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루프톱] 上上 올라가니 상상 이상이네

입력 : 2017-06-14 19:08:57 수정 : 2017-06-15 11: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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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루프톱에 누워'. 외로운 물새처럼 구덕포 포트1902 루프톱에서 고객들이 여유로운 한때를 즐기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옥상이 뜨겁다. 지붕 없는 꼭대기 층에서 커피와 음료를 마시는 공간 '루프톱'이 업계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수도권 루프톱 상권이 도심 고층 빌딩에 발달한 데 비해 부산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위에 떠 있는, 황홀한 느낌을 주는 바닷가 루프톱 카페가 강세다. 이런 장소는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사로잡는다.

건축가 윤재민(JMY건축사사무소 대표) 씨는 루프톱에 머무는 짧은 시간도 하나의 '여행'으로 본다. '아! 내가 이런 곳에 있구나.' 나의 위치를 이렇게 확인시켜준다. 떠밀리듯 지나치는 일상에서 잊고 지낸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굳이 이런 의미가 아니어도 우리는 그저 좋은 풍경이 그립다. 생각해보자. 이동 시간을 제외하고 갇힌 공간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주일 동안 얼마나 되는지. 바람과 향기가 마음껏 넘나들고 시야도 뻥 뚫린 루프톱 공간은 부지불식간 어딘가에 갇혀 지내는 현대인의 억눌린 갈망을 간지럽힌다. 멀리 공원까지 나가지 않고도 음료 한잔 마시며 변화하는 시간과 계절을 오감으로 느낀다.

커피든 맥주든 와인이든 루프톱에서 먹는 음식은 그 자체의 맛에, 공간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가 더해져 감흥을 돋운다. 밤바람도 스산하지 않은 초여름이다. 부산에서 대표적인 루프톱 공간 10곳을 추려봤다. 바람 쐬러 가보자.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임랑 웨이브온 푸른 동해바다 눈앞서 출렁

부산 최고의 인기 카페로 꼽히는 임랑 웨이브온 루프톱.
지역 업계에서 현재 최고의 핫플레이스를 꼽으라면 첫손에 꼽힐 카페다. 문 열기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을 서는 풍경이 거의 매일 연출된다. 지역 대표 바닷가 루프톱 카페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한 이 카페에서는 동해안의 깊고 푸른 바다 빛을 만끽할 수 있다.

입지도 입지지만 건물이 작품이다.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교외 주택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으로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외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곽희수(이뎀도시건축 대표) 건축가가 설계했다. 1층부터 3층 실내 공간이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루프톱에서도 단차를 둬 수직적인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커피 관련 자격증 17개를 취득한 허범규 대표는 맛에서도 최고를 지향한다. 케이크도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에서 공부한 파티셰가 만든다.

월내라테 6500원, 바이올렛라테·에이드 각 70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티라미슈 7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86(월내리). 051-727-1660.

일광 카페베이266 숲과 바다의 환상 하모니
드문드문 갯바위와 기장 해안이 펼쳐지는 카페베이266.
2015년 7월 일광면 동백리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드넓은 테라스 공간이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소언 대표는 주변 카페 가운데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고 자부한다. 방파제 위에 지어진 집이 이럴까. 테라스에 앉으면 마치 바다 위 크루즈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집이 장기로 내세우는 메뉴는 과일주스. 과일을 워낙 좋아하는 김 대표가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해 신선한 과일을 직접 재워놨다 주문 즉시 주스로 만든다. 과일 본연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담는 것이다. 빈스톡에서 공급받는 커피 원두는 기분 좋은 쌉쌀한 맛을 남기는 강배전이다.

개업 초반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하다 바로 옆 1층에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숲이 바로 옆에 있고, 눈앞에는 바다가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토마토·망고·자몽 주스 각 8000원, 자몽·레몬차 각 8000원, 고디바 초코 라테 80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바닐라·헤이즐넛 라테 각 7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부산 기장군 일광면 문오성길 56(동백리). 051-727-2755.

송정 구덕포 포트1902 활력 팍팍 힐링 공간

포트1902는 구덕포에서도 최남단에 자리 잡은 '풀라운지 카페'다. 1층 정원에는 미니 수영장이 있고, 4층까지 인테리어와 음악에서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카페의 지향점은 '트렌드 세터의 플레이 그라운드'다. 스타일리시한 김대원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저희 카페를 찾는 분들이 어떤 영감과 마음의 힐링을 얻어가 일상에서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저명인사를 초청한 파티를 열고, 미술 작품이 상시 전시된다. 주 고객층은 30대 이하.

분위기와 더불어 음식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커피 로스팅과 제빵이 모두 카페 안에서 이뤄진다.

