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박집·송정수산] 살얼음 육수에 탱탱한 살점 '늦더위 싹~'

입력 : 2017-08-30 19:08:31 수정 : 2017-08-31 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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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 물회는 광어회와 채소 아래 꼬들꼬들한 꼬시래기가 깔려 있다.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하지만 한낮 땡볕은 여전하다. 초가을까지 더위의 기세가 이어진다는 예보도 있다. 지구온난화 탓에 봄과 가을이라는 보석 같은 계절이 조금씩 짧아지는 느낌이다. 여름에 많이 찾는 음식은 길어지는 더위가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물회도 그중 하나다. 물회뿐 아니라 모둠회나 찌개 같은 메뉴도 '추가 장착'해 여름 이후도 내다보는 밥집을 찾아봤다.

대박집

원초적인 식당 이름이 처음에는 거북했다. 행운과 성공, 돈을 좇는 느낌이 '대박'이라는 단어에서 풍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장미경 대표의 설명을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더 많은 고객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었던 것 같다.

차돌박이 된장찌개
서울 여의도처럼 점심시간이면 '넥타이 부대'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 부산 문현금융단지다. '대박집'은 큰길을 사이에 두고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BNK 사옥을 마주 보고 있다. 점심시간에 찾아가 보니 삼삼오오 모여든 손님들이 대부분 물회 그릇을 앞에 놓고 열심히 수저를 움직이고 있었다.

몸집 큰 광어·우럭 써 회 맛있어
광어회와 꼬시래기 '절묘한 조합'
동치미 국물로 만든 육수 시원해
차돌박이 된장찌개 내달 내놔


배 위에서 갓 잡은 생선 살을 초고추장과 물에 풀어 후루룩 들이마시고 곧장 그물질에 나섰던 어부들처럼, 오전과 오후의 경계에 일터를 잠시 벗어난 직장인들은 격식 없는 물회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는 곧장 일어서 줄줄이 나갔다.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저마다 테이크 아웃 컵을 들고 또 삼삼오오 일터로 돌아가고 있었다.

주문한 물회가 나왔다. 그릇 안을 보니 광어회, 상추, 오이, 배 등 여느 물회에나 들어가는 재료와 함께 꼬시래기가 보였다. "해조류니까 건강에도 유익하고 식감도 꼬들꼬들한 게 좋아서 한 번 데친 뒤 물회에 넣습니다. 생선회와도 잘 어울리고 냄새도 없거든요." 장미경 대표는 꼬시래기를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살얼음 상태로 재료 위에 얹은 육수도 간이 맞았다. 새콤하면서 국물 자체에서 시원한 맛이 우러났다. 장 대표에게 물어보니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에다 각종 채소와 과일, 홍고추를 넣어 맛을 낸다고 했다.

물회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해도 생선회다. 살얼음이 살짝 녹은 국물에 적셔 회 한 점을 먹어보니 살점이 탱탱했다. 꼬시래기와의 조화도 좋았다. 부산 거제리 법조타운에서 9년 동안 일식집을 운영했던 경험이 회에 녹아 있다.

"자연산 광어가 있으면 양식과 섞어서 쓰고, 없을 땐 양식 가운데서도 큰 광어나 우럭을 씁니다." 일식집 경영 당시 회를 담당했던 장 대표 남편 김종부 씨의 설명이다. 큰 생선이 맛도 있기 때문에 g당 가격도 비싼 편이다. 적절한 가격 선에서 맛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장 대표는 '플러스알파'를 준비하고 있다. 8년 전 문현동으로 가게를 옮겨 밥집을 시작할 때 내놓던 메뉴를 다시 9월부터 선보인다. 특히 3년 동안 야심 차게 준비한 차돌박이 된장찌개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시골에서 이모가 콩 농사를 짓는데 그 콩으로 매년 메주를 만들어 보내주시거든요. 이걸로 해마다 장을 담급니다. 덜 짜게 하려고 메주콩만 더 섞어서 숙성시키지요. 국산 콩에 짜지 않은 된장찌개, 괜찮죠?"

장 대표가 건넨 된장을 한 입 떠먹어 보니 익은 콩이 구수하고 장맛은 짜지 않았다. 차돌박이를 푸짐하게 넣어 끓인 된장은 온갖 나물과 비벼 먹기에 그만이었다. 이 집은 찬바람 불어도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빔밥용 나물
물회 1만 3000원, 모듬물회 1만 8000원, 회덮밥 1만 원·1만 5000원(특), 차돌박이 된장찌개 7000원, 생선회·안주 물회 각 4만(소)~6만 원(대).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20-5. 051-635-9232.

송정수산
송정수산 물회 육수는 초고장에 배와 양파 등을 넣어 시원하고 칼칼하다.
대부분 횟집이 여름이면 물회를 내놓는다. 회를 잘 다루는 집이라면 물회도 기본은 된다. 송정 일대에서 잡는 자연산 생선을 회로 내놓는 '송정수산'은 그런 점에서 기본기에 충실한 물회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송정수산이 물회를 팔기 시작한 지는 이제 3년째. 가격이 만만찮은 모둠회 위주 구색에 다양성이 필요했다. 여름철 송정을 찾는 관광객에게 물회는 부담 없는 메뉴이기도 하다.

광어 잡아 30분간 냉장 보관 '쫄깃'
육수는 칼칼하고 시원, 채소는 신선
제철 자연산 모둠회, 고소함에 탄복
뚝배기에 끓인 매운탕 '화룡점정'


이 집 물회에 들어가는 생선은 수급이 안정적인 양식 광어다. 처음에는 자연산 가자미로 만들었는데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바꿨다. 광어는 잡아서 30분 정도 냉장 보관한 싱싱한 상태로 큼직하게 회를 떠 물회 그릇에 얹는다. 쫄깃한 식감이 좋다. 노경숙 대표는 "지금도 손님이 원하고 재료가 있으면 가자미로 물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럴 경우 가격은 계절과 공급 상황에 따라 다르다.
모둠회
노 대표는 공수마을 입구 회센터에서 5년 정도 횟집을 하다 현재 위치로 옮긴 지 10년째다. 회를 다루는 솜씨는 모둠회를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쥐치와 술뱅이 돌돔 등 제철 생선으로 가득한 자연산 모둠회를 먹어 보고는 그 고소함과 쫄깃함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냉기 가득한 돌을 깔아 그 식감이 끝까지 유지되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띄었다. 가자미와 도다리가 잡히는 겨울철 모둠회 맛을 보러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식 광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물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노 대표는 보여준다. 초고추장에 배와 양파 등을 더해 만든 살얼음 육수가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내고, 함께 비비는 채소는 신선하다.

송정수산 물회와 회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은 매운탕이다. "회를 뜨고 남은 가자미로 매운탕을 끓이니 맛이 좋죠. 수돗물 대신 맑은 지하수를 쓰기도 하고요."
매운탕
무와 된장 등을 넣고 큰 솥에 가득 끓인 매운탕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뚝배기에 담아 팔팔 끓여 내놓는다. 날것의 생명력과 묵은 장맛이 부딪히는 횟집에서 진득하게 끓인 매운탕은 그 깊고 묵직함으로 맛의 중심을 잡는다.

들썩이던 여름 바다는 뇌리에서 점점 잊히겠지만, 시원한 송정수산 물회와 쫄깃한 모둠회는 문득문득 떠오를 것 같다.

물회 1만 5000원, 회덮밥 1만 3000원, 모둠회 4만(소)·6만(중)·7만 원(대), 자연산은 1만 원씩 추가.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36번길 9. 051-704-1162.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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