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맛보는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

입력 : 2017-06-28 19:11:50 수정 : 2017-06-29 10: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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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오라에서 내놓는 오일 소스 버섯 스파게티는 고기보다 맛있게 구워진 버섯이 특징이다. 큼직하게 썰어 즙을 잘 보관하는 것이 비법이다.

특별한 날 찾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요즘은 흔해졌다. 현지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젊은 요리사도 많다. 이탈리아 음식 가운데 파스타는 피자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메뉴다.이번 주에는 대중적인 파스타를 현지 색깔을 제대로 살려 내놓는 아담하고 개성 있는 맛집을 찾아봤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한 젊은 오너셰프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광안리 오라

오라 - 시칠리아 노르마 스파게티
잘 구운 버섯, 고기보다 맛있어
면발은 탱탱… 소스는 담백
조리 최소화, 재료 본연의 맛 살려


도시철도 금련산역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와 광안리 앞바다로 내려가는 길 가운데 역이 있다. 여기서 광안리 앞바다까지는 걸어서 5분이면 족하다. 바다와 길이 만나는 그 길모퉁이 1층에 자그마한 이탈리아 밥집 '오라'가 있다. 지인은 광안리 바닷가를 여러 번 지나치며 아기자기한 가게 모습을 눈여겨 봐뒀다 음식 맛이 궁금해 들어가 봤다고 했다. 이름에서부터 분위기까지 실제 '오라'는 갖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남정민 대표에게 가게 이름 뜻부터 물었다. "이탈리아 말로 '지금'이라는 뜻인데 현지인들이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의미로 썼어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가 뭔지 물었더니 버섯 스파게티와 시칠리아 노르마 스파게티라고 하기에 그대로 주문했다. 구운 버섯 샐러드도 추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풍미 가득한 버섯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큼직하게 썬 양송이 새송이 표고 애느타리 등 4종류의 버섯이 구워져 오일 소스 스파게티 면에 얹혀 나왔다. 샐러드에도 채소와 함께 버섯이 푸짐했다.
오라 - 버섯 스파게티
버섯부터 베어 씹어봤다. 물컹하더니 입안에서 향미 가득한 즙을 뿜어냈다. 잘 구운 버섯, 정말 고기보다 맛있었다. 오일 소스로 비벼진 스파게티 면을 돌돌 말아 먹어 보니 면발이 탱탱했다. 소스 맛은 강하지 않고 담백했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 구운 가지, 파프리카, 리코타 치즈를 얹은 시칠리아 노르마 스파게티도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을 띠었다. 잘 익은 가지를 상큼한 토마토소스에 찍어 먹어 봤다. 몰캉거릴 정도로 무르게만 먹었던 가지와 달리 아삭한 식감이었다. '가지도 구워 먹으니 맛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에 자신 있는 식당은 조리를 최소화한다. 화학조미료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자체가 해로워서가 아니라 나쁜 재료의 맛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오라'의 음식은 건강한 집밥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남정민 대표는 늦깎이 요리사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서른한 살에야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현지에서 2년은 공부, 2년은 레스토랑에 취업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2008년 귀국한 뒤 이탈리아 음식점 여러 곳에서 일했고, 2013년 6월 동료와 힘을 모아 '오라'를 차렸다.

"요리를 할수록 나와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탈리아 요리는 한국인도 정말 쉽게 할 수 있거든요. 제가 터득한 방법들을 주변에 많이 알리고 싶어요." 교육을 전공한 남 대표는 자신의 장기를 요리에 접목해 요리 교실을 운영한다. 지난해 1월 가게에서 하던 요리 교실을 지금은 달맞이길 북카페 내서재에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정기적으로 연다. 또 요즘은 동의과학대에서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 교수로도 활동한다. '오라'에서나 강단에서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이탈리아인이 먹는 그대로의 파스타를 선보이는 것이다.

