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볍지 않은 완전채식의 인문학적 의미

입력 : 2016-12-29 19:06:56 수정 : 2017-01-01 13:12:3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인 보이지 않는 손은 과연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방식일까?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동감하는 존재라고 통찰한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 내부에 현명함과 연약함이 모두 존재하고 각각 다른 역할이 주어져 있음을 인정한다. 연약함의 소산인 이기심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시장과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현명함의 소산인 법과 정의는 사회적 질서를 가져온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충분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연약함은 방임되어서는 안 되고 현명함에 의해 제어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가 너무 중시된 나머지. 이를 보완해야 할 경제외적 분야마저 시장논리로 풀어가려 한다. 심지어 경쟁과 이기심이 마치 인간의 본성인 양 인식되는 실정이다. 그 결과 공동선을 도모하는 능력에 심한 회의가 생겨 정부를 신뢰하는 대신 시장법칙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하고 낫다는 극단적 경향이 태동한다. 이러한 경향 아래 시장은 기존의 부에 최고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작동되며 부는 집중된다.

이렇게 주류가 된 승자독점 경제는 온통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성이 버젓이 자리하게 된다. 곡물 가격을 너무 저렴하게 만들어 동물사료로 공급하는 게 이익이 되는 반면 한편으론 식품구매가 불가능할 정도의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한다.

밥상에 오르기 위해 연간 700억 마리의 동물이 무자비하게 도살당한다. 세계 농지의 80%, 물 소비의 70%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낭비된다. 또한, 세계 식량의 40%가 가축 사료로 투입되면서 연간 10억 명은 배고파 죽어가지만, 20억 명은 만성질환으로 죽어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같은 온갖 치명적 생태계 파괴가 초래된다.

승자독점경제가 일으킨 부의 집중은 정치를 왜곡시키고 이 정치가 다시 경제구조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살아나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살아나야 한다. 이기심만이 인간 본성이라는 인식은 너무 일면적이고 천박하지 않은가. 우리 안에는 공정성 협력 깊은 의미에 대한 추구도 존재한다. 오히려 후자가 더 우리 본성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이 살아나는 민주주의를 통해 승자독점경제를 견제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논의는 삶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제가 풍요냐 결핍이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 전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며, 정치 경제의 잘못된 점에 대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예로 삶이 정글이라면 실제 정글이 아니라 전제로 인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정글에서 자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기에. 실제 정글을 현실화한다. 오늘날 소비주의 강박증과 지속가능성 위기는 삶의 전제가 결핍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삶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하고 마음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음식은 뭇 존재의 협력과 희생이 깃든 우주의 선물이며 풍요와 감사의 체험이다. 완전채식(비건)은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한 생명이라는 확장된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인류 본성에 공감과 연민의 씨앗을 발현한다. 또한, 뭇 생명과 경제 생태계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마음 살피기에 기초하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문제의 원인이 된 사고방식으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채식에의 전환은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다.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