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볼락구이 좀 한다는 그곳

입력 : 2017-10-18 19:07:29 수정 : 2017-10-18 22:50:0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손영주 대표가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볼락을 꺼내 칼집을 넣으려 하고 있다.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사람들은 볼락을 '뽈라구'라 부르며 즐겨 먹는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따르면 볼락(보라어)이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비단'을 뜻하는 보라에서 유래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 땐 빛깔뿐 아니라 맛도 뛰어나다.

생선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볼락구이 전문점이 있다는 얘길 듣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특정 어종을 내세워 구이 전문점을 한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수소문 끝에 '미락뽈락'을 찾았다.

미락뽈락

살 통통하게 오른 볼락
숙성 뒤 적외선 그릴에 구워
노릇노릇 '먹음직' 군침 돌아
육즙 가득한 살점 쫀득·고소

된장찌개·반찬은 집밥 느낌

볼락구이
강 건너 센텀시티와 달리 옛 주택가 모습을 간직한 망미동 한 모퉁이에 미락뽈락이 보였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좌식과 입식이 함께 있는 제법 널찍한 공간이 드러났다. 김금임 대표는 "한꺼번에 60명까지 손님을 받아봤다"고 했다.

이 가게를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는데, 이유는 현재 위치에서 지난 5월에야 가게 문을 열었고, 아직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영구청 앞 북적이는 상권에서 김 대표 남편 손영주 대표는 직원으로 일하던 가게를 인수해 30년 동안 미락뽈락을 책임졌고, 지난해 주거와 영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는 이 건물을 매입해 옮긴 것이다.
전어회무침
볼락은 보통 어른 한 뼘 정도 크기에 살점이 많지도 않다. 대신 쫄깃하고 고소한 맛 때문에 미식가들은 고급 생선으로 친다. 미락뽈락이 1년 내내 볼락구이와 회를 내놓는 배경에는 가두리 양식이 있다.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살점 통통하게 키운 볼락을 공급받는다.

볼락구이 정식을 주문하고 앉으니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전어회 무침을 내놓는다. 올가을 공급량이 적어 값이 만만찮다는 전어를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뼈째 씹히는 전어는 숙성을 시켰는지 고소한 맛이 진했다.

잠시 후 길이가 한 뼘은 족히 돼 보이는 한 마리와 중간 크기 세 마리를 한 데 담은 볼락구이 접시와 된장 등 정식 한 상이 나왔다.

칼집을 깊이 넣고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볼락을 보는 순간 갑자기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집에서 구웠다면 틀림없이 겉을 까맣게 태웠거나 번지르르한 기름을 둘러썼겠지만, 이 집 볼락구이는 표면에 기름기도 거의 없이 기막히게 노릇한 색깔이 드러나도록 익혔다. 혹시 속이 덜 익었나 싶어 칼집을 넣어 둔 대로 큰 살을 떼 한 입 먹어봤다. 기우였다. 촉촉한 육즙은 그대로 가둔 채 쫀득하게 잘 익었다. 은은하게 고소한 맛을 음미하다 보니 왜 볼락을 고급 생선으로 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손 대표는 "살아 있는 볼락을 바로 잡아 구우면 껍질이 얇아 절대 노릇하게 구울 수 없다"며 "12시간 정도 숙성시킨 뒤 적외선 그릴에서 불 온도를 잘 봐가며 조심스럽게 구워낸다"고 말했다. 30년 넘는 내공이 느껴지는 설명이었다.
된장찌개 밑반찬
미락뽈락 생선구이의 또 다른 매력은 함께 나오는 된장에 있다. 생선 자체에 함유된 기름기로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입맛을 짭짤하고 깊은 맛으로 단단하게 잡아준다. 콩나물무침, 데친 무 무침, 연근 조림, 오이 무침 등 김 대표가 손맛을 발휘한 반찬도 집에서 먹는 느낌 그대로다. 생선구이가 없어도 된장과 반찬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볼락구이정식 1만 5000원, 생선구이정식·회비빔밥 점심특선 각 7000원, 볼락구이 6만 원(대)·4만 원(중), 볼락회 8만 원(대)·6만 원(중), 모둠회 5만 원(대)·3만 원(중).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부산 수영구 수미로63번길 3(망미2동). 051-624-2515.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

실시간 핫뉴스