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클린에너지 부산 원년] 2부 2. 덴마크-세계 최상급 해상풍력으로 신바람

입력 : 2017-07-16 23:01:22 수정 : 2017-07-17 10: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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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쇼크 후 '풍력의 나라' 탈바꿈, 연 20조 원 '돈 바람'

덴마크는 전체 전력 소비의 42%를 풍력이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풍력발전의 선두 주자다. 덴마크의 한 해상풍력단지 전경. 스테이트오브그린 제공

북유럽의 강소국 덴마크. 인구 570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 5만 3200달러인 덴마크는 1980년대 이후 경제 규모가 70% 이상 성장했다. 그럼에도 에너지 소비는 1980년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CO2) 배출과 물 사용량은 오히려 줄었다. 비결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발 빠르게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시도했고, 사회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됐다는 점이다. 현재 덴마크는 4750개의 풍력 터빈을 보유한 풍력의 선두주자로 전체 전력 소비의 42%를 풍력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베스타스(Vestas), 동에너지(Dong Energy)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탄생했다.

정치권 에너지 전환 힘모아
1970년대부터 풍력발전 육성
덴마크 전력 소비 42% 담당

지난해 수출 16%나 증가
고용도 최근 4년간 6.3% 늘어

국내 서남해안·부산 남동해안
수심 낮고 풍속 7m/s 이상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최적'

■풍력으로 '돈 바람' 맞은 덴마크


지난달 29일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주위에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동상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 북새통을 이뤘지만, 동상 뒤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풍력 터빈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동화의 나라 덴마크는 '풍력발전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덴마크풍력산업협회(DWIA)에 따르면 지난해 덴마크 풍력산업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풍력산업 관련 수출이 16% 증가했고, 수익도 10.8% 이상 늘어 지난해 전체 수익은 무려 1180억 크로네(20조 6122억 4000만 원)로 기록됐다. 게다가 이 분야의 고용도 2013년 이후 6.2% 증가해 현재 3만 3000명의 전업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특히 199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빈데비(Vindeby)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 덴마크는 현재까지 13곳 해상에 1.3GW의 풍력설비를 설치했다. 영국, 독일 다음으로 큰 규모다. 당시 첫 해상풍력단지의 발전용량만 하더라도 4.95MW에 불과했으나 2013년부터 가동 중인 안홀트(Anholt) 해상풍력단지의 발전용량은 400MW로 80배 가까이 뛰었다. 게다가 600MW 규모의 크리거스 플랙(Kriegers Flak), 400MW 규모의 호른스 레브 3차(Horns Rev 3) 해상풍력 단지도 추진되고 있다.

덴마크는 영국 요크셔 해안에서 120㎞ 떨어진 곳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조성 사업 '혼시 프로젝트 원(Hornsea Project One·1.2GW)'에도 뛰어들었다. 덴마크의 국영에너지업체 '동에너지'는 최장의 해상 고압 교류전력 시스템을 건설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020년에 해상풍력단지 가동이 시작되면 풍력 터빈이 생산한 전기를 영국의 전력망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장 힐레버그 덴마크풍력산업협회장은 "지난해 풍력산업의 호황은 이 분야가 덴마크의 성장 엔진임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풍력 관련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엔 좌우 없었다

덴마크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때 에너지의 99%를 해외에 의존했다. 북해에 유전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73년에 닥친 오일쇼크 때문에 그해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했던 덴마크는 이때부터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덴마크의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신재생에너지원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고, 에너지 효율 사회로 가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풍력산업을 기반으로 덴마크의 '그린 에너지 기술'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어진 전력망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수출하는 등 에너지 수출국의 지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덴마크 국민들의 지지와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상풍력 우리에게 안 맞다? NO!

덴마크가 북해와 발트해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 것과 관련 일부 친원전 인사들은 "우리 바다는 북해처럼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해상풍력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변한다. 정말 그럴까.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국전력으로부터 제공받은 '수도권(서울·경기) 전력발전량' 자료를 토대로 "서해안에 풍력단지를 조성해 전기를 생산하면 수도권 전력 소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09년 전남도지사 재직 당시 상황을 거론하면서 "영광에서 신안 비금까지 2000㎦ 해상에 5GW 풍력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면서 "여기서 1년에 생산한 전력량이 4만 3800GW로 2015년 수도권 전력발전량 4만 5845GWh와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부산 남동해안도 연평균 7m/s 이상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 해안에서 1~4㎞ 구간은 수심이 30m 내외기 때문에 해상풍력 적합한 위치로 손꼽히고 있다.부산과 울산에 전력소비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도 유리한 조건. 이 때문에 실제 해운대와 기장 앞바다에 540㎿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풍력단지 조성이 어획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어민들의 우려도 기우일 수 있다. 덴마크의 민관합작 녹색성장기구 '스테이트오브그린(State of Green)'의 이버 닐슨 미디어 담당자는 "덴마크에서 20년 넘게 해상풍력단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어획량 감소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해저에 설치된 풍력 터빈 구조물이 물고기 서식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덴마크)=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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