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동이 '빵천동'으로 불리는 이유

입력 : 2016-07-06 19:12:17 수정 : 2016-07-10 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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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미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시폰 케이크는 부드럽고 촉촉해서 인기가 많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는 예전부터 맛있는 빵가게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빵천동'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 두 곳이 더 생겨 빵빵한(?) 이야기를 보태고 있다. 담백한 빵과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옥미당', 달콤한 케이크가 가득한 '어바웃제이(about J)'가 그 주인공이다.

옥미당

뾰족한 삼각형 지붕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앞마당에는 집 모양의 간판에 '빵'이라고 한 글자만 간결하게 적혔다. 제빵실의 유리 너머로 빵을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새하얀 앞치마를 두른 제빵사가 반죽하고 모양을 만들어 열심히 빵을 굽고 있다. 황선옥 대표가 운영하는 '옥미당'의 아침 모습이다.

빵은 나오는 대로 진열대에 자리를 잡는다. 식빵, 치아바타, 베이글 등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은 빵이 많다. 어느 게 맛있을까, 묻지 않아도 된다. 시식용 빵을 아낌없이 잘라 놓아 직접 맛을 보고 입맛에 맞는 거로 고르면 된다.

"빵이 좋다"는 26년 경력의 대표
올리브유 곁들이는 바질 시폰
우엉밥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


옥미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바질 시폰과 커피를 주문했다. 시폰 위에는 올리브유가 담긴 스포이트가 꽂혀 있다. 빵을 먹을 때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먹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따뜻한 커피를 곁들이니 입안은 금세 올리브와 바질향으로 가득해진다.

빵 외에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직접 만드는 우엉밥과 함바그, 가든 샐러드가 있다. 우엉밥은 일본풍의 네모난 도시락에 아기자기하게 담겨 나온다. 밥 안에는 버섯, 우엉, 연근 등 여러 가지 재료가 들었다. 간장소스로 간을 해서 먹으면 된다. 고소해서 입을 당기는 건강한 맛이다. 토마토, 셀러리, 베이컨이 어울린 토마토 수프도 새콤한 맛으로 소박한 우엉밥과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황 대표는 26년째 빵을 만들고 있다. 그 세월 동안 빵만 만드는 이유는 "빵이 너무 좋아서"다.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도 그의 주방은 언제나 빵을 구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고, 선물을 건네고 싶을 때 빵을 구웠다. 마음을 담아 건네는 선물 같은 빵을 만날 수 있는 곳, 옥미당이 있다.

시폰 70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우엉밥 세트 1만 1000원, 함바그 1만 3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수영로402번길 14(남천동). 051-612-9602.

어바웃제이
'어바웃제이'의 '체리 베리 쇼콜라'에는 큼직한 체리가 장식되었다. 달지 않고 진한 초콜릿 맛이 난다.
조용히 비가 내리는 오전에 여기를 찾았다. '어바웃제이(about J)'의 진열장에는 벌써 예쁜 케이크가 가득하다. 무엇을 먹을지 이미 마음을 정하고 왔는데 마음이 흔들린다.

김태정 대표는 서면에서 '카페 드 베르'라는 가게를 3년 넘게 운영했다. 그러다 조금 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문을 닫고 1년 넘게 부산과 서울을 왕복하며 다시 공부를 했다.

서면 가게 문 닫고 케이크 공부
남천동서 새로 디저트 선보여
입안 상큼한 레몬파이 '일품'

'정이가 만드는 케이크 가게'라는 뜻으로 어바웃제이라고 이름을 짓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간판에는 '홈메이드 디저트, 2011년부터'라고 적혀 있다. 이전 가게에서부터 인기 메뉴였던 레몬 파이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혼자서 운영하는 카페라 시간이 조금 걸린다며 양해를 구한다. 커피 향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레몬파이를 맛을 보았다. 상큼한 레몬 향이 입안을 적신다. 크림은 부드럽고 달콤하다. 겹겹이 쌓여 바삭거리는 파이는 입안을 즐겁게 한다. 사랑스러운 맛이다. 비 오는 날의 우울했던 기분이 금세 레몬처럼 상큼해졌다. 커피는 고소한 맛이 나는 원두를 사용했다. 케이크와 잘 어울린다.

눈 녹듯이 사라진 레몬 파이가 아쉬워서 체리 베리 쇼콜라를 하나 더 먹기로 했다. 케이크 위에는 생크림을 올리고, 큼직한 체리가 장식되어 나왔다. 달지 않고 진한 초콜릿 맛이 난다. 케이크 속에는 또 체리가 들어 감동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성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도 직접 만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도 든다. 하지만 손님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단다. 방부제, 유화제, 첨가물은 들어 있지 않다. 그의 정성이 들어있다.
주방 입구에는 아침에 사 온 레몬이 봉지째 가득 쌓여 있다. 레몬파이를 굽기 위한 것이라 했다. 레몬 향이 가득한 시간에 맞춰 다시 한 번 와야겠다.

체리 베리 쇼콜라 6000원, 캐러멜 너츠 5500원, 티라미수 6000원, 레몬파이 60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홍차 6000원. 영업시간 정오~오후 9시.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수영로408번길 29(남천동). 051-991-7620.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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