 부른다. 해초가 섶처럼 군락을 이뤄 물고기가 많고 잘 잡히는 자리라는 뜻이다. 장어집과 횟집이 많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중 일본식 장어구이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심해(心海)'를 찾았다.

김욱희 대표가 가게를 시작한 지는 6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장어 유통을 했고, 요리에 관심이 많기도 했다. 장어를 고르는 안목은 기본이고 좋은 재료를 '착한 가격'에 쓸 수 있으니 가게 운영하는데 좋은 점이 많다.

다양한 장어요리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철판구이다. 장어를 잡아 10시간 이상 숙성시키고 특제 소스를 발라 참숯에 구워 낸 것이다.

소스는 일본식 데리야키 소스를 기본으로 한국적인 재료를 더해 재해석했다. 장어 뼈를 고아서 육수를 내고 직접 담근 매실 엑기스와 마늘, 생강 등을 넣고 너무 달지 않도록 만들었다.

장어구이가 나오자 일행의 시선은 일순간 집중되었다. 달구어진 철판 위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때깔. 맛있는 간장소스가 숯불을 만나 달큼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구워져 나오니 바로 먹으면 된다.

양념이 잘 밴 장어를 한 점 입안에 넣자 사르르 녹아내린다. 감칠맛에 반해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직접 담근 향긋한 매실주를 한잔 곁들이니 하루의 피곤함이 가신다.

장어 밑에는 얇게 썬 감자가 깔려 있다. 장어를 먹는 동안 장어 기름과 양념이 배어들면서 철판 위에서 바싹하게 익어 있다. 안 먹어 보았으면 섭섭할 뻔했다.

점심시간에 방문했다면 철판 정식을 추천한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하고 특제소스의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계절 메뉴도 있는데 지금은 홍게와 하모 회가 철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에서 여유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좋다.

철판구이 2인 4만 5천 원, 철판정식 1만 5천 원(~오후 3시), 장어탕 1만 원, 하모회 2인 7만 원, 영덕 홍게 4마리 2만 원.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 ~오후 10시. 1·3주 월요일 휴무. 부산 남구 분포로 66-15. 051-611-2939.
'The 힘쎈 바다장어'에서 반으로 갈라 펼친 장어는 어른 손바닥 두 개를 합한 것보다 크다.
The 힘쎈 바다장어

전직 야구선수 주인장 닮아
씨알 굵은 장어들로 가득
장어탕 깔끔한 뒷맛 인상적


'The 힘쎈 바다장어' 가게 앞뒤의 수조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장어가 가득하다. 한두 마리만 굵은 것이 아니라 모두 씨알이 굵은 녀석들로 채워져 있다.

그 앞에는 장어를 잡으려는 박기태 대표가 서 있다. 그가 막 잡아 올린 것은 2㎏ 정도 되는 장어다. 너무 큰 데다 펄떡이는 힘이 엄청나다. "이것이 장어냐, 이무기냐?" 손님 중 한 분이 농담을 던진다. 밖으로 튀어 나갈 것 같아 걱정스러운 눈빛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표는 "학창시절에 야구 선수였다"며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을 믿으라고 했다. 하긴 그의 팔뚝은 우리의 허벅지보다 굵었다.

반으로 갈라 펼친 장어는 어른 손바닥 두 개를 합한 것보다 크다. 두께도 꽤 두껍다. 철판 위에 올려 지글지글 굽히는 모습을 보니 장어 스테이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장어는 껍질부터 익혀야 한다. 장어를 잘 굽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장어가 두꺼워 손님이 굽기가 쉽지 않다"며 섬세한 손길로 장어를 구워 주니 말이다. 아무런 양념 없이 그냥 장어만 먹어도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빨간 양념에는 방아잎을 곁들이고, 간장소스는 생강과 함께 먹으란다. 두 가지 모두 감칠맛과 향이 좋아 장어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식집을 오래 운영하면서 터득한 비법으로 만든 소스다.

박 대표는 군대를 다녀와서 요리를 시작했다. 인생에서 야구 다음은 요리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집안의 반대가 없었는지 물어보니 의외의 대답이다. "아버지가 미군 부대의 양식당 요리사였다"며 요리는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단다.

이번엔 다른 데서 먹기 힘든 장어 내장 차례다. 내장도 워낙 크니 모양이나 맛이 곱창 같다. 또 장어 뼈를 넣고 오랜 시간 고았다는 장어탕을 주문했다. 여느 장어탕과 겉모습은 비슷하다. 하지만 깊은 맛과 깔끔한 뒷맛에 감탄이 나온다. 장어에서 배어나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양파즙을 넣었다고 귀띔했다. 오늘 힘센 장어가 생각난다면 이 집이다.

바다장어 중 5만 원, 장어탕 9천 원, 볼락회 소 5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1·3주 일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법원북로3번길 35. 051-503-8892.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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