湯! 湯! 더위에 집 나간 입맛 잡아라

입력 : 2016-06-29 19:07:38 수정 : 2016-07-03 16: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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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탕'에서는 고기와 약재 9가지로 맛을 낸 맑은 육수에 양지 편육이 올려져 나온다.

수정처럼 빛나는 부산 동구 수정동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소고기 양지 부위로 국물을 내어 감칠맛 나는 '양지탕', 남도식으로 만든 구수한 추어탕이 있는 '양지 추어탕'이다. 구슬땀 흘리며 먹다 보면 내가 선 땅이 '양지(陽地)'처럼 느껴진다.

양지탕

양지고기에 9가지 약재 넣고
육수통 5년째 '부글부글'
누린내 없이 우직한 국물 맛


가게 이름은 '양지탕'. 가장 인기 있는 메뉴도 양지탕이다. '양지'는 소 몸통의 앞가슴부터 복부 아래쪽의 살코기부위다. 육질이 치밀해 탕으로 끓이면 진한 맛이 난다.

뚝배기에 담긴 뜨거운 국물에서는 구수한 고기 냄새가 난다. 고기도 넉넉히 들었다. 함께 나온 차가운 국수 사리를 넣으니 먹기 딱 좋은 온도가 된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입안 깊숙이 넣었다. 누린내가 없다. 고기를 제대로 삶아 내야만 나는 맛이 난다. 얌전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국물이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고기 육수의 간이 밴 국수를 먹었다. 다음엔 따뜻한 밥을 말았다. 국물과 어울린 밥은 달고 고소해졌다. 말없이 숟가락을 쥔 손만 바쁘게 움직인다.

변함없이 나오는 깍두기, 배추김치, 된장 고추지, 부추 무침은 양지탕과 가장 잘 어울리는 4총사다. 모자라는 반찬은 얼마든지 더 가져다 먹으면 된다.

이영수 대표는 언제나 주방을 지키고 있다. 이 대표는 가게를 시작하고 5년이 넘게 육수통의 불을 한 번도 꺼 본 적이 없다. 가게가 쉬는 날에도 나와서 육수통을 지켜본다. 맛은 정성에서 나온다. 그동안 육수통에 들어간 고깃값은 억대가 넘는다며 웃는다. 육수의 가격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는 뜻이다.

맑은 육수를 내기 위해 양지 부위와 약재 9가지만 넣는다. 인삼, 대추도 들어가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둥굴레라고 말한다. 둥굴레는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고 구수한 맛을 낸다. 육수를 진하고 맛있게 내는 기본은 고기를 많이 넣는 것이다. 재료를 아끼지 않으니 진한 맛이 난다. 우직한 고깃국물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양지탕 7천 원, 갈비탕 8천 원, 도가니탕 9천 원, 양지 수육 2만 원, 도가니 모둠찜 3만 원. 오전 11시~ 오후 9시 30분. 2·4주 토요일 휴무. 부산 동구 수정로 9-1. 051-466-8841.

양지 추어탕

'양지 추어탕'에서는 가마솥에 끓인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양지 추어탕의 대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2층 주택을 개조해 햇살이 잘 들어오는 화단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난다.

가게 한쪽에는 지나간 신문이 각이 잡힌 채 쌓여 있다. 가게 안도 먼지가 앉을 틈 없이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 있다. 정갈한 느낌에 기분이 먼저 좋아지는 곳이다.

합천서 가져온 신선한 미꾸라지
아침마다 가마솥에서 삶아내
얼갈이배추와 함께 '보글보글'

마당에 걸려 있는 큰 가마솥에다 합천에서 가져온 미꾸라지를 아침마다 삶아 낸다. 미꾸라지를 삶아 일일이 체에 걸러 맛이 쓴 내장과 뼈를 분리한 후 얼갈이배추를 넣어 다시 한번 푹 끓인다. 이렇게 하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미꾸라지의 살이 살아 있다.

뚝배기에 나온 추어탕은 비린 맛과 잡내가 전혀 없다. 제피(초피), 마늘, 매운 고추를 넣으면 더 맛있다며 권한다. 함께 나온 반찬은 자주 바뀌지 않는다. 반찬을 바꾸면 "저번에 먹었던 그 반찬은 없냐"며 찾는 손님이 많아서 그렇다.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내장을 뺀 명태를 반건조시킨 코다리로 조림을 한 것이다.

이병현, 장복희 부부는 수정시장에서 20년 넘게 그릇 가게를 운영했다. 개인 사정으로 가게를 그만두면서 무엇을 해 볼까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것이 추어탕이었다. 부부는 추어탕을 좋아해 여름이면 큰솥에 한가득 끓여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이웃들은 "담백하고 맛있다"며 칭찬을 했다.

아내인 장 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요리한다는 생각으로 아침마다 주방에 선다. 이런 마음이니 일이 즐겁고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서빙을 담당하는 남편 이 씨는 단골에게 안부를 묻고 반찬은 모자라는 것이 없는지 챙긴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니 이 집 음식은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한가 보다. 손님에게서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받을 때,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진 것을 볼 때 부부는 신이 난다.옥상에는 가지와 여주가 익어가고 있다. 이것으로 여름 내내 반찬을 만들어 낼 순 없지만 한두 번이라도 직접 기른 것으로 손님상에 내고 싶어 그렇게 한다고 했다. 식사가 끝나면 나오는 시원한 수정과도 좋다.

추어탕 6천 원, 추어 국수 6천 원, 미꾸라지 튀김 2만 원, 아귀찜 2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부산 동구 중앙대로371번길 70-4. 051-467-3924.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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