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미케스카 프라하993 대표 "목 넘김이 예술인 체코 맥주 맛보세요"

입력 : 2017-02-02 19:16:53 수정 : 2017-02-05 12: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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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는 1인당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입니다. 저도 평균 정도는 마시니 한국 사람보다는 많이 마시지 않을까요?"

지난해 고려제강 수영공장에 문을 연 체코 맥주 양조장 '프라하 993'의 루카스 미케스카 대표는 주량이 얼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또 체코에서 친구들끼리 술집에 가면 500㏄ 잔으로 8잔 정도 맥주를 마시는 게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체코 사람과는 술내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체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맥주를 많이 마실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에 개소
1000여년 전 전통 주조법으로
3~4주 숙성시켜 진미 그대로

"체코 전통 맥주는 만드는 기법 자체가 목 넘김이 좋습니다. 그게 독일 맥주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잘 믿어지지는 않지만 체코 맥주는 배까지 덜 부르단다. 나즈드라비(건강을 위하여)!

몇 년 전 한 영국인이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글을 써서 큰 화제가 되었다. 미케스카 대표도 한국 맥주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양조 기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조세 시스템(주세) 때문에 싼 맥주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그런 맛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에둘러 말하지만 좋은 평가는 아니다. "다른 조세 시스템 때문에 수입 맥주는 상대적으로 쉽게 한국 시장 진출이 가능합니다." 마트의 수입 맥주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프라하 993'은 체코에서 993년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브제브노프 수도원 양조장의 맥주를 팔았다. 최근 '프라하 993'에 맥주 제조 면허가 나며 체코에서 수입한 보리와 홉을 사용해 브제브노프 양조장 레시피대로 자체 생산하게 되었다. 미케스카 대표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다.

지난달 21일 맥주 제조에 들어가 이달 중순부터는 이곳에서 만든 맥주가 제공된다. 프라하 993 맥주는 숙성 기간이 3~4주로 상당히 긴 편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면 그렇게 길게 숙성시키지 못한다.

체코에서 가져온 맥주와 현지 생산한 맥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통조림 김치와 즉석 담금 김치의 차이가 아닐까요." 열처리를 하지 않고, 배로 실어 오지 않은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로컬푸드를 좋아하듯이 맥주도 지역에서 만든 신선한 것을 찾게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도 장담했다.

미케스카 대표는 2015년부터 주체코 한국상공회의소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체코로 투자하는 기업이 많이 늘고 있어요. 그래서 주체코 한국상공회의소를 만들었는데 제가 회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체코에서 한국으로 투자한 건 제가 최초입니다. 하하." '프라하 993'은 한국에서 제일 질 좋은 맥주를 만드는 회사를 목표로, 양조장 투어도 곧 실시할 계획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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