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클린에너지 부산 원년으로] 원전사고 매뉴얼 대피보다 면피?

입력 : 2017-01-08 23:05:05 수정 : 2017-01-10 10: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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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의 흥행으로 원전 사고 때 대피 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산시가 해당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아 부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과 경북 경주 등 원전을 끼고 있는 다른 지자체는 방재 매뉴얼을 PDF 파일이나 책자 형태로 공개 열람토록 하고 있는 반면, 부산시는 해당 매뉴얼이 시민 열람용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시, 시민에 비공개 고수
1쪽짜리 내밀며 "홈피 봐라"
울산·경주는 책자 공개열람

8일 탈핵부산시민연대와 그린피스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이 있는 울산시의 경우 '방사능 방재계획'이라는 제목의 PDF 파일을 공개하고 있고, 경주시의 경우 방재 매뉴얼을 책자로 만들어 시민단체에까지 발송해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매뉴얼 중 '주민보호조치' 부분만 일부 공개하고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재계획이 마련돼 있는지에 대한 시민 감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태민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시민단체의 매뉴얼 공개 요구에 대해 부산시는 3쪽짜리 한글 파일만 줬다"며 "담당 공무원이 '시민단체가 이런 걸 알아서 뭐하냐'는 식으로 답변했는데, 공개하기 민망한 수준이라 내놓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본보 기자의 매뉴얼 공유 요구에 대해서도 부산시는 A4용지 한 장짜리 '주민보호조치 요약본'만 제출했다. 부산시 공무원은 담당과를 직접 방문해 열람하는 것 외에 책자를 공유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원자력안전과 관계자는 "해당 매뉴얼은 일반 시민은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주민보호조치 부분이나 시민 행동요령 등은 부산시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주민행동 요령을 보면 실내 대피 통보 때 '집으로 돌아가 창문 및 장독대 등을 꼭 닫고'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침을 반복하고 있는 수준이다. 시민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비상시 집결지나 구호소 정보 등은 빠져 있는 상황이다.

주민 대피 계획의 실효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해당 매뉴얼 전체를 한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다울 그린피스 탈핵 캠페이너는 "방재 매뉴얼은 시민들과 공유하고 현실에 맞게 함께 보완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부산시 측은 "우리 매뉴얼에 따르면 원전 인근 주민들을 차와 기차로 대피시키는 데 최대 4~5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충분한 조치가 돼 있다"며 "매뉴얼이 부실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마선·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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