리얼 자몽·레몬 에이드 각 8500원,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포트콜드브루 각 5500원, 아란치아 카푸치노 8500원, 포트 파니니(새우) 1만 2000원, 핫·갈릭 쉬림프 각 1만 2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부산 해운대구 송정구덕포길 170-5(송정동). 1899-6837.

청사포 카페루프탑 알록달록 몰디브 온 듯
파노라마로 바다가 펼쳐지는 청사포 카페루프탑.
청사포 가는 길이 넓어지고 나서 개발 붐도 불지만, 한적한 바다를 즐기려는 카페 방문객도 늘었다. 횟집촌 일부가 서서히 카페촌으로 변신해가는 중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카페루프탑은 해안길을 사이에 두고 동해와 남해의 교차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카페 4층 공간은 실내와 테라스로 구성돼 있고, 계단을 이용해 한 층 올라가면 광활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루프톱 풍경이 펼쳐진다.

이 카페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한 색감으로 블로거 사이에서 유명하다. 루프톱 곳곳에도 알록달록 파스텔톤 의자와 소품이 설치돼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오도록 돕는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모히토. 몰디브 같은 멋진 풍광 덕분일까. 또 아메리카노에 생크림을 얹은 아인스페너도 많이 찾는 음료다.

모히토 7500원(무알코올)·8000원(알코올), 자몽·레몬·블루라군 에이드 각 6500원, 아인스페너 6000원,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각 4500원, 크로넨버그 1664 블랑·미켈러 대동강·인디카 IPA 각 75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월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 139-4(중동) 4층. 051-702-3007.

미포 해운대옥탑 '상전벽해' 해운대 오롯이
불 밝힌 마천루를 넌지시 바라보는 해운대옥탑은 캠핑 의자로 여행 분위기를 낸다.
부산에 얽힌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 손재영 해운대옥탑 대표는 그렇게 생각한다. 손 대표는 이런 감정을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으로 요약했다.

해운대옥탑은 세월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내보인다. 4층 실내 공간과 연결된 테라스에 서면 남쪽 마린시티에는 80층에 이르는 마천루가 펼쳐지고, 바로 옆에서는 100층 넘는 엘시티가 쌓여가고 있다.

변하지 않은 오래된 건물에 앉아 변해가는 세상을 넌지시 바라보는 느낌. 이런 대조와 긴장의 공간이 어쩌면 현재의 부산을 상징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해운대옥탑은 이런 아련한 느낌을 맥주와 와인으로 배가시킨다. 스페인 흑돼지인 이베리코 바비큐 메뉴가 인기다. 성수기 주말에는 줄을 서는 경우도 많은데 3층 호텔인 해운대옥탑 투숙객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다.

수입 병맥주 8000~2만 5000원, 국산 생맥주 5000~6000원. 옥탑 살라미 와인 플레이트 1만 8000원, 옥탑 바베큐 세트 3만 4000원, 통삼겹 바베큐 3만 8000원.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후 5시~익일 오전 1시(금·토요일은 오전 2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28(중동) 4층. 010-3864-4444.

구서동 구상 공간이 아름다운 레스토랑
꽃이 피고 지는 계절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금정산 자락 구서동 구상.
올해 초 금샘로에 문을 연 레스토랑 구상은 이 지역에서 다소 생소한 캐주얼·파인 다이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개인 건물도 한 번 지어지고 나면 공공적 성격을 커진다는 관점을 가진 윤재민 건축가가 설계했다. 지금은 공간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젊은 층들로부터 사랑받는 레스토랑이 됐다.

3층 파인 다이닝룸 바깥 테라스, 여기서 한 층을 올라가면 루프톱이 이어진다. 이 건물이 등지고 있는 금정산 자락의 계절 변화를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구상은 이제 여름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레스토랑 메뉴 가격대가 부담스러웠던 고객들에게 희소식이다. 여름밤 루프톱에서 금정산 자락의 정취를 즐기며 맥주를 양껏 마실 수 있고, 기존 메뉴에 비해 저렴한 안주도 만들었다.

맥주 1인 9900원 무제한. 돼지고기 바베큐 1만 3000원. 토마토소스 해물 스파게티 2만 2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브레이크 타임 오후 4~6시). 부산 금정구 금샘로 399-1(구서동). 051-583-9093.

광안리 칼리아리 이탈리아 커피 맛볼까?
부산의 상징이 된 광안대교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광안리 칼리아리 루프톱.
2008년부터 국제커피테이스팅(ICT)대회에서 4차례 금메달을 차지한, 이탈리아 커피 '칼리아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점포가 세계에서 2번째, 한국에선 처음으로 부산 광안리에 문을 열었다.

