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 담백 국수 생각난다면…

입력 : 2016-07-13 19:13:43 수정 : 2016-07-17 17:09:5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생각만 해도 군침 도는 국숫집 다섯 곳 알려주마

모란국수

국수는 서민의 음식이다. 착한 가격의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면 허기도 잠시 잊는다. 국수는 또 잔치 음식이다. 그래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녀 총각에게 "언제 국수 먹여 줄래"라고 묻는다. 국수는 미소의 음식이다. 불가에서는 국수만 생각하면 미소가 피어 오른다 해서 '승소(僧笑)'라 부른다. 생각만 해도 미소 짓게 되는 부산의 국숫집을 순례했다. '안동손칼국시, 남도죽팥칼국수, 모란국수, 옛날국수집, 3대수산국수'까지 다섯 곳이다.

안동손칼국시

오래전 미식가인 선생님을 따라간 곳은 칼국숫집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멸치 육수가 진하던지…. 구포국수로 이름난 국숫집의 진한 멸치 육수에다가 칼국수 면을 넣은 느낌이었다. 그 육수 맛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찰랑거렸다.

기억을 더듬어 몇 년 만에 다시 찾아가서 보니 '안동손칼국시'였다. "이 맛이야!" 강한 멸치 육수는 여전히 중독적이었다. 김혜영 대표가 주방, 오빠 김대욱 씨가 홀을 맡는다. 이 자리에서만 20년, 총 35년간 국수 장사를 했다. 육수에는 디포리(밴댕이)와 멸치, 양파, 청양고추가 들어간다. 재료를 알려줘도 상관없는 것이, 국수 육수는 비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육수는 너무 진해도 금방 싫증이 난다.

국물이 맑아서 건진국수 느낌이 난다. 원하는 손님에게는 건진국수도 선뜻 해 준다. 콩국시에는 검은콩을 갈아 넣고, 검은 깨가 뿌려져 검푸른 빛이 돈다. 여름철 보약 한 사발이다.

손칼국시 5000원, 열무국시 6000원, 콩국시 7000원, 접시만두 6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부산 수영구 장대골로52번길 6(광안동). 051-758-8166.

남도죽팥칼국수
더운 여름이지만 에어컨 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따뜻한 팥칼국수 생각이 났다. 부산진구 개금동에 고영신, 김충임 부부가 운영하는 '남도죽팥칼국수'를 찾았다.

팥칼국수는 겉으로는 면이 보이지 않는다. 팥국물을 젓가락으로 크게 저으니 그제서야 통통한 칼국수가 드러난다. 면에는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도는 팥국물이 듬뿍 묻어 있다. 후루룩하고 빨아들이면 입안에 머무를 새도 없이 쑥 넘어간다. 반찬으로 나온 물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이니 젓가락이 더 신이 난다.

맷돌로 직접 갈았다는 콩국수는 국물이 너무 부드러워 생크림 같다. 진한 국물의 닭칼국수도 자꾸만 손이 간다.

부부는 가게에서 쓰는 식재료를 산지에 가서 직접 구매한다. 그리고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전용 냉장창고에 보관한다. 기본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것 뿐이라며 겸손하다. 재료부터 마음을 쓰니 맛은 당연하다.

팥칼국수 6000원, 닭칼국수 7000원, 들깨칼국수 6000원, 냉콩국수 6000원, 비빔밥 6000원, 새알팥죽 7000원. 부산 부산진구 가야대로 488-9(개금동). 051-891-1588.

모란국수
오주연 대표의 할머니는 모란꽃을 좋아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할머니가 살던 동네에서 국숫집을 열게 되면서 '모란국수'로 이름을 지었다.

주문할 때 밀가루 면과 현미 면 두 가지 중에 먼저 선택을 하고 멸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를 고르면 된다. 현미 면의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컵에 따뜻한 멸치 육수가 나온다. 육수의 진하고 깊은 맛을 보니 멸치국수를 먹어도 좋았겠다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비빔국수에는 빨간 양념과 꼬시래기, 삼겹살 바비큐, 채소가 올라간다. 직접 담근 황매실청, 양파청, 조청을 넣어 비빔소스를 만든다. 양념과 재료를 잘 비벼서 한 입 맛을 보았다. 맛있게 매운 양념장에 적당히 삶아진 면은 잘 어울린다. 직접 구운 바비큐는 국수만으로 허전할 수 있는 속을 꽉 채워 준다. 오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국수이다. 누가 먹어도 맛있는 국수를 만들고 싶다"며 바쁘게 움직인다.

멸치국수 4000원, 냉멸치국수 4500원, 비빔국수 5000원, 콩국수 6000원, 바비큐 3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월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성지로8번길 11(연지동). 051-806-0623.

옛날국수집
'국수골목'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에 정착하면서 국숫집 여러 곳이 모였단다. 지금은 하나만 남았다. '옛날국수집'은 1952년부터 계속 국숫집 자리였던 곳이다.

피난민들은 하루의 고단함을 국수 한 그릇으로 달랬다. 오랜만에 찾아온 나이 지긋한 손님은 "이 자리에 아직 국숫집이 있네"라며 반가워한다. 힘들었지만 그때를 추억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국수가 나왔다. 따뜻한 멸치육수에 면이 인심 좋게 담겼다. 어묵, 달걀, 단무지, 파, 김, 부추, 양념장이 고명으로 올려져 있다. 꾸밈없이 소박한 맛이다.

국수만으로는 배가 고플까 싶어 테이블 위에 있는 달걀을 하나 먹었다. 김미경 대표는 "압력솥에서 삶아 낸 것이라 맛있다"고한다. 비빔당면과 김밥까지 곁들이니 든든한 한끼가 되었다.

국수 3500원, 비빔국수 4000원, 비빔당면 4000원, 물냉면 4000원, 김밥 1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부산 서구 까치고개로160번길 54(아미동). 051-241-7454.

3대 수산국수
'@@'이란 문자를 받고 궁금해 무슨 뜻인지 물었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는 의미란다. 3대 수산국수의 닭한마리국수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그랬다. 국수를 시켰는데 통닭 한 마리가 전신 누드로 다리를 꼬고 요염하게 누워 나왔다. 온몸에 발라진 깨는 해변에서 묻은 모래 같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먹어야 할지…." 이 국수는 삼계탕과 면을 사랑하는 원성현 대표의 창작 요리다. 단골들은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깨와 닭이 어울려 국물이 아주 고소하다.

가오리회비빔국수는 별미다. 양념이 달고 맛있어서 비법이 궁금했다. 비결은 재료에 있었다. 모든 재료를 국산만 쓴다. 중국산 참기름이나 깨소금, 고춧가루를 쓰면 이런 맛이 안 나온다. 손님들도 용케 그걸 다 알아차린다. 구하기 힘든 밀양 수산국수 면을 줄 서서 받아 와 사용한다. 매끄러운 수산국수 맛은 먹어 본 사람만 안다. 3년 된 묵은지가 기막히게 맛있다.

닭한마리국수 7000원, 가오리회비빔국수 6000원, 3대 수산국수 3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부산 부산진구 초읍천로108번길 10(초읍동). 051-802-5477.

글·사진=박종호·박나리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