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 가족 맛집 여기 있어요

입력 : 2017-02-01 19:10:13 수정 : 2017-02-03 10: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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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피의 탄력을 위해 기계를 쓰지 않고 옛 방식대로 반죽하고 있는 편의방 만두전문점 왕영재 대표.

설을 맞아 오랜만에 만났던 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힘든 귀성길을 마다치 않는 것은 의무나 부담과 묘하게 얽혀 있는 사랑과 정 때문이다. 무사한 가족을 확인한 뒤 한동안은 안도와 평안함이 깃든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 중에는 가족이 힘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가족의 사랑과 연대를 바탕으로, 자리를 잡은 식당에서 분화해 새로 식당을 낸 가족 이야기가 지금쯤 어울릴 것 같다.

막내 아들표 만두 - 편의방

동대신동 중국집 '편의방'
막내, 인근에 같은 상호 만둣집
피 반죽·숙성에 하루 꼬박
앞다릿살·국내산 재료 고집

부산 서구 동대신동 동아대병원 뒷문 쪽에서 '편의방'이라는 중화요리 식당은 꽤 유명하다. 병원 손님도 많지만, 인근 동아대 구덕캠퍼스와 경남고 학생·교직원들도 즐겨 찾는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은 맛과 가격 모든 점에서 인근에 정평이 나 있다.

삼선만두

이 편의방에서 부모님을 돕던 아들 왕영재(40)씨가 지난해 3월 부모님 가게에서 약 220m 거리에 만둣집을 차렸다. 상호도 그대로 편의방을 가져오고 옆에 '만두 전문점'을 크게 표기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을 도왔다 하니 20년 넘는 내공을 이미 가진 셈이다. "만두는 다른 메뉴보다 손이 많이 가거든요. 부모님이 연세가 들어가면서 힘들어하시다 결국 메뉴에서 뺐어요. 그런데 다른 만두를 먹어봐도 우리 집 만두 맛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 맛있는 만두를 많이 알리고 싶어서 제가 이어 가기로 한 겁니다."

부모님 가게는 3남매 중 맏이인 형님 내외가 이어갈 예정이었고, 3년 전 결혼한 영재 씨는 만두 전문점 구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거나 가게를 크게 키우겠다는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부모님의 맛있는 만두를 세상에 맛보이고 싶다는 것 하나였다.
군만두

모든 맛의 요체는 정성과 재료다. 만두 전문점 대부분이 사용하는 반죽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옛 방식 그대로 손으로 치대고 홍두깨로 두드린다. 치대고 두드린 반죽을 10시간 숙성시켰다 다시 두드려 피를 만들기까지 하루가 꼬박 걸린다. 반죽 속 공기를 완전히 빼야 탄력 있는 만두피가 되기 때문이다. 만두소도 국내산 재료로 거의 매일 만든다. 모든 만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앞다릿리살이다. "가격 때문에 뒷다릿살을 쓰는 만둣집이 많은데 비싸더라도 맛을 위해 앞다릿살을 쓰는 게 좋겠다고 아버지가 조언해 주셨어요." 활동량 많은 앞다릿살이 대체로 뒷다릿살보다 가격이 비싸고, 맛은 더 좋다는 것이 음식 전문가들의 평가다.
찐만두

무말랭이, 배추, 대파, 부추가 돼지고기 앞다릿살과 어우러져 잘게 다져진 만두소는 만두피를 굽고 찌고 삶을 때마다 화려하게 변주됐다. 바삭한 군만두피 속에서는 아삭한 채소 식감이 살아났고, 찐만두와 물만두에서는 촉촉한 풍미를 느끼게 했다. 이 집 특별 메뉴라 할 수 있는 삼선만두를 운 좋게 먹어볼 수 있었다. 하루 딱 10인분만 준비해 판매하는 한정판이다. 기존 만두소에 새우와 버섯이 추가로 들어가고, 재료 고유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다진 것보다 굵게 썬다. 다른 만두보다 크고 피는 투명할 만큼 얇다. 재료 각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육즙이 입 안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적시고, 새우와 버섯의 향이 어우러졌다.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메뉴여서 30분 전 2인분 이상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영재 씨는 "10개월쯤 운영해보니 가게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긴 시간 손님들에게 신뢰를 쌓으면 될 거라 믿고, 욕심 안 내고 음식 잘 만드는 데에만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문병 오며 우연히 들렀다가 단골이 돼 20~30인분씩 택배 주문을 하는 외지 단골도 생겼고, 15석에 이르는 가게 공간도 점심시간에는 꽉 찬다. 포장 손님은 훨씬 더 많다. 
물만두

