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개업했는데… 무르익은 '손맛' 남달라

입력 : 2016-10-26 19:12:18 수정 : 2016-10-28 10: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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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포동 골목길의 '루암밋타이'에 가서 쌀국수, 팟타이꿍, 쏨땀타이를 시키고 나면 태국을 여행하는 느낌이 난다.

신상 음식점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맛이 안정화되지 않아 찾아가기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지만 안정된 맛이 보장되는 두 곳을 소개한다. 10년 이상 태국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자리를 옮겨 다시 문을 연 '루암밋타이', 부모님이 운영하는 돈가스 가게의 비법에 젊은 부부의 감각을 더한 '거북이금고'이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별로 음식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한적한 골목길에 '루암밋타이'라는 태국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태국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 같다. 내부는 이미 태국 향신료 냄새로 가득 차 있다.

루암밋타이

고기·새우·한치 들어간 쌀국수
독특한 향신료와 육수 감칠 맛
매콤새콤한 샐러드 '쏨땀타이'
'팟타이꿍'은 간장소스 짭조름

테이블 위에는 현지에서 공수해 왔다는 태국어가 쓰인 물병, 냅킨 통, 양념 그릇이 놓여 있다. 이국적이지만 단순한 인테리어가 마음 또한 편안하게 해 준다. 주방에서는 태국인 요리사 3명이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다.

쌀국수, 팟타이꿍, 쏨땀타이를 주문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뜨끈한 국물이 벌써 생각나는 계절이 되었다. 제일 먼저 쌀국수의 육수를 맛보았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고기, 새우, 한치 등 내용물이 꽤 충실하다. 가게 이름인 '루암밋(모두)'이라는 말처럼 모두 다 들었다. 잘 삶긴 큼직한 소고기도 부드럽게 찢어 쌀국수와 함께 먹으면 된다. 태국식 쌀국수는 다양한 육수 재료와 독특한 향신료를 사용한다. 베트남 쌀국수에 비해 육수의 향이 진한 것이 특징.

팟타이꿍은 쌀국수, 새우, 숙주나물을 넣고 볶아 낸 것이다. 간장소스가 들어가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볶음면이다. 쏨땀타이는 파파야와 각종 채소를 넣어 버무린 매콤새콤한 태국식 샐러드다.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 입안에 약간의 향만 남길 정도이다. 태국의 다른 요리를 더 맛있게 해 주는 주연급 조연이다.

가게 안에 상당히 바빠 보이는 두 남자가 있다. 서빙과 운영을 담당하는 김남준 대표, 요리를 담당하는 안수건 대표이다. 안 대표는 덕포동에서 란푸언타이를 10년 넘게 운영했다. 단골손님이었던 김 대표와 의기투합해 장소를 옮겨 가게를 열었다. 이 둘은 아침마다 쌀국수 육수가 잘 만들어졌는지 같이 앉아 시식을 한다. 좋아하는 쌀국수를 매일 먹을 수 있으니 그 자체로 너무 좋단다. 태국 요리가 먹고 싶다면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루암밋타이로 가 보자.

쌀국수 8000원, 팟타이꿍 1만 원, 쏨땀타이 7000원, ?穿暎? 1만 3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 30분~5시. 월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176번길 23(전포동). 051-804-6585.

거북이금고

빈티지 느낌의 '거북이금고'에서 두툼한 돈가스와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레를 먹다 보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거북이금고'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을 나눠드립니다." 이런 주의사항이라도 붙여야 되지 않을까.

수영구 남천동 해변시장 입구의 거북이금고에서는 빈티지 느낌이 났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살펴보니 재미있는 소품도 많다. 오래된 전축의 LP판에서는 음악이 나오고, 낡은 선풍기가 돌아간다.

제주도産 흑돼지 생고기 사용
1인분에 140g 푸짐한 돈가스
튀김옷 '바삭' 육즙은 '촉촉'
우유 버터 카레도 '마성의 맛'


전상길, 윤미경 부부가 할머니 집에서 훔쳐 온(?) 소품이 많다. 그런데, 소품 말고도 훔쳐 온 게 또 있는 것 같다. 윤 씨의 어머니는 해운대에서 돈가스 가게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어머니의 일을 도우면서 노하우를 배웠다. 좋은 재료를 받는 거래처까지 다 꿰고 있으니….

이들 부부는 매일 아침 제주도산 흑돼지 생고기를 하루에 사용할 만큼만 정육점에서 받아서 출근한다. 이 가게의 유일한 단점은 가게가 아담하다는 것. 기껏해야 한 번에 12명까지 받을 수 있다. 사실 부부가 만들 수 있는 양도 정해져 있다. "어쩌다 보니 한정판 돈가스"라며 부부는 유쾌하게 웃는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제주 흑돼지 생돈가스', 1인분에 등심 140g을 사용해 양까지 푸짐하다. 두툼한 돈가스를 칼로 잘라 맛을 보았다. 빵가루를 입혀 겉은 바싹하고 속은 육즙이 촉촉하다. 이 두툼한 고기를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익혔을까. 부드럽고 고소한 비법 소스에 돈가스를 콕 찍어 먹으니 입안이 행복해진다.

'차돌박이 덮밥'은 양념된 차돌박이를 양파와 잘 볶아 밥 위에 올렸다. 연두색의 상추가 고명으로 올려져 더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실제로 고기와 잘 어울린다. 소고기 카레는 약간 매운맛이 나면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해졌다. 우유 버터가 들어간 이 카레는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마성이 깃들었다. 저녁 한정 갈릭 버터 쉬림프는 최고의 맥주 안주다.

거북이금고의 음식은 맛도 있지만 보기에도 예뻤고 주인장은 친절했다. 가게를 시작하기 전 부부는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났다.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고 공부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기억에는 친절했던 식당들이 남았다.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홀쭉해지는 시간이 되면 두툼하고 부드러운 돈가스가 자꾸만 생각난다. 거북이 금고에 맡겨(?)놓은 돈가스를 찾으러 가야겠다.

제주 흑돼지 생돈가스 6500원, 차돌박이 덮밥 7500원, 소고기카레 6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9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30분~오후 5시 30분.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황령대로489번길 10(남천동). 051-621-2525.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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