칼리아리는 지난해 10월 광안리 비치비키니 2~3층에 자리 잡았고, 4층 루프톱은 웨딩이나 단체 파티 등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2층은 카페와 레스토랑, 3층은 펍이다.

배종대 대표는 이탈리아 커피를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이 카페를 열었다. "원두 종류에 따라 로스팅 시간과 화력을 달리해야 하고, 로스팅 후 숙성 기간도 제각각입니다. 그런 세밀한 커피 제조기법을 적용해야 맛을 살릴 수 있지요." 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는 칼리아리의 금메달 수상 원두를 비롯한 13가지를 블랜딩한 것이다. 광안리해수욕장 바로 앞 비치비키니는 광안대교가 정면에서 보여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오늘의커피 각 3800원, ES마키아토·콘파냐 각 4100원, 카페 샤케라토 4800원, 암브로시아 68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익일 오전 2시(일요일 자정).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199 비치비키니 2~3층. 051-751-5005.

영도 신기산업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루프톱의 또 다른 매력은 밤에 있다. 영도 신기산업 루프톱에 앉은 고객들이 환하게 불 켜진 부산항 대교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12월 문을 연 뒤 신기산업은 곧바로 원도심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이 카페는 부산항대교를 멋진 각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원도심에서도 루프톱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이 카페는 에버랜드 기린 조련사 출신 이성광 씨가 운영한다. 형인 성민 씨는 아버지의 유업인 금속 제조업을 이어받았다. 신기산업이라는 이름의 금속 제조업체 사옥 용도로 구상했던 이 건물 대부분을 지금은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인조잔디가 깔린 루프톱은 편하게 나뒹굴 만한 넓은 소파 공간과, 1열로 나란히 앉아 부산항 대교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자리로 구성돼 있다.

지역 커피업체 RBH 원두를 블랜딩한 '해비메탈'이라는 시그니처 원두를 커피에 사용하고, 영도 흰여울길에서 이름을 딴 밀크티도 판매한다.

콜드브루커피 5500원, 콜드브루라테·흰여울길밀크티 6000원, 아이스아메리카노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영도구 와치로51번길 2(청학동). 070-8230-1116.

자갈치시장 테라카페 모두에게 열린 전망대
남항대교 경관 조명과 어스름한 초저녁 풍경이 환상적인 자갈치 테라카페.
흩어져 있던 상인들을 한데 모은 자갈치시장 건물이 세워진 지도 11년째다. 이 건물 7층에는 2011년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섰다. 소담스러운 남항 풍경을 내려다보는 입지 덕에 입소문이 많이 났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라운지 개념으로 시작한 테라카페가 요즘은 테라스 풍경 덕에 독립된 카페로 인기를 모은다.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테라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음료나 맥주를 구매하지 않아도 전망대처럼 풍경을 감상하는 데는 아무 제약이 없다.

박경희 대표는 여행객들이 소통하는 라운지 개념에다, 강연이나 파티·공연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카페에 도입한다.

왼쪽 봉래산과 오른쪽 천마산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조우한 모습이 보이는 한낮도 좋지만, 해 질 무렵부터 남항대교 조명이 켜지는 밤까지가 테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4500원, 바닐라·모카 라테 5500원, 애플쥬스 4000원, 생맥주 500㏄ 50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 부산 중구 자갈치해안로 52(남포동). 자갈치시장 7층. 010-2843-2009.

감천마을 카페 우인 집들이 발아래 오밀조밀
감천마을 카페 우인 루프톱에서 고객들이 연방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담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감천문화마을은 2009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이후 알려지기 시작했다.

카페 우인은 감천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카페다. 1층에 들어서면 전면 창으로 감천항 앞바다가 세모꼴로 눈에 들어온다. 양쪽 산이 감천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산 경사 그대로 앉은 오밀조밀한 집들이 발아래 펼쳐진다.

카페 우인은 2012년 감천마을에서 처음으로 열린 카페다. 감천마을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루프톱을 보여주기 위해 어지간해서는 가게를 쉬지 않는다.

감천마을의 특징대로 이 카페도 공간이 넓지는 않다. 김선아 대표는 "우리 가게만 홍보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굳이 카페 우인이 아니어도 마을 내 다른 카페도 이용해 달라는 호소였다.

아메리카노 3000원, 카페라테·카푸치노 각 3500원, 샷그린티라테(커피&녹차라테) 4500원, 눈꽃팥빙수 9000원, 크림치즈베이글 35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부산 사하구 감내2로 172(감천동). 070-4318-6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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