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제대로 먹고 싶다면 이곳!

입력 : 2017-01-04 19:14:12 수정 : 2017-01-0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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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고등어'의 모둠회. 초절임 고등어 회는 감칠맛이 뛰어나다.

새해 첫 맛 지면 주인공으로 고등어를 택했다. 국내에서 잡힌 고등어 90%가 부산을 통해 유통된다. 지난해 어획량은 12% 늘었는데 단가는 24%나 떨어졌다고 한다. 한때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단백질은 물론 불포화지방산 DHA와 오메가3가 풍부한 데다 다른 육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까지 한 고등어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모두가 제 위상을 되찾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고등어에 투영했다. 마침 지난해 12월 나란히 부산에서 문을 연 고등어 전문점이다.

부산고등어

고등어 초절임 회 '자랑'
구이는 최적의 맛·영양
요리 고수의 정성 한가득


피서철 인기 있는 부산 해수욕장 리스트에 최근 몇 년 송도가 굳게 자리 잡았다. 현대화 정비 공사가 마무리되고 인근 하수처리장이 가동돼 깔끔하고 물도 맑아졌다. 많은 사람이 지나면 길이 되고, 그 길에 멋과 맛이 몰려든다. 그 골목 한 귀퉁이에 작은 고등어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평범하다. '부산고등어'.

작은 공간에 평범한 이름인데 속을 들여다 보니 녹록잖다.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산지회 서성갑 회장이 토그 브란슈(셰프 모자)를 쓰고 칼을 잡고 손님을 맞는다. 서 회장은 외식업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을 내놓고 실현하는 사람이다. '부산고등어'가 '백년 송도 골목길'에 들어선 것도 그의 기획이었다.

오후 8시쯤 찾아갔는데 가게 안에는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젊은이들도 많았다. 일행은 모둠회(소)와 구이를 주문했다. 잠시 후 고등어 초절임 회, 농어, 조피볼락(우럭), 연어, 학꽁치가 기다란 접시에 얹혀 나왔다.

서 회장은 가게 안을 분주히 오가며 손님들에게 정겹게 요리를 설명했다. 주방 안에서 정성 들여 회를 써는 모습도 훤히 보였다. 생선과 회, 밥과 구이를 평생 다루고, 손님들과의 소통에도 도가 틔었을 달인이 작은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고등어 초절임에 고추냉이를 살짝 얹어 먹어보니 풍미 가득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큼직하고 두껍게 썬 살점인데도 입안에서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다른 생선들은 고등어 초절임을 접해보지 않은 손님들을 위해 준비된 활어회다. 특히 학꽁치 회는 미각이 아니라 촉각으로 혀를 자극했다. 매끈하고 부드럽게 입안에 잠시 머물다 스르르 넘어가 버렸다.

고등어 구이. 한껏 부풀어오른 껍질이 이색적이다.
고등어구이는 고소했다. 서 회장은 "해외에서 특별히 공수한 오븐에 고등어를 넣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온도·습도·시간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고등어 껍질이 열을 받아 잔뜩 부풀어 올라 있는데 그것을 터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너무 익히면 불포화지방산이 빠져 과자처럼 딱딱하고 퍼석해지고, 덜 익히면 다소 느끼할 수 있다. 그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고등어 추어탕.
특선 모듬 숙성 회 소 3만 원·중 5만 원, 참고등어 숙성 갈비구이 1만 5000원, 점심특선 고등어 추어탕 6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 서구 암남동 82번길 30. 051-231-3312.

한 어부의 고등어 사랑

전국 최고의 재료·신선도
활어 회, 비린 맛 없어
화덕 구이는 속살이 촉촉

고등어와 삼치, 전갱이 등을 주로 잡는 수산업 협동조합이 대형선망수협이다. 대개 제주 근해에서 잡은 어획물을 신속하게 중도매인에게 넘기고 나면 할 일은 끝난다. 하지만 선망수협의 고민은 늘 유통과 소비 촉진에 있었다. 훌륭한 먹을거리가 국민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면 결국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써 위판한 어획물, 제값 못 받으면 손실이 크다. 실제 선망수협을 비롯한 수산업은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유발·연관 효과가 작지 않다.

그래서 선망수협이 처음으로 소비 시장에 뛰어드는 의미로 부산 사직야구장 인근에 직영점인 '한 어부의 고등어 사랑'을 열었다. 지난해 연말 찾아가 보니 10여 개의 테이블과 독립된 방을 갖추고 있는 넓은 식당이었다. 입구 원통형 수조에선 활 고등어들이 마치 태엽이라도 감아둔 것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고등어 구이와 활어 회, 고등어 링 튀김이 한꺼번에 나오는 '한 어부의 고등어 사랑' 점심 특선. 평소 맛보기 힘든 활어 회의 식감이 탱탱하다.
점심 특선을 주문하니 잠시 후 활 고등어 회, 고등어구이, 고등어 링 튀김, 고등어 추어탕, 그리고 6가지 반찬이 나왔다. 고등어 재료로만 4가지 요리, 조금씩 맛을 보고 느낀 것은 화이부동이었다. 같은 재료로도 얼마든지 다른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초절임이 아닌 활 고등어 회는 처음 먹어 봤는데 탱탱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전해졌다.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회를 썬 강창진 조리장은 "옛 어른들이 고등어 회가 비리고 느끼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십중팔구 신선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은 통영 해상 축양장에서 치어일 때부터 키운 고등어를 주 2회 공수해 활어회로 사용한다. 강 조리장은 "활 고등어 회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식당 앞에 원형 수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등어는 끝없이 돌고 돌기 때문에 수조는 원통형이어야 하고, 성질이 급해 수조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도 못한다.

이 집이 자랑하는 고등어구이는 섭씨 500도까지 올라가는 화덕에서 나온다. 김종엽 조리실장은 "화덕에서 500도로 구우면 고등어 체내 불포화지방산이 빠져나가지 않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등어구이는 속살이 꽤 촉촉했다. 소금 양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살짝 찍어 먹을 것을 추천한다. 황은식 점장은 "선망수협 이름을 걸고 하는 집이기 때문에 고등어 만큼은 전국 최고 품질과 신선도를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마 그 촉촉한 속살의 가장 큰 이유는 생산자가 직접 주방으로 가져오는 신선한 재료였을 것이다.

선망수협 이유호 과장에게 지난해 고등어 단가가 왜 떨어졌는지 물어보니 맛있는 참고등어 대신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점고등어 어획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등어 소비를 촉진하는 거점 역할을 하는 이 식당은 참고등어만 사용하고, 조만간 고등어구이 테이크아웃과 배달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황 점장은 "냄새 때문에 집에서 고등어구이를 해 먹기 불편한 소비자들에게 고등어를 더 알리기 위해 구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심 특선·고등어조림 쌈밥 정식(2인부터) 1인 1만 2000원, 구이 정식(고등어·삼치 중 택1) 8000원, 활 고등어 회 소 3만 원, 고등어 초절임 회 소 2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야구 시즌 연장 예정). 부산 동래구 사직북로 4 자이언츠파크 304호. 051-506-9092.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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