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해운대에서 만나는 '작은 이탈리아'
입력 : 2016-07-20 19:13:39 수정 : 2016-07-24 18:10:04
'키친동백'에서는 좋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신경을 쓴다. 더운 날이 계속된다. 해운대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맛있는 식사를 즐길 양식당 두 곳을 골랐다. 작품 사진에 둘러싸여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키친동백', 젊은 요리사 부부가 운영하는 '이태리부부'가 있다.
몇 달 전부터 달맞이언덕 뒤편에 '키친동백'이라고 적힌 건물이 눈에 띄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전에 갤러리였던 곳을 레스토랑으로 변신시켰다.
키친동백
갤러리를 레스토랑으로 개조
해운대 풍경과 작품 즐기며
오후 3시까지 여유로운 런치를
처음부터 레스토랑 운영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 아니어서 테이블을 많이 놓을 수 없었단다. 손님 입장에서는 조용히 작품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3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창문에는 해운대 바닷가, 동백섬, 마천루가 보인다. 이 풍경이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오후 3시까지 런치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파스타 코스와 스테이크 코스를 주문했다. 서빙을 해 주는 직원은 요리가 나올 때마다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애피타이저로 이탈리아식 해산물 샐러드가 나왔다. 새우, 전복, 조개관자에 먹물 라이스 칩을 올려서 맛을 보았다. 라임이 들어간 소스의 상큼한 맛이 식욕을 돋운다. 부드러운 당근 수프를 먹고 있으니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메인 요리까지 다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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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가 든 담백한 생선 스튜 '해산물 부야베스' |
키친동백의 주방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공부하고 온 젊은 셰프 5명이 요리를 한다. 김정호 셰프는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열정과 연구하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계절별로 다양한 요리를 준비 중이라며 기대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원에서 야외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자주 들어온단다. 최근에 여기서 첫 결혼식이 있었다. 직원들은 처음 해 보는 결혼식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 후 신부는 "너무 예쁘게 꾸며줘서 감사하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단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예약한 손님도 있었다. 자리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커다란 축하 플래카드가 놓여 있었단다. 덕분에 멋진 남편이 되었다며 좋아했다. 고객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니 좋은 반응은 당연하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쳐 놓은 하얀 천이 바람에 날린다.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니 식사를 끝내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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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키와 크로켓에 단호박 소스를 붓는 모습. |
런치(오후 3시까지) 스테이크 코스 4만 5000원, 파스타 코스 3만 5000원, 해산물 세비체 1만 8000원, 해산물 부야베스 1만 6000원, 뇨키 크로켓과 단호박 소스 1만 8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5시.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가길 85(중동). 051-731-0022.
이태리부부 |
부부 요리사가 운영하는 '이태리부부'에서는 다양한 화덕피자를 맛볼 수 있다. |
뜨거운 햇살에는 걸어 다니기조차 쉽지가 않다. 이때 어디선가 바닷냄새가 가득 담긴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을 따라가 보니 '이태리부부'가 자리 잡고 있다. 가게 옆에는 키 큰 소나무가 우거진 공원과 '운촌 마을' 표지석이 서 있다. 주변에 모두 높은 건물뿐이라 작은 가게가 더 아담하게 느껴진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동그란 안경에 모자를 쓴 귀여운 외모의 남편 정종선 씨, 발랄한 성격의 아내 김혜미 씨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요리를 공부하면서 만나 결혼한 젊은 요리사 부부이다.
요리 배우다 백년가약 맺은 부부
동백섬 길목에 아담한 식당 차려
참나무 화덕이 구워 낸 피자 '일품'칼초네 크림치즈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반달 모양으로 구워진 빵을 가위로 자르고 그 속에 채소와 치즈를 넣어서 먹으면 된다. 따뜻한 빵과 신선한 채소, 고소한 치즈는 잘 어울린다. '시오리' 피자는 쫄깃한 빵 위에 루콜라, 바질, 방울토마토, 치즈로 바싹하게 튀긴 새우튀김이 올라가 있다. '비스마르크' 피자는 반숙 달걀이 올라가 있어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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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초네 크림치즈 샐러드'에 빵을 먹기 좋게 잘라 주는 모습 |
'나폴리에 루꼴라' 오일 파스타는 모시조개와 새우가 감칠맛을 더했다. 맛있는 음식이 자꾸만 맥주 생각이 나게 한다.
가게 안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 테이블 3개와 바(bar)자리가 전부이다. 요리사 부부는 요리할 때 동선을 고려해 먼저 주방을 크게 만들었다. 참나무 장작을 사용하는 화덕도 넣었다. 아내 혜미 씨는 "손님이 앉을 자리는 줄었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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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로 맛을 낸 오일 파스타. |
부부는 신혼여행도 한 달 넘게 유럽의 맛있는 식당들을 찾아다녔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현지에서 직접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해 보며 연구를 했다. 맛있는 나폴리 피자를 만들기 위해 나폴리에도 3개월 정도 다녀왔단다.
함께 같은 꿈을 키워 가는 요리사 부부가 반겨 주는 작은 식당으로 가 보자.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운대를 느끼기에 딱 좋은 곳이다.
비스마르크 1만 7000원, 시오리 1만 8000원, 칼초네 크림 치즈 샐러드 1만 3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5시. 월요일 휴무. 해운대구 동백로 29(우동). 051-741-3340. 글·사진=박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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