마지막으로 '편의방' 상호에 얽힌 이야기 하나.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 최근 서울 서대문구 '편의방'이 생선만두로 유명해졌는데, 이 식당 대표가 영재 씨 부모님과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또 22년 전 영재 씨 부모님이 처음 가게를 낼 때는 영재 씨 외할머니와 친분이 있던 대구 '국내 1호' 편의방 대표의 허락을 구했다고 한다. 즉, 대구, 부산, 서울에 있는 편의방은 체인이 아니지만, 상호 이용에도 분쟁 없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찐·군·물만두 각 10개 1인분 6000원. 삼선 만두 6개 1인분 8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매월 2,4주 월요일 휴무. 부산 서구 대신공원로 13(동대신동 3가). 051-256-2121.

누나표 육회비빔밥 - 곰보식당
선홍빛 육회 위에 점 찍듯 얹혀 있는 달걀노른자의 색 대비가 강렬하다.
감전동 분점, 육회비빔밥 특화
밥 모자랄 정도로 육회 푸짐
달걀노른자·무채 조화 '탄복'

생선회를 많이 먹는 곳이어서 그런가? 부산에서 고기 좀 먹는다는 사람은 육회를 즐긴다. 여간 고기 질이 좋지 않고서는 웬만한 식당에선 취급할 수도 없는 메뉴다.

구포축산물도매시장 바로 옆(삼락동) '곰보식당'은 그런 점에서 정평이 나 있다. 38년 동안 식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며 저렴하고 맛있는 한우로 고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서 넷째 남동생과 가게를 함께 운영하던 송임순(65) 씨는 2011년 감전동에 똑같은 이름의 가게를 냈다. 현재 본점은 동생 3명이 가세해 일을 돕고 있다.
보이는 대로 양도 풍부하지만, 고추장 없이 비비면 은은하고 구수한 고기와 김, 아삭한 채소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삼락동 본점하고 메뉴도 같고 만드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30년 넘게 같이 일했잖습니까." 등골, 횟간 등 특수부위부터 한우로 할 수 있는 메뉴 대부분을 내놓는 본점처럼 감전동 분점도 한우 관련 대부분의 메뉴를 다루긴 하지만 육회비빔밥에 좀 더 특화된 측면이 있다. 저녁에 가면 1만 5000원 하는 육회비빔밥을 점심 특선에선 2000원 깎아준다.

육회비빔밥을 시키니 무채 무침, 배, 김 위에 육회와 달걀노른자가 얹힌 대접을 중심으로 한 상이 차려져 나왔다. 무엇보다 육회 양이 많아 놀랐고, 요즘 귀하다는 신선하고 안전한 달걀노른자가 얹혀 있어 황송했다. 육회 대접 옆에는 쇠고깃국이 있었다.

양념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고추장이 딸려 나왔지만, 본연의 맛을 보고 싶었다. 밥도 넣지 않고 재료들을 그대로 비볐다. 무채 무침 양념이 돼 있는 데다 김과 달걀노른자가 섞일 테니 맛을 보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적당히 비빈 후 한 입 먹어보고는 은은한 맛에 탄복했다. 고추장 안 넣기를 잘했다 싶었다. 사각거리는 배, 좀 더 옹골차게 씹는 맛을 선사하는 무채, 고소한 달걀, 그리고 씹을수록 구수한 맛을 남기는 육회. 은근하게 빠져드는 맛이었다. 입이 짧은 탓도 있지만, 밥술을 떠 넣으며 부지런히 먹었는데도 밥공기를 비울 때까지 육회는 3분의 1가량이 남았다. 그만큼 푸짐했다. 반찬으로 나온 도토리묵을 밥 삼아 대접을 싹 비웠다.

"본점은 동생들이 하고 있으니까, 여기는 우리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아직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힘들다고는 하지만…."

몇 년 뒤 여기서 대를 이은 젊은 주인 부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점심특선(평일 오후 12~3시) 육회비빔밥 1만 3000원, 안심찌개 1만 5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 사상구 학감대로260번길 7(감전동). 051-341-6277.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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