남 대표가 직원들을 이끌고 이탈리아 음식 기행을 두 차례 다녀온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가게 문을 2주나 닫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현지 음식을 권역별로 돌며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남 대표는 다른 이탈리아 식당 어디에서나 파는 메뉴 대신 '오라'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더 만들고 싶다고 했다. 버섯과 가지 구이처럼, 신선한 재료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조리법을 그가 얼마나 더 소개할지 기대된다.

시칠리아 노르마 스파게티 1만 6000원, 오일 소스 버섯 스파게티 1만 5000원, 구운 버섯 샐러드 1만 4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145(남천동). 051-621-1239.

서면 벤베누토
서면 벤베누토의 왕새우 비스큐 소스 탈리아텔레는 소스가 충분히 넓은 탈리아텔레 면발에 스며들어 입안에 갑각류의 향연을 선사한다.
소스 흥건한 한국식 파스타 '지양'
게 우린 비스큐 소스, 진한 풍미
한정판 메뉴, 초저녁 동나기도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은 맛집 경연장이다. 점심때가 되면 골목마다 집집이 손님들이 몰려든다. 이 거리 한 건물 2층에 2015년 8월 이탈리아 식당 '벤베누토'가 문을 열었다. 넓지 않은 가게를 아기자기하게 구획하고 다양한 소품을 배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이탈리아 말로 '환영한다'는 뜻의 벤베누토는 이탈리아 알마 국제요리학교에서 유학한 부산 출신 진보라 씨가 남편 박민찬 씨와 함께 운영한다. 귀국해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다 만난 서울 요리사 박 씨가 부인을 따라 부산에 자리 잡은 것이다.
벤베누토 - 왕새우 비스큐 소스 탈리아텔레
점심시간 이 집을 찾아가 직원이 추천하는 왕새우 비스큐 소스 탈리아텔레를 주문했다. 파스타 여러 종류 가운데 탈리아텔레는 칼국수 면처럼 넓다. 비스큐 소스는 가재나 게 같은 갑각류를 우려 만든 소스여서 특유의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주문 후 얼마 뒤 크고 작은 새우로 가득한 파스타가 나왔다. 애호박과 방울토마토, 바지락 등이 풍성하게 들어갔고 향긋한 초록빛 고수가 맨 위에 얹어졌다. 비스큐 소스는 탈리아텔레를 덮고 약간만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흥건하게 넘치는 여느 파스타와 달랐다. 진 대표는 "비스큐는 원래 프랑스에서 수프로 즐겼는데 이것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소스로 만들어 파스타에 접목했다"며 "여성들이 좋아하는 탈리아텔레에 비스큐 소스를 얹으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갑각류의 진한 풍미를 간직한 비스큐 소스에다 새우와 바지락까지 먹으니 입안에 바다가 펼쳐졌다. 탈리아텔레 넓은 면발이 그 속에서 노를 저었다.

벤베누토는 이런 대중적인 파스타 외에도 라자냐 요끼 라비올리 등의 파스타도 각각 6~10인분 한정판으로 준비한다. 아직 부산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진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파스타를 더 많은 부산 시민들께 선보이고 싶어서 매일 조금씩 준비한다"며 "색다른 파스타를 찾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라자냐 요끼 라비올리 등 한정판 메뉴가 요즘은 초저녁에 동나는 경우도 생긴단다.

장을 보는 일에서부터 재료 준비와 반죽, 조리까지 거의 모든 주방 일을 부부가 손수 하기에 힘든 점도 많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마지막 조리만 간편하게 하면 되는 반제품은 쓰지 않는다. 모양은 비슷해도 현지에서의 맛과 차이가 분명히 나기 때문이다. '한국식 파스타'도 지양한다. 국물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맞춰 소스를 흥건하게 얹는 것이 대표적인 '한국식'이다. 진 대표는 "현지에서는 면에 흡수될 정도로만 소스를 적게 얹는다"며 "이탈리아 현지의 음식 맛을 제대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왕새우 비스큐 소스 탈리아텔레 파스타 1만 8000원, 볼로네제 소스 생면 라자냐 1만 8000원, 버섯 샐러드 1만 1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 월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부전로66번길 6(부전동). 070-7311-6760.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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