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발언에 침묵·무감각 경찰 대응 '논란'

입력 : 2017-04-02 23:02:20 수정 : 2017-04-03 09: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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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16년째 살고 있는 콜롬비아 국적 M 씨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문화 차이인가, 인종차별적 대응이었나. 부산 경찰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한 편으로 때아닌 '인종 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는 '(한국 거주)외국인들에게 알림, 경찰 체포를 피할 것을 경고함!'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2001년부터 한국에 거주한 콜롬비아 국적 M(43) 씨가 쓴 이 글엔 그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인근 파출소에서 인종차별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이 담겼다.

부산 거주 콜롬비아인 M 씨 
한국 남성에게서 잇단 모욕
"문제없다" 경찰 반응에 분노 
SNS에 우리 사회 편견 일침

M 씨에 따르면 이날 오후 M 씨와 그의 한국인 아내 부부는 부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던 M 씨 부부는 뛰어가다 차에 치일뻔한 어린이를 보고 조심하라는 뜻에서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의 할아버지인 60대 남성이 '아이를 놀라게 했다'며 M 씨에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이 남성은 부부를 향해 폭행과 폭언을 가했고, 1시간가량 현장에서 옥신각신하던 이들은 M 씨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인근 파출소로 이동했다.

M 씨 부부가 영상과 사진 등을 증거로 들이밀며 사건 경위를 밝히는 동안 이 남성은 파출소에 온 뒤에도 부부를 향해 '못됐게 생겼다' '콜롬비아 새×, 급 낮은 나라에서 왔네' 식의 인종차별적,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M 씨는 당시 경찰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며 "양측의 진술이 끝난 뒤에도 경찰은 그(60대 남성)를 말리지 않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 계속 욕설을 하게 했다"며 "왜 인종차별 언행을 이어가도록 내버려 두는지 항의하자 '인종차별이 아니다. '깜둥이'라고 부른 것도 아닌데 이것이 어떻게 인종차별적이라는 건가'라고 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M 씨의 아내도 페이스북 글에서 "(시비가 붙은)할아버지의 행동보다 경찰의 침묵과 무행동에 대해 더 화가 났다"고 밝혔다. 부산의 한 사립대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던 M 씨는 현재 부산에서 부인과 함께 자영업을 하고 있다.

논란이 된 M 씨의 페이스북 글은 현재 수천 건에 이르는 '좋아요'와 댓글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신을 한국에서 거주한 적 있다고 밝힌 한 외국인은 '이것이 한국이다(This is Korea)'라고 남기는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M 씨의 글은 최근 부산대 켈리 교수의 BBC 인터뷰 영상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과 더불어 SNS상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부산경찰청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을 인지하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해당 경찰서 측은 "당시 파출소 근무 경찰이 모욕적인 언사를 계속하는 남성에게 그만하라며 수차례 제지한 사실은 분명히 있다"며 "외국인을 배려한다는 것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오해가 불거진 것 같다. 해당 사건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외국인들이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정밀히 검토 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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