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내음 한가득 '해안길 벚꽃 브런치'

입력 : 2017-03-22 19:06:24 수정 : 2017-03-24 10: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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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너리레시피의 밀크롤케이크 조각과 단호박크림치즈파운드케이크가 커피와 함께 쟁반에 담겨 있다.

아무 목적 없이 봄볕 아래 여기저기를 살랑거리며 걷고 싶은 때다.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해수욕장은 여름이나 휴일에는 사람과 차의 '파도'가 도로까지 덮는다. 바다 주변 거리를 걷다 들어가 간단한 요기도 하고 차를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걷기에 딱 좋은 요즘, 기왕이면 주중의 한적할 때 들러 여유를 즐기면 더 좋겠다.

롤케이크가 맛있는 곳 오디너리레시피

밀크 롤케이크, 담백·촉촉
화학감미료 안 넣어 맛 담백
뉴질랜드 버터 써 부드러워


부산 서면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롤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던 30대 젊은이들이 있었다. 빵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던 '밀크랩'이라는 곳이다. 이상순·진남길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인 광안동에 '오디너리레시피'라는 브런치 카페를 열었다. 밀크랩은 아이스크림빙수(플레이크)와 롤케이크 위주로, 오디너리레시피는 빵과 커피 위주로 특화할 생각이었다.

가게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지난해 10월 밀크랩 문을 닫고 오디너리레시피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대신 두 사람은 광안동 가게가 자리를 잡으면 다시 밀크랩을 다른 곳에서 열 생각이다.

이 집 대표 메뉴인 밀크 롤케이크와 단호박크림치즈파운드케이크 조각을 커피와 함께 주문해봤다. 밀크 롤케이크는 담백하면서도 과하게 달지 않아 좋았다. 부드러움과 촉촉함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밀크 롤케이크
진 대표는 "롤케이크에 유화제와 화학감미료를 넣지 않아 인위적인 단맛 대신 담백한 맛이 나고, 뉴질랜드산 버터를 사용해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롤케이크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저희가 빵 만드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더 맛있고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전국 브런치·디저트 카페를 돌며 스펀지처럼 노하우를 배우고 식견을 넓히던 시절의 초심을 아직 잃지 않은 모습이다. 두 사람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달부터 발효빵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바다와 광안대교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를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맛있고 건강한 빵에 열정을 바치는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메리카노 4000원, 밀크 롤케이크 전체 1만 4000원·절반 7500원·조각 4000원. 단호박크림치즈파운드케이크 조각 3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부산 수영구 광남로94번길 2(광안동) 광일맨션 101호. 070-8818-7636.

미국식 브런치 카페 앙드레
분위기 있는 창가 테이블에 콥샐러드와 수프, 새우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음료는 진저 레몬티와 오렌지 얼그레이티, 카페라테.
광안리해수욕장 동쪽 끝 지점부터 부산MBC 사이 민락동 주택가에도 맛있는 밥집과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정식으로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브런치 카페인데 벌써 SNS를 통해 누리꾼의 입소문을 타는 곳이 '앙드레'다. 광남로에서 시내버스 41·83번 노선을 운영하는 용화여객 종점으로 향하는 일방통행로 내리막길 들머리에 자리 잡은 주택 1층을 멋스럽게 카페로 개조했다.

앙드레는 수프와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커피나 차 종류와 함께 내놓는 미국식 브런치 메뉴를 갖고 있다.

모든 식재료 직접 구매·손질
신선한 맛, 양념 과하지 않아
진저 레몬티 등 음료도 인기


지인과 함께 간 앙드레에서 수프와 콥 샐러드, 새우 샌드위치를 먹어봤다. 신선한 재료, 적당한 양념이 조화를 이뤘다. 그릴에 구운 새우와 바삭한 샌드위치, 말캉한 방울토마토의 조화는 특히 좋았다. 곁들여 먹은 진저 레몬티와 오렌지 얼그레이티가 상큼한 맛으로 입 안 균형을 잡아줬다.

반음비 대표는 "저희 카페에서는 냉동식품이나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기성 제품을 일절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서른이 안 된 젊은 주인의 당찬 각오다. 모든 식재료를 직접 구매해 손질한다. 음료 종류도 마찬가지인데,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렌지 얼그레이티와 진저 레몬티의 인기가 높다.

대학에서 외식조리를 전공한 반 대표지만 직접 경영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화덕피자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라르도 정상목 대표가 친구로서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미국식 메뉴 구성도 요리 유학을 미국에서 한 정 대표의 영향인 듯하다.
새우 샌드위치
반 대표는 "가게를 찾는 손님 절반 이상이 혼자 오는 20~30대 여성인데, 책도 읽고 브런치도 먹으며 혼자서도 부담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카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저 레몬티 6000원, 오렌지 얼그레이티 6500원, 데일리 수프 6000원, 콥 샐러드 1만 2000원, 새우 샌드위치 7000원. 영업시간 정오~오후 9시. 수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307번길 45(민락동). 051-977-3922.

빵 본연의 맛에 충실한 곳 콩부인더오븐
콩부인더오븐에서 만든 레몬 파운드 케이크와 상파린 조각 케이크를 더치 커피, 자스민티, 밀크티와 함께 얹어 놓은 테이블.
소화 효소인 락타아제가 체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은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해진다. 눈에 보이는 우유는 피할 수 있는데 빵과 과자에 우유는 광범위하게 쓰인다. 달걀도 마찬가지다. 달걀 알레르기는 흔한데 달걀이 들어가지 않은 빵과 과자 찾기는 쉽지 않다.

부산 해운대신시가지에 자리잡은 '콩부인더오븐'은 제빵에 특화됐다. 이 집 빵의 특징은 우유와 달걀, 버터 사용을 가능한 한 줄인다는 데 있다. 식빵에는 소량의 버터만 쓴다. 베이글, 바게트. 포카치아에는 버터, 우유, 달걀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안숙형 대표는 "달걀 알레르기나 우유 소화 불량 등의 체질을 가진 사람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달걀·버터 사용 줄여
천연 발효종으로 4시간 숙성
상파린 케이크, 우아한 단맛


빵 만들 때 기본으로 들어갈 것 같은 설탕과 이스트도 이집에서는 케이크 종류를 제외하고는 사용량을 최소화한다. 대신 건포도 천연 발효종을 쓴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고, 이스트보다 소화가 잘되고 깊은 맛을 더 잘 낸다는 이점이 있다. 대신 가격도 비싸고 4시간가량 저온 숙성을 해야 해 만드는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안 대표는 "콩부인더오븐의 지향점은 누구나 맛볼 수 있는 건강한 빵을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파린 케이크
레몬 파운드 케이크와 상파린 케이크를 먹어 봤는데 재료 본연의 맛이 충실했다. 특히 초콜릿 향 물씬한 상파린 케이크는 부드러움과 향이 뛰어났고, 자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우아한 단맛을 선사했다. 평소 빵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식사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도 포크를 놓지 못했다.

안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 옆 리빈갤러리에서는 이철진 화백 초대전이 다음달 29일까지 열려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더치 커피 6100원, 레몬 파운드 케이크 전체 1만 2000원. 상파린 케이크 조각 6천 원·전체 4만 3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63번길 23(중동). 051-744-2189.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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