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공장 터에서 만난 새로운 맛

입력 : 2016-09-28 19:23:58 수정 : 2016-09-30 12: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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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F1963' 이 부산의 명소로 새롭게 뜨고 있다. '테라로사'의 큰 창문을 통해서 중정 건너편에 '프라하 993'의 전경이 보인다.

쭉 뻗은 대나무숲 사이를 지나면 'F1963'이 보인다. 와이어를 만들던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최근 재탄생했다. 이 건물 안쪽에는 멋진 두 곳이 생겨나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라로사'와 체코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프라하 993'이다.

중정으로 나갔다. 흙을 밟으며,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커피와 맥주를 맛볼 수 있어 더 좋다.

테라로사

강릉서 입소문 탄 커피공장+카페
공장 폐자재로 만든 식탁 등
운치 살린 인테리어 돋보여
아침마다 구워낸 빵과 원두 '일품'

'테라로사'는 2002년 강릉에서 시작되었다. 김용덕 대표는 좋은 원두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 커피 농장을 직접 찾아가거나 그 과정을 직접 챙긴다. 마음을 담는 것이다. 원두를 로스팅해 판매하는 커피 공장과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한 공간에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웅장함에 압도된다.

김용덕 대표
매장 내에는 산지별 원두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특징도 잘 정리되어 있다.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아침마다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빵도 커피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준비 되어 있다.

김 대표는 이 공간과 처음 마주했을 때 "많은 사람의 열정, 숨결, 시간이 밴 곳이고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이 느낌을 있는 그대로 잘 살릴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철재로 만든 테이블에 앉아서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공장의 바닥을 뜯어내 버리려고 한편에 쌓아 둔 철재로 테이블을 제작했다. 몇십 년을 사용했고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이니 이 공간에 녹아드는 것은 당연했다. 천장은 원래 공장의 골조를 그대로 살리고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디자인했다. 카페 여러 곳에 커피나무를 심어두어 이곳이 커피 공장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입구에는 손몽주 작가의 와이어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와이어를 감았던 보빙을 가져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했다. 멋진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는 감성이 담겨 마시는 동안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준다.
테라로사 내부에 와이어를 이용한 설치작품의 모습
김 대표는 "그리움이 남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시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가을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오랫동안 앉아 있고 싶다.

과테말라 란페리 5500원, 브라질 해피 마운틴 5000원, 온두라스 마리&모이 5500원, 아메리카노 5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망미동). www.terarosa.com.

프라하 993
체코는 유럽에서 개인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만드는 양조장도 많고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체코 프라하의 양조장이 부산으로 공간 이동을 하고 있다. 체코 전통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해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는 '프라하 993'이 생겼다.

천년 전통의 체코 양조장 비법
부산 건너와 맥주 애호가 유혹
물 제외한 모든 재료 현지서 공수
체코 셰프가 현지 안주도 선 보여


프라하 993은 체코에서 993년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성 보이톄흐 브제브노프 수도원 양조장'의 레시피를 사용한다. 무려 천 년이 넘는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화학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만들어 낸다.

양조 기계, 홉, 맥아, 레시피를 모두 체코에서 가져와 부산의 물을 정수해서 맥주를 만든다. 양조장의 브루마스터도 체코에서 직접 왔다. 체코 맥주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도 대부분 외국인이라서 외국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양조장과 함께 펍도 운영한다. 체코 현지 요리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맥주소스를 넣어 만든 닭 다리 구이가 나왔다.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한 맛으로 맥주와 잘 어울린다. 함께 나온 '체코 크래프트 맥주'는 고소하고 쌉쌀한 맛이 기가 막힌다. 부드럽게 쏘는 뒷맛도 좋다.

설치하고 있는 양조장 시설은 올 연말부터 제대로 가동된다. 지금 맛볼 수 있는 맥주는 체코 현지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수입한 것이다.

베로니카 대리는 "만들어질 맥주의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양조장에서 바로 즐기는 신선한 체코 맥주의 맛이 기대된다.

체코 크래프트 맥주 7000원, 라들러 6000원, 돼지목살구이 1만 4000원, 닭다리 구이 9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10시. 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망미동). www.praha993.com.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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