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의 품격] 7. '아무나 키울 수 없다' 반려동물 천국 독일

입력 : 2017-09-06 19:06:11 수정 : 2017-09-07 10: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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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라는 인연… '선택'은 신중히, '허가'는 엄격히

독일 뮌헨 티어하임을 방문한 시민이 산책나가기 전 유기견과 친해지기 위해 스킨십을 하고 있다. 뮌헨 티어하임 제공

"배변판이요? 그건 아픈 반려견들이 쓰는 거 아니에요?"

한국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열에 아홉은 있을 배변판이 독일에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개는 실내보다 야외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산책하는 동안 배변하는 습관이 들면 집 안에서는 배변하지 않는다. 이런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매일 산책할 것.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조건이 독일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입양에 심사숙고, 사전 준비도 철저
입양 결정해도 허가 조건 까다로워

집 크기, 주변 환경, 한 달 수입 등
다양한 기준 통과해야 입양 가능

입양 과정, 신중·엄격하다 보니
유기 거의 없고 파양도 2% 불과

■입양하고 싶다고? 사장님 허락은?


"저희는 개가 처음입니다.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할 예정인데 반려견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산책은 오전 중에 2~3시간은 시킬 수 있어요."

독일 뮌헨 티어하임을 방문한 한 커플이 티어하임 담당자에게 열심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티어하임은 독일의 유기견 보호소로 800여 마리의 유기 동물이 있는 곳이다. 커플의 상황을 들은 티어하임 담당자는 '리사'라는 작은 개를 소개해 준다. 처음 반려견을 키울 때는 소형견이 적합하기 때문이란다. 리사의 방 앞에는 '목줄을 매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고, 성인 여자를 좋아함. 남자에 대한 공포가 있음' 따위의 특징이 적혀있다. 다행히 커플에게 리사는 호의적이다. 배를 뒤집으며 한껏 애교를 떤다. 이 모습을 본 티어하임의 직원은 산책을 권한다. 티어하임에는 산책 봉사 활동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통해 리사와 친밀도를 높여보라는 것. 커플도 제안에 동의해 산책하러 나간다. 직원들이 산책을 권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미래의 반려견을 살펴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산책 중에도 리사와 커플은 '환상 케미'를 보여줬다. 이만하면 당연히 입양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아직 입양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이미 3차례 이곳을 방문해 자신들에게 맞는 반려견을 찾고 있다. 케이타(21) 씨는 "한 번 입양하면 끝까지 함께하려고 신중하게 우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반려견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평생을 생각하는 만큼 사전 준비도 철저하다.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일하는 사장님에게도 동의를 구하고, 오전 시간엔 집으로 와 산책을 시키기로 했다. 미용사가 직업인 그는 오전 시간이 여유가 있어 산책 후 샤워를 하고 오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혹시 손님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려견을 입양하기로 하면 심사관이 입양 예정자의 집을 방문해 집의 크기, 주변 공원과의 거리, 하루 중 산책이 가능한 시간, 한 달 수입, 가족과 집주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한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개인 입양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유기견 보호소도 일정한 기준을 두고 반려견의 활동 공간을 마련한다. 견사는 개 크기(목에서 발바닥까지 직선 길이)를 기준으로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바닥 너비를 갖춰야 하는데, 각 면의 길이가 최소 개 몸길이의 2배가 되어야 하고, 어느 한쪽도 2m보다 짧아서는 안 된다. 뮌헨의 티어하임엔 동물이 안과 밖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반려견을 버려? 미성숙한 사람!

독일은 유기동물 발생 건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수의국에서 직접 집계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기가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정식으로 파양을 한다. 파양은 전체 입양의 2% 수준이다. 파양을 결정할 경우 이들은 일정 부분 경제적 책임을 지는데, 조건에 따라 그 범위는 다르다. 건강상의 문제라면 비용 없이 파양할 수 있다. 하지만 개 행동 문제, 직업 변경, 성격 차이 등으로 파양을 하면 100유로(약 13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독일인들이 더 무서워하는 것은 경제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다. 뮌헨 티어하임 산드라 길트너 박사는 "독일 사람들은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혐오할지라도 겉으로는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반려견 학대나 유기 사실이 드러나면 지역 사회에서 사실상 매장된다"고 말했다. 성격 차이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로 파양을 결정할 경우에도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반려견에 대한 의식은 한국 기준으로는 '살벌한' 수준이다. 독일 수의국에는 매일 3건 이상의 반려견 관련 민원이 발생한다. 가장 많은 신고 이유는 '옆집 강아지가 이틀 이상 산책을 하지 않았다'라고 한다. 이외에도 '차에 혼자 강아지가 있다', '산책 중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신고가 들어오기도 한단다. 신고하면 신고자가 수의국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이들은 기꺼이 감수하며 기다린다. -끝-

장병진 기자·김강현 PD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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