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해운대 그늘에 숨은 소박한 맛

입력 : 2016-10-12 19:08:16 수정 : 2016-10-14 1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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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숟가락'의 대표 메뉴인 '반반카레'는 '새우크림카레'와 '소고기토마토카레'가 절반씩 담겨 있다.

해운대라고 하면 화려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이곳에도 소박한 동네 맛집은 있다.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식당 두 곳을 찾았다.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하고 순한 카레가 맛있는 '노란 숟가락', 화덕에서 구워내 담백하고 고소한 피자가 일품인 '라르도'이다.

맛이 있으니 동네 주민에게 사랑받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이도 많다.

노란 숟가락

어린 딸이 즐겨 먹던 카레로
식당 시작한 한성일 대표
유치원생 단골손님이 북적북적
"20인분 이상 끓이는 게 비결"


하얀색으로 칠해진 아담한 건물이 눈에 쏙 들어온다. 가게 안은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그야말로 여성 취향 저격이다. 간판에는 심플한 글자체로 '노란 숟가락'이라는 상호가 적혀 있다.

식사 시간보다 조금 서둘러 찾아갔지만 가게 앞에는 이미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문틈 사이로 카레 끓이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넘어온다.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일행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니 한성일 대표가 자리가 비었다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과 함께 개인별로 귀여운 물병에 물이 담겨 나온다. 1인 1물병이다. 주문하니 가게 이름이 떠오르는 노란 손잡이의 숟가락을 먼저 가져다준다.

한 가지 카레만 맛보기 아쉽다면 '반반 카레'가 좋다. '새우크림카레'와 '소고기토마토카레'가 함께 나온다.흰 쌀밥으로 숟가락 모양을 만들어 접시의 가운데 두고, 양쪽에 각각의 카레를 담는다.

토마토의 새콤함과 소고기의 고소함이 잘 어울리는 카레를 먼저 맛보았다. 토마토와 카레가 이렇게 잘 어울렸나 감탄을 하며 열심히 먹었다. 새우와 크림이 들어간 부드러운 카레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버린다.

국물 없이 고기와 채소를 볶아 덮밥처럼 먹는 '드라이 키마카레'도 있다. '키마'는 다진 고기를 뜻한다. 카레와 밥을 비비면 뻑뻑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밥 위에 올려진 치즈와 반숙으로 구워진 달걀 프라이를 터트려 함께 비비면 부드러워진다.

한 대표는 어린 딸과 집에서 자주해 먹던 카레로 식당을 시작했다. 그때 만들던 방법 그대로다. 그 때문일까? 그는 "유치원생 단골손님이 많다"고 한다. 내 아이가 먹을 것처럼 순하게 만드니 아기 엄마들이 알아주는 것 아니겠냐며 좋아한다.

재료를 듬뿍 넣고 20인분 이상 끓이는 것 말고는 비법은 없단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카레를 맛있게 먹고 나왔다. 카레가 먹고 싶을 때면 노란 숟가락이 생각날 것 같다.

드라이 키마카레 7500원, 반반카레 7000원, 새우크림카레 6500원, 소고기토마토카레 6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월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우동 2로 51(우동). 051-933-9955.

라르도

화덕에서 참나무 장작으로 피자를 구워내는 '라르도'에서 인기메뉴인 '프로슈토' 피자.
달맞이언덕 뒷길에 위치한 '돼지비계'라는 뜻의 화덕 피자집 '라르도'를 찾아갔다. 가게 이름은 푸근한 인상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정상목 대표의 별명이기도 하다. 

푸근한 인상의 정상목 대표
유학 시절 먹던 피자에 자신감
계절별로 2가지씩 새 메뉴 추가
"외진 곳 찾아주는 손님 고마워"


정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손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음식을 만들고 다른 이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즐거웠다.

미국으로 요리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즐겨 먹었던 음식이 피자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명한 피자집을 찾아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와 가게를 차리려고 하니 떠오르는 메뉴가 피자였다. 맛있는 피자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메뉴판에는 10가지의 피자 사진과 인기메뉴가 표시되어 있다. 늦은 점심이라 다 맛있어 보여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그중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프로슈토' 피자를 주문했다.

피자는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 화덕에서 굽는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참나무 장작 타는 냄새와 피자 익는 고소한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화덕에서 구운 피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담백한 빵 위에 돼지고기를 염장해서 만든 햄 '프로슈토'를 얇게 썰어 올렸다. 아낌없이 루콜라를 쌓고 먹기 직전에 치즈를 갈아 뿌려준다. 재료가 푸짐하게 올라간 피자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짭조름한 프로슈토와 루콜라의 향긋함에 올리브까지 함께 어울리니 입 안이 즐겁다.

피자는 주문할 수 있는 크기가 한 가지이다. 혼자 다 먹을 수 없어 남은 것을 포장해 왔다. 식은 피자는 질기지 않고 여전히 쫄깃해 데우지 않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게 한쪽에는 피자 빵 반죽이 숙성되는 냉장고가 세워져 있다. 24시간 이상 48시간 미만의 발효와 숙성을 한다.

정 대표는 "가게가 너무 외진 곳에 자리 잡아 찾아오는 손님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혹시 찾아온 손님이 헛걸음할까 봐 브레이크 타임도 없앴다. 계절별로 새로운 피자 2가지씩 내놓는다. 자주 찾는 손님이 지겨울까 그렇게 한단다.

고마움을 담아 만드는 피자는 마음이 담겨 그런지 행복함이 전해지는 맛이다.

고르곤졸라 1만 2900원, 살라메또 1만 4900원, 프로슈토 1만 6900원, 감베로니 1만 7900원, 라자냐 1만 2900원, 카프레제·깔라마리 99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433번길 38-37(중동). 051-911-3922.